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고주랑의 젊은 시절 소리
음악가가 되려면 타고난 재주도 있어야 하지만 첫째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배워야 하고 둘째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여 공력을 쌓으며 자기의 음악세계를 개성 있게 구축해야 한다.
고주랑은 단정하고 수려한 용모에 맑고 고운 목소리를 타고 났고, 20세쯤인 1967년 경서도소리의 최고 교육기관이었던 청구고전성악학원에서 이창배 정득만 선생님에게 이춘희(중요무형문화재 제 57호 예능보유자) 와 김혜란 같은 경기명창과 동문으로 친자매처럼 지내면서 경기소리를 배웠다. 1975년 인간문화재가 된 묵계월(본명 이경옥) 선생님의 전수생으로 들어가 1980년 12잡가 중 '방물가'로 이수시험을 치루고 그 예능을 이수했다.
그리고 1981년에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음반을 내고 1984년 대도레코드에서도 음반을 내게된다. 이런 경력만 보아도 고주랑은 경기명창으로서 좋은 학습을 했고 열심히 활동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스승인 묵계월 선생님에게 긴잡가와 민요 들을 배우고 선생님을 따라 방송이나 무대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엔 임정란(경기도 지방문화재 경기소리 예능보유자) 과 지금은 고인인 지화자 같은 경기명창이 친한 동문으로 친구처럼 지내며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내가 KBS TV의 '국악의 향기'를 진행할 때 고주랑은 동료나 묵계월 선생님과 함께 내 프로에 가끔 출연하곤 했었다. 그 당시 '국악의 향기' 에는 정말 실력있는 사람들만 출연했었는데 그 프로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는 그 때 고주랑을 처음 봤었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얌전한 태를 지녔으면서 소리도 깨끗하게 한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고주랑이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근래에 다시 나타났다. 오랫동안 일본에 가 있었단다. 일본에서 한국민요를 부르며 공연활동을 하긴 했지만 아기 낳아 기르고 가정살림을 하느라 한국 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들인 희문이가 한국민요를 공부하고 어머니가 걸었던 명창의 길을 가려하고 있다. 고주랑이 이제는 아들에게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선배 소리꾼이기도 하다.
소리공부하는 아들로서는 어머니의 옛날 음반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된다. 한 동안 소리활동을 하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갑자기 음반을 내라는 것보다는 우선 과거에 냈던 음반을 다시 정리하여 디지털음향의 음반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음반은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고주랑이 30세 되던 해에 불렀던 한국민요를 재편집하여 음반으로 만든 것이다. 그 당시는 경기민요의 대가였던 김옥심 명창과 일행이 되어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인지 김옥심 명창의 소리를 닮은 듯한 부분도 군데군데 많이 나타난다. 젊고 패기 넘치는 소리로 겁 없이 앞으로 질러내는 소리가 싱싱한 맛이 있고 민요의 건강성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주랑은 강원도 정선이 고향이면서 경북 풍기와 안동에서 자랐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 소리공부를 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메나리 토리의 고장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강원도나 경상도 민요가 더 어울린다. 이번에 낸 음반에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을 앞쪽에 실은 것도 그런 사정과 관계가 있다. 3곡이 다 메나리 토리이고 강원도 민요인데 고주랑은 그런 노래를 편하게 부르기 때문이다. '뱃노래' 와 '자진뱃노래' 는 예스럽고 고졸한 맛이 있어 또 다른 흥취를 안겨준다. '창부타령' 은 전현적인 경기민요이고 서울노래다. 서울 굿의 무가가 '창부타령' 곡조 아니면 '노래가락' 곡조여서 두 노래를 경기민요의 기본형이라 하기도 하고 경기민요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경기명창이 가장 잘 부르는 노래가 바로 '노래가락', '창부타령' 인데 이번 음반에서 고주랑은 '창부타령' 만 불렀다.
'금강산타령' 은 20세기에 새로 만든 좌창의 하나이다. 6마루로 되어있는데 각 마루를 유절형식처럼 같은 곡조로 부르다가 마지막 마루는 '노래가락' 곡조로 마친다. 이것은 서도잡가가 '수심가' 곡조로 마치는 것을 본 받아서 '금강산타령' 은 경기잡가니까 '노래가락' 곡조로 마치게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신고산타령' 은 메나리 토리 지역의 민요여서 고주랑이 부르기 편한 노래이고 '태평가', '노들강변', '청춘가', '양유가' 등도 신민요 계통이여서 부르기 좋다. 그리고 '울산아가씨' 는 노래의 명칭으로 볼 때 경상도민요이다. 결국 고주랑이 이번에 내 놓는 음반의 노래들은 강원도 태생으로 경상도에서 자란 고주랑이 부르기 좋은 노래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메나리 토리의 민요가 많고 신민요가 많으면 고주랑은 부르기 좋을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고주랑이 오래전에 녹음한 음악들이지만 지금 들으면 훨씬 새로운 맛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 민요도 년도에 따라 반주형태나 녹음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1977년대의 녹음을 지금 들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더구나 지금은 경기민요를 배우는 사람도 많아졌고 여기 실린 대부분의 노래들은 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민요들이다.
