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스페이스 홈(www.soundspace.co.kr)에서 퍼옴-
＊ 이세환의 '거문고산조'
이세환이 이번에 연주한 신쾌통류의 거문고 산조는 다스름을 빼고 진양조부터 자진모리까지 신쾌동이 타던 가락을 전부 연주한 것이다.
이중에서 중중모리 부분은 희히 내드름이라고 하여 기본 장단형으로 타는 쉬운가락이 나오기 전에 걸고가고 물고가는 애매한 가락이 몇 장단 들어가 있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신쾌동 선생은 상식적으로 흐르는 쉬운 가락보다는 음악적으로 좀 복잡하고 다양한 짜임새를 좋아했기 때문에 다른 산조와 다르게 내드름 전에 도입부에 해당하는 가락을 타고나서 내드름을 하는데 요즘 연주자들이 그 도입부분을 생략하고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세환은 그 부분을 살려 연주하였다.
중중모리 다음에는 엇모리가 있는데 이 부분을 신쾌동선생이 작곡하여 넣은 부분으로서 그의 음악적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는 부분이다. 가락은 판소리식의 가락이 많고 리듬은 엇붙임이 많아 장단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장단치는 사람도 합창단과 맺는 각을 분명히 쳐 주어야지만 거문고를 하는 삶도 대점은 분명하게 쳐주어야 음악이 살아나게 되어있다.
자진모리는 더욱 변화가 많다. 다른 산조는 장단의 프레이즈와 가락의 프레이즈가 시나위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신쾌동류의 산조는 그것 계속 엇갈리며 물고 물리며 나가는 경우가 많다. 또 가락이 장단의 사이사이로 들어가면서 음형을 만들기 때문에 가락이 장단을 먹고 들어가기도 하고 장단을 앞질러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까다롭고 어렵다, 특히 장단과 거문고의 조화를 이루기가 무척 어렵다. 거문고 연주와 장고수가 충분히 훈련된 일류들끼리여야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조이다.
흔히 산조음악은 시나위에 가깝게 짜여진 산조가 있고 판소리에 가깝게 짜여진 산조가 있다고 한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신쾌동류의 거문고 산조는 판소리에 가깝게 짜여진 산조이다. 그래서 진양조에서의 "농현"도 깊고 굵게 극적인 효과를 내야하고 '대점'을 쳐도 '대점' '소점'으로 구분하여 쳐야 한다. 또 '겉소리'와 '속소리'를 구별하여 극적상황에 맞게 표현해야 하고 '소리두께'까지 고려하여 세심한 표현을 하여야 한다.
이세환의 연주한 이 음반에 수록된 거문고산조는 평소 신쾌동선생이 타던 바로 그의 음악이고 신쾌동선생이 강조하던 여러 가지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연주한 음악이다. 게다가 이세환의 음악 편력이 응축된 '속이 꽉 찬 소리'들로 올려 나오기 때문에 현재로서 최선의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욱 이세환의 개인 양식이 가미된 산조음악으로 발전되어 가겠지만 현재로서는 신쾌동류에 충실하면서도 이세환이 최선을 다해 연주한 좋은 음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명고수 김청만이 장고를 잡아서 그토록 까다로운 엇모리나 자진모리를 아주 조화롭게 연주한 음반이다.
최종민(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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