1. 축 사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교장(현 국립국악원장) 윤 미 용
신재효의 광대가에 의하면 판소리의 창법이란 첫째는 인물치레, 둘째는 사설치레, 셋째는 득음, 넷째는 너음새라 하였다. 즉 말과 음이 조화를 이루는 어단성장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소리는 귀성이 끼고 구성있고 맵시 있는 너름새가 있어야 하고 오음과 음양을 명확하게 분별하는 득음을 완전하게 구사해야 하며 사설의 발음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국악의 여러 전공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쉬운 종목이 없겠으나 판소리는 가장 힘든 종목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몸을 악기로 삼을 뿐만 아니라 창법의 특성으로 볼 때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판소리이다.
나는 자람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국악학교와 국악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그 힘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을 보니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른다. 특히 이번 심청가 완창 발표회는 지난해의 "춘향가 전편완창"에 이어 1년 만에 갖는 것이어서 그의 판소리에 대한 열정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공연시간이 장장 4시간이나 걸리는 이번 발표회를 준비하는데 어린 소녀로서 얼마나 힘이 들었으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람이의 오늘이 있기까지 적극 뒷바라지 해 주시는 부모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한다.
심청가는 어린 심청이 부친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잘 나타낸 곡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통윤리인 효를 일깨우는 대표적인 곡이기에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소녀명창이 한단계 한단계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보아주시고 축하와 함께 격려해 주시기를 소망한다.
* 1997.12.12 강산제 심청가 완창발표회 중 순서지에서 발췌(拔萃)
2. 강산제 보성소리 소개
판소리 음악연구회 회장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 정회천
「강산제 보성소리」는 서편제 판소리를 창시한 박유전 명창으로부터 전승된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등의 서편제 소리와 김세종에 의해 전승된 동편제의 바탕소리 「춘향가」와 함게 이동백 명창과 같은 중고제 즉 경제가 융합 발전되어 오늘까지 전승되고 있는 근대 판소리의 한 유파로 통칭된다.
박유진-정재근(1853-1914)-정응민(1896-1964)으로 전승되고 1970년 정권진(1927-1986)선생에 의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강산제 판소리 심청가」라는 명칭으로 지정되지만 80년대부터는 「보성소리」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섬진강을 기점으로 전라도 동북 지역인 구례, 운봉, 순창, 남원등지에서 발생한 우조가 강조된 남성적인 「동편제」에 비해 보다 섬세하고 계면조의 소리의 비중이 중시된 서편제의 판소리는 흥선대원군에 의해 어전명창으로 발탁된 박유전 명창이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원군이 박유전의 소리를 듣고 감탄한 나머지 "천하제일의 강산이다. " 라고 극찬하여 그의 호를 「강산」으로 부른 사실과 만년까지 전남 보성군 강산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후세에 그의 소리를 「강산제」라 지칭했다는 설이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적인 면에서 고찰해보면 동편지역인 순창에서 출생한 박유전이 강산리로 이주해 완성 이날치-김채만, 정창업-김창환 등으로 이어진 초기의 소리제를 「서편제」라 하고 대원군의 실각과 함께 서울에서 낙향 말년에 정립되어져 정재근-정응민으로 전수된 소리를 「강산제」라 하는 것이 타당하게 여겨진다.
전남 나주의 정재근의 사랑채에 은거하면서 소리를 가르쳤는데 얼마 후 정재근 일가는 박유전이 머물렀던 보성으로 이주하게 되고 그 후 일곱 살때의 정응민은 백부 정재근과 함께 서울무대로 올라가 낮에는 윤판서라고 알려진 어영대장의 사랑채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대원군가의 사랑에서 본격적인 소리공부를 하게 된다. 고종으로부터 홍패를 하사 받고 어전명창으로 활약하던 정재근을 절친하게 지내던 이동백 명창에게 조카 정응민의 초기 소리지도를 부탁하게 되는데 이때 춘향가 한바탕을 전수했다고 한다. 한일합방 이후 고향에 돌아오던 정응민은 전북 부안에서 김찬업에게 이른바 동편제「김세종판 춘향가」한바탕을 수학하여 전남 보성군 화천면 도강부락에 정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수십년 동안 박기채, 박춘성, 김준섭, 김연수, 정권진,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강종철, 정영찬, 안행련, 오비연, 조통달 등 보성을 찾은 수많은 제자들을 지도하였다.
「강산제 보성소리」는 송계 정응민선생에 의해 완성되어 보성에서 전승되어진 소리로 「심청가」「수궁가」「적벽가」의 「서편-강산제」소리 외에 다섯시간에 가까운 「동편 김세종판 춘향가」와 이동백의 「중고제」소리가 폭 넓게 수용되어 이면에 합치된 분명한 성음구사, 잘 정리된 사설과 창자의 인격 완성에 중점을 둔 점이 특성이라 하겠다.
전북도립국악단 국악장 은희진 명창으로부터 착실하게 익힌 이자람의 「강산제 보성소리 심청가」는 18세라는 최연소의 어린 나이에 펼치는 정말 자랑스런 무대가 아닐 수 없다.
* 1997.12.12 강산제 심청가 완창발표회 순서지에서 발췌(拔萃)
3. 격 려 사
전 사단법인 동초제 판소리 보존연구회 부이사장 전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교육보조자 고 은희진
문득 세월처럼 빠른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람(예솔)이를 지켜보는 것만도 그렇습니다.
엊그제 초등학교 3학년, 한참 투정 부리고 소리공부 시킬라 치면 애를 태우던 코흘리개 꼬마였던 것만 같은데 어느새 고교 졸업반이 되었고 몇 달 후 내년이면 대학생이 된다 생각하니 그저 대견한 생각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저를 통해 판소리 공부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어린 나이로 동편제의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한바탕씩 모두 습득하였으니
학교 다닐랴 판소리 공부 할랴 그 바쁜 생활 속에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선생 된 입장에서는 안쓰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난 해 국립고등학교에서 춘향전(동초제) 완창이 대성황 속에 끝나고 금년에는 또 심청가(보성제) 완판 무대를 마련한다 하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감격스럽습니다.
그 동안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행여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노파심도 들지마는 마음 한구석 든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자람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두 번째 완창을 해내는 열정을 주변 분들께서 귀엽게 봐주시고 돌보아 주시어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국악계의 대들보로 성장하는데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 1997.12.12 강산제 심청가 완창발표회 순서지에서 발췌(拔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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