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성서에서 :
가객 박 인 규(본명:선웅) 명인
"충남 서산의 가객, 박인규 명인” 서 한 범 (단국대 교수 · 문학박사)
정가(正歌)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부르는 노래로 지식인이나 선비계층의 애호를 받아 왔지만, 빠른 템포에 익숙해 진 현대인들에겐 이런 부류의 노래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정가의 특징으로 구성의 방대함, 세련 정제된 형식미를 지니고 있는 점, 장단의 변용이나 즉흥성을 용납하지 않으며 질서미를 간직하고 있는 점, 유장하게 흐르는 곡선미와 감정의 절제를 이상으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창법이나 발음에서 발견되는 장중미나 관현악기와 의 조화미를 간직하고 있는 점 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르에 비하면 정가의 앞날은 희망적이지 못한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전공자의 수도 적고 일반인들의 이해도 부족하여 이대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정가의 맥은 단절될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가객 중 한 분이 바로 충남 서산 출신의 박인규(본명: 박선웅)명인이다. 예로부터 서산지방에서는 가곡이나 시조 한 장 부르지 못하면 양반 축에 끼지도 못 했다고 하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가를 즐겨 불렀고 그러한 환경속에서 박 명인과 같은 분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 음반에는 평소 박인규 명인이 즐겨 부르던 평시조를 비롯하여 지름시조 등 다양한 시조창들이 담겨 있다. 생활속에서 시조를 자연스레 접하며 살았고, 정경태, 홍원기 김경배 등 정통파 사범들을 사사하였기에 그는 가곡이나 시조를 폭넓게 , 시조라 해도 어느 특정지역의 시조에만 치우치지 않고 두루 정가를 섭렵하였다.
양하하면서 연마한 그의 노래기량은 굳이 선율선이며 장단, 시김새, 요성 등등 음악의 제 요소들을 들추어 낼 필요가 없이 최정상급 실력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실기인이면서도 전문가 못지않은 이론적 지식이 풍부한 가객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그는 개인발표회나 초청 공연활동을 비롯하여 강습, 보급, 연구,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전문적 가객으로도 존경을 받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겸손한 언행 등이 더더욱 정가 사범으로서의 인품을 느끼게 되는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바라건대, 경향각지의 정가를 애호하는 분들은 반드시 박인규 명인의 음반을 가까이 하면서 시조음악의 진수를 음미해 보기 바라며, 아울러 이 음반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2008. 10. 20
시조창 3집을 출반하며...
박 인 규(본명:선웅)
그동안 출반된 시조창 1, 2집 음반과 남창가곡 1집 음반에 이어 이번에 정가 동호인 여러분께서 많은 성원과 협조에 힘입어 2008년 여름 내내 석암 정경태 선생님의 작품인 시조보집 11곡을 마지막 음반에 담으며, 어느 정도 바람이 해소 되었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번에는 한여름에 취입을 해서 그런지 무척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가을, 겨울로 미루려 몇 번 망설였으나 전국 각 지방의 여러분께서 간곡하게 요청하는 관계로 성급하게 매듭을 짓고 보니 만족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시조에 입문한지도 어언 사십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충청남도 내포제 시조를 기초로 시작하여 석암제, 시창, 경제시조, 가곡, 가사,등 정가에서 창작곡에 이르기까지 익혔습니다. 예술은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정가를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늘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소리를 익히며 터득한 인체 내의 음계 상조법을 많은 분들에게 전수하여 정가의 심오한 맛을 널리 알리는데 전력하고자 합니다.
가사
1. 평시조 - 백초(百草)를
백초(百草)를 심은 뜰에 솔 대 먼저 옮긴 것은
창송(蒼松)은 군자절(君子節)이요 녹죽(綠竹)은 열사조(烈士操)로다
아마도 세한불변용(歲寒不變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2. 사설시조 - 범피중류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갈제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 갈매기는 홍료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소리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의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는 이내 흉금을 자내인다 연파강상 사인수라
글월하니 멱라수야 굴상여 어복충혼 무양도 하시던가
3. 반각시조 - 초당에
초당에 곤히 든 잠 학의 소리 놀라 깨니
학은 적적 간곳없고 들리 난이 물소리라
아희야 긴 낚시 줄 설설 풀어 연당에 던지어라 고기 낚기(하리라)
4. 반각시조 - 일년이
일 년이 열두 달인데 윤삭 들면 열석달도 일 년이라
한 달은 서른 날인데 그달이 작으면 스무아흐레 그믐도 한 달이라
지금에 해가고 달 가고 봄 가고 임 가는데 옥창앵도 붉었으니 원정부지 이별인가(하노라)
5. 남창지름 - 주렴에
주렴에 달 비취었다 멀리서 나는 옥적소리 들리는구나
벗님네 오자 해금 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구 거문고 같이 달뜨거든 오시마더니
동자야 달밑만 살펴라 하마올뜻 (하여라)
6. 여창지름 - 청조야
청조야 오도고야, 반갑다 님의 소식
약수삼천리를 네 어이 건너온다
우리님 만단정회를 네 다 알가 하노라
7. 남창지름 - 삭풍은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듸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 집고 셔셔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거시 업세라
8. 사설지름 - 약수삼천리
약수삼천리 거지둥 떠 가는배야
거기잠간 닻주어라 말 물어보자
동남동녀 오백인으로 영주 봉래 방장산에
불사약을 구하러가는 서시등의 배이올런가
우리도 사구평대에 위중한줄 아옵기에 바삐 바삐 가옵네
9. 우시조 - 월정명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秋江에 나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明月이라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玩月(완월)하려 (하노라)
10. 우조지름 - 등왕고각
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등왕각 강가에 높이 솟아 있건만
佩玉鳴鸞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그 곱던 노래와 춤은 그쳐버렸네
畵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 단청 고운 기둥 구름이 흘러가고
朱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주렴을 걷으니 서산에 빗긴 빗발
閒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 한가한 구름 못에 그림자 드리고
物換星移度幾秋 물환성이도기추 수도 없이 바뀌고 뒤집힌 세월들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등왕각 노닐던 이 지금은 어디에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유 난간 너머 장강만 쓸쓸히 흐르네
11. 엮음지름 - 창내고자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쟈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둑닥 박아 이 내 가슴에 챵 내고쟈
잇다감 하 담담한 제면 여다져 볼가 하노라
박 인 규(본명:선웅)
충남 서산의 박인규(본명 선웅)명인은 올해 시조입문 40년으로,
첫 시조 입문은 유병익선생에게 내포제를 배워 시조의 바탕을 쌓은 후,
석암 정경태선생, 박기옥, 유흥복에게 석암제 향제시조를 배웠고,
경제시조는 홍원기선생, 김월하선생에게 그리고 김호성에게 몇수를 배우기도 하였다.
이후에는 김경배 가곡문화재에게 가곡, 가사, 시조를 연마하여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과정을 마쳤다.
1984년 5월 19일 전국시조경창대회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
1984년 6월 28일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 장원
1984년 10월 22일 백제문화제 대통령상 수상
1985년 8월 20일 1집 시조 음반 출반
1998년 12월 6일 제1회 정가발표회
1999년 6월 20일 2집 시조, 3집 가곡 음반 출반
2003년 10월 1일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
2004년 10월 20일 세종대학교 평생교육 공연 아카데미 정악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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