시김새를 복잡하지 않게 한 이 음반을 잘 들어보면 학교의 민요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암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통하여 우리민요의 본래적인 모습을 알게되고 고주랑이 부르는 민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최 종 민 (철학박사, 음악평론가)
고 주 랑 (高柱琅)
1947 2월 22일 생
1967 청구고전학원에서 이창배 정득만선생께 사사
1969 KBS한국방송공사 민요백일장 장원
1975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예능보유자 묵계월선생의 전수장학생 선정
1980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예능보유자 묵계월선생의 이수자 선정
1981 오아시스레코드사 음반 취입
1984 대도레코드사 음반 취입
1986 일본 순회공연
1994 한국국악협회 주최 미국 순회공연
1994~ 각 문화원 강사 활동 및 고주랑 국악원 운영
2005 사단법인 한국민요연구회 부이사장
* 가사 :
한오백년
1. 한(恨)많은 이 세상(世上) 야속한 님아 정(情)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오백년 살자는데 왠 성화요
2. 살살 바람에 달빛은 밝아도 그리운 마음은 어제가 오날
3. 내리는 눈이 산천(山川)을 뒤덮듯 정든님 사랑으로 이 몸을 덮으소
강원도아리랑
1.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마라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
*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2. 봄바람 불어서 꽃피건마는 고달픈 이 신세(身世) 봄 오나마나
3. 감꽃을 주으며 헤어진 사랑 그 감이 익을때 오시만 사랑
4. 붉게 핀 동백(冬柏)꽃 보기도 좋고 수줍은 처녀의 정열도 같네
정선아리랑
1. 산적적월황혼(山寂寂月黃昏)에 임 생각에 사무치어 전전반측(輾轉反側) 잠못일 제
창밖에 저 두견(杜鵑)은 피나게 슬피울고 무심(無心)한 저 구름은
달빛조차 가렸으니 쓰라린 이 심정을 어따 호소할까
2. 세파(世波)에 시달린 몸 만사(萬事)에 뜻이 없어 홀연(忽然)히 다 떨치고
청려(靑藜)를 의지하여 지향(指向)없이 가노라니 풍광(風光)은 예와달라
만물(萬物)이 소연(蕭然)한데 해 저무는 저녁노을 무심히 바라보며
옛 일을 추억(追憶)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왼갖 것이 모다 시름 뿐이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뱃노래
1. 만경창파에 몸을 실리어 갈매기로 벗을 삼고 싸워만 가노라
* 어기야 디여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2. 밀물썰물 드나드는 세모래 사장에 우리님이 딛고 간 발자취 내 어이 알소냐
3. 창해만리 먼 바다에 외로운 등불만 깜빡거린다
4. 소정에 몸을 실고 잠깐 조을새 어디서 수성어적 나를 깨운다
* 어이야디여 어기야디여 에헤 에헤 에헤야 에헤 에헤 에헤야 어허야 어야디여
자진뱃노래
1. 달은 밝고 명랑한데 (어야디여) 고향생각 절로난다 (어야디여)
2. 새벽서리 찬바람에 (어야디여) 울고가는 저 기러기아 (어야디여)
창부타령
* 아니~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1. 추강월색 달 밝은 밤에 벗 없는 이내 몸이 어둠 침침 빈방안에 외로이도 홀로누워
밤은 적적 야심한데 침불안석 잠 못 자고 몸부림에 시달리어 꼬꾜닭은 울었으니
오늘도 새벽맞이를 하였구나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2. 창외삼경 세우시에 양인심사 깊은 정과 야반무인 사오시에 백년동락 굳은 언약
이별될줄 어이알리
동작대 봄바람은 주랑의 비웃음이요 장신궁의 가을달은 한구인의 회포로다
지척이 천리되어 은하는 사이하고 까막까치 흩어졌으니 건너갈길 바이없고
어한이 돈절하니 소식인들 뉘전하리 못 보아 병이되고 못 잊어 원수로다
가득이나 썩은 간장 이 밤 새우긴 어려워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네 인생백년이 꿈이로다
금강산타령
1. 천하명산 어디메뇨 천하명산 구경갈제 동해끼고 솟은 산이
일만이천 봉우리가 구름과같이 버렸으니 금강산이 분명쿠나
2. 장안사를 구경하고 명경대에 달이쉬어 만군대를 올라가니
