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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오구굿
1. 오구굿이란?
오구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산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편안히 저승으로 가도록 천도하기 위해 벌이는 굿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곧 바로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승에서 얼마간 머문다고 믿었다. 이 기간동안에 오구굿을 하는데, 이것을 '진오구'라고 한다.
이에 비해서 죽은지 오래된 망자의 귀신이 집안에 해를 끼친다고 할 때는 몇 년이 지났더라도 오구굿을 한다. 이를 '마른오구'라고 한다 또 불교의식의 생전예수제(生前豫修濟)와 같이 살아있을 때 자신의 사후를 미리 대비하여 오구굿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산오구'라고 한다.
오구굿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는 죽은 영혼의 넋을 '씻긴다'고 해서 '씻김굿'이라 하며, 그 외에 '진오기'(서울), '집가심'(서울), '천근새삼'(경기), '모기굿'(충청도), '수왕굿'(평안도)등의 이름이 있다. 또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를 잇는 동해안 지방에서는 '망무기굿'(함경도), '오구자리'(강원도), '오구굿' 혹은 '해원굿'(경상도)등으로 불렸다. 특히 이 지역은 어부들이 많이 살았고 해난사고도 많았기 때문에, 바다에 빠져 죽은 영혼을 건져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해서 특별히 '물굿'(강원도, 경상도), '수망굿'(경상도)을 했다.
오구굿은 같이 죽은 수십 명의 영혼을 집단위령제식으로 거행하거나, 가족 몇 사람을 묶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사람을 위해 벌이는 것이 원칙이다. 죽은 사람이 미혼인 경우에는 총각 혹은 처녀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상대가 되는 죽은 영혼을 찾아 결혼식을 올려주기도 하고, 물에 빠진 영혼을 위해서는 그 영혼을 물에서 건져내는 의식도 한다.
2. 동해안 지방의 굿의 종류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등 동해안 지방은 같은 음악문화권으로 이해되고 있다. 무속도 마찬가지여서, 이 지역의 무당들은 서로 혼인을 하거나 같이 굿을 해서 그 의식의 절차나, 사설의 내용, 음악적인 특징이 유사하다. 현재도 강릉 단오제와 동해안 별신굿 등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석출패 무격들이 부산에서 강릉까지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굿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벌이는 굿은 강원도의 재수굿, 도신굿, 안택굿, 성주굿, 환자굿, 서낭굿, 용신굿, 풍어제, 신굿, 오구자리, 물굿, 자리걷이, 경상도의 논부굿, 도신굿, 치방굿, 삼제왕굿, 별상굿, 맹인거리, 광인굿, 오구굿, 해원굿, 수망굿, 물굿, 별신굿, 풍어제 등 다양한데,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동제에 해당하는 풍어제 혹은 별신굿과