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서정민 수궁가> 음반 발매를 축하하며
“어쩌면 저리도 똑같을 수 있을까!” <서정민 수궁가 완창 발표회>를 감상한 후, 판소리 귀명창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현재 서정민 선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판소리 예술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안숙선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소리, 그의 몸짓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안숙선 선생님의 모습을 귀명창들이 놓칠 리 없었다. 서정민 선생의 수궁가 완창 발표회는 이미 끝났지만, 필자의 뇌리에 당시 이야기가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근자에 보기 힘든 열창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사실 필자는 서정민 선생의 수궁가 공연에서 사회를 맡았었는데, 처음에는 사회 보는 것을 고사하였었다. 그러나 결국 <서정민 수궁가 완창 발표회>의 사회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사유는 이랬다. 서정민 선생은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 졸업논문으로 여러 판제의 수궁가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던 바, 그 연구 결과를 실제 소리로 보여주고자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니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서정민 수궁가 완창 발표회>에서 서정민 선생이 부른 수궁가는 정광수제 수궁가였다. 정광수 명창은 전라남도 나주 출생으로, 판소리 명창이었던 조부 정창업에게 소리를 배우고, 이후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와 적벽가를 배웠다. 1930년대 중반 서울로 올라와 이동백에게서 적벽가 일부 대목을 배워 그 소리를 전승하였고, 1930년대 조선성악연구회를 비롯하여, 동일창극단 등에서 창극 보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해방 이후 적벽가로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되어 후학들을 길러내었다.
서정민 선생이 정광수 명창께 소리를 배운 것은 행운이었다. 국내 유일의 가·무·악 총합 교육기관인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1기생으로 입학하여 정광수 명창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소리에 입문하여 이일주 명창에게서 소리를 배우며 판소리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던 서정민 선생은 전주예술고등학교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당대 최고 명창인 안숙선 교수와 정광수 명창께 소리를 배우게 된다. 학사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사 과정을 졸업한 서정민 선생은 석사학위 과정인 예술전문사로 진학하여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재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그는 1999년 동초제 판소리 춘향가 발표회를 시작으로 2000년 프랑스에서 파리 태양극장 초청 공연을 하고, 2001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표한 창작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에서 춘향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으며, 2004년에는 국립국악원 주최의 <신세대 명창 5인전>에 초청되어 춘향가를 불러 많은 음악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공연에 참여하여 자신의 소리실력을 보여 주었으며, 유수의 콩쿨에서 우수한 입상실적을 보임으로써 이미 그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서정민 선생이 부른 정광수 수궁가는 유성준에게서 배운 것임을 앞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정광수 명창은 말년에 유성준의 소리에다 어릴 때 배웠던 서편제 수궁가와 정응민에게서 배운 보성소리 수궁가를 참작하여 별도의 수궁가를 만들었다. 이렇게 짜여진 정광수 수궁가는 어떠한 수궁가보다도 완성된 느낌을 준다. 옛판과 새판이 함께 어우러지는 수궁가가 바로 정광수 수궁가인 것이다.
서정민 선생은 이번 공연을 위해 정광수 명창에게서 수궁가를 학습한 안숙선 교수으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았다. 지면을 빌어 훌륭한 완창 발표회를 가능케 한 안숙선 교수께 청중의 한 사람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1세기 판소리의 미래를 약속하는 젊은 명창 서정민 선생의 당시 공연 실황을 이번 음반에 담게 되었다. 필자는 서정민 선생의 공연을 보면서 분명 자신만의 소릿길을 찾아 가고 있는 미래의 대명창의 모습을 보았다. 서정민 선생이 공연 실황을 음반으로 내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을 때 필자는 다시 한 번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 음반은 개인의 이력도 되겠지만, 판소리 역사에 남을 자그마하지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리에 만족할 수 있는 명창이 몇 되지 않는 것처럼, 서정민 선생 역시 음반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더 좋은 소리를 녹음하지 못했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러나 이 음반은 그녀가 정통 소리를 녹음함에 있어 첫 걸음마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좋은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이 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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