마의태자 어디갔노 바위위에 얽힌 꿈은 추모하는 누혼뿐이로다
3. 종소리와 염불소리 바람결에 들려오고 옥류금류 열두담이
굽이굽이 흘렀으니 선경인 듯 극락인 듯 만물상이 더욱 좋다
4. 기암괴석 절경속에 금강수가 새음솟고 구름줄기 몸에 감고
쇠사다리 더듬어서 발옮기어 올라가니 비로봉이 장엄쿠나
5. 금강아 말물어보자 고금사를 다 일러라
영웅호걸 재자가인이 몇몇이나 왔다갔노
물음에 대답은 없어도 너는 응당 알리로다
신고산타령
1. 신고산이 우루루 함흥차 떠나는 소리에 구고산 큰애기 반보짐만 쌉니다
* 어랑어랑 어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2. 구부러진 노송남근 바람에 건들거리고 허공중천 뜬 달은 사해를 비춰주노라
3. 바람아 봄바람에 네가 불지를 말어라 머리단장 곱게한 것 모두다 흐트러지누나
4. 치마 폭 잡은 손 핀잔없이 떼지고 갑사댕기 팔라당 후치령 고개로 넘어간다
태평가
1. 벌나비 잡충이 날아들고 꽃은 분명 피었구나
양귀비(楊貴妃) 백일홍(百日紅) 피지말고 무궁화만이 만발(滿發)해라
* 니나노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얼싸좋아 얼씨구 좋다
벌나비는 이리저리 버벌벌 꽃을 찾아 날아든다
2. 꽃을 찾는 벌나비는 향기를 쫓아 날아들고
황금(黃金)같은 꾀꼬리는 버들사이로 왕래(往來)한다
3. 만경창파(萬頃蒼波) 푸른물에 쌍돛단배야 게 섰거라
싣고 간 님은 어디두고 너만 외로이 오락가락
4. 작작요요 도리화는 장안호접 풍경이요
금잔병풍 모란화는 부귀자에 번화로다
노들강변
1. 노들강변(江邊)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無情歲月)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메어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잊을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흘러 가노라
2. 노들강변 백사장(白沙場) 모래마다 밟은 자욱 만고풍상(萬古風霜)
비바람에 몇몇 지어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잊을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흘러 가노라
3. 노들강변 푸른물 네가 무삼 망령(妄靈)으로 재자가인(才子佳人)
아까 온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世上) 쌓인 한(恨)이나 두둥 싣고서 가노라
청춘가
1. 청춘홍안(靑春紅顔)은 네 자랑 말어라 덧없는 세월(歲月)에 백발이 되노라
2. 세월(歲月)가기는 흐르는 물과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3. 우연히 저 달이 구름밖에 나더니 공연(空然)한 심사(心思)를 산란케 하노라
4. 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文明)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5. 금수강산(錦繡江山)이 아무리 좋아도 정든 님이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일세
6. 눈속에 푸른솔은 장부기색(丈夫氣色)이요 학두루미 울고가니 절세명승(絶世名勝)이라
양류가
1. 양류상(楊柳上)에 앉은 꾀꼬리 제비만 여겨 후린다
* 에후 절싸 더덤석 안고서 으흥 요것이 내 사랑
2. 이화도화(李花桃花) 난만(爛漫)한데 날아드느니 봉접(蜂蝶)이라
3. 일조낭군(一朝郞君) 이별후에 소식조차 돈절하다
4. 양류청청(楊柳靑靑) 늘어진 가지 꾀꼴새가 아름답다
5. 방초처처(芳草⁄É⁄É) 우거진 곳에 황봉백접(黃蜂白蝶)이 춤을 춘다
6. 지척동방(咫尺洞房) 천리(千里)되어 바라보기 묘현하다
울산아가씨
1. 동해나 울산은 잦나무 그늘 경계도 좋지만 인심이 좋고요
큰애기 마음은 열두폭치마 실백자 얹어서 전복삼일세
* 에헤에 동해나 울산은 좋기도 하지
2. 울산에 아가씨 거동 좀 보소 임 오실 문전에 쌍초롱 달고요
삽살개 제 놓고 문밖에 서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다네
* 에헤에 울산에 아가씨 유정도 하지
3. 울산에 앞바다 보기도 좋고 새파란 물결에 갈매기 넘실
북소리 두둥둥 쳐울리면서 이여차 닺 감고 떠들어온다
* 에헤에 울산에 풍경이 좋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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