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해설서 중)
유성기 음반에 담긴 경서도 소리
글:권도희(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모두 1929년과 1937년 사이에 Victor SP음반에 녹음되었던 경기.서도의 노래들이다. 이 기간동안에 판소리,산조,영산회상,종묘제례악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의 우리 음악이 녹음되었고, 그것이 우여곡절 끝에 남아서 한국 음악사나 음반사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런데 특히 이 음반에 복각된 악곡들을 자세히 보면 더욱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유성기 음반의 녹음 당시, 경기.서도지역의 음악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상상해보려 할 때 혹은, 그 당시 밀려오는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음악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변해가고 있는지를 추측해 보려할 때 비로소 이 음반이 흥미로운 대상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조선말기에 이르면, 경.서도지역의 음악이 한국음악에서 중요한 한 주류를 형성해 가기 시작하고, 일제시대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음악사회에 영향력을 가지는 하나의 장르가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시대에는 가곡이나 판소리와 같은 기존 사회의 음악 외에 ‘박연폭포’나 ‘양산도’와 같은 일반인을 위한 즉, SP음반이라는 ‘매체’와 대중을 위한 음악이 얼리 퍼지게 된다.
사회의 변화는 음악의 변화를 요구하였고, 음악은 변하는 사회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 이 음반은 음악구조에서 또한 사설에서 그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조모란, 표연월, 이영산홍,백락준,한성준,이병우 등 당대의 명연주가들이 연주를 담당하고 있어서, 당대의 대가들이 변혁기의 우리음악을 어떻게 표현해 가는 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재미있는 음반이다.
2003.4.30 : 문예진흥기금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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