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해설서 중의 일부로 www.kukak.com에서 가져왔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 희망을 알리는 매화처럼
이재숙교수의 회갑에 즈음하여, 존경하는 만당 이혜구 박사께서는 매화(梅花)의 매(梅)자가 그의 호에 들어가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화가 일랑 이종상 선생의 권유로 '매은(梅隱)이라는 호가 탄생되었다. 되새겨 볼수록 이재숙 교수에게 참으로 어울리는 호라 생각한다.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세상의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다. 그처럼 그도 한국음악계의 늘 매화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1950년대말, 모든 이들이 서구문화에 경도되어 있었고 한국의 전통음악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 그는 '매화처럼' 한국음악계에 등장했다, 과거의 전통에서 어떻게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한 가야금의 미래가 어떠할지 궁금해 할 때 그는 매화처럼 우리에게 그 희망의 봄을 예견해 주었다. 매화가 삶의 희망과 의욕의 상징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가야금 연주가 이재숙은 우리 국악의 하나의 희망이자 상징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이 작품들은 거의 그에 의해 '첫 손' 이 간 작품들이다. 시작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고통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할 만한 전범이 없기 때문이다.그것은 이미 시행착오를 동반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는 시작에는 늘 영광과 함께 비난의 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식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갔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또한 뒤따르는 이들을 열심히 이끌어 주었다. 마치 매화가 피고난 후 온갖 꽃이 만발하는 것처럼. 그가 이렇게 과거에 연주되었던 작품을 그대로 음반으로 옮기는 것은 역시 '눈 속에서 처음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던 작품을 연주하는 암중모색(暗中摸索)과도 같은 시절, 그가 이런 작품을 연주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또한 연주기교나 해석에 있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왠만한 사람이라면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과거의 주요한 연주가 담긴 음반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한국음악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시대적인 요구와 함께, '교육자'로서의 '사명'과 '용기'가 가능하게 해준 일이 아닌가 싶다. 과거 창작곡들이 어떻게 연주되었음을 알리면서, 이제 청출어람(靑出於藍)이 탄생되기를 바라는 그의 '희망' 이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추운 겨울에 매화가 핀 이후, 봄이 되어 온갖 꽃이 만발할 때, 우리는 매화의 존재를 잊기 쉽다. 그러나, 다른 꽃들이 다 졌을?, 우리는 다시금 매화를 생각하게 된다.
20세기 후반, 그는 우리에게 매화가 되어 주었다. 그의 환갑은 21세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다시금 한국음악의 '매화'와 같은 존재를 기다리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음반을 들으며 '그 때 그 시절', 그 눈속에 피었던 찬란한 꽃의 아름다움을 누껴보는 것도,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가야금 음악의 어제와 가야금 음악의 내일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음악평론가 윤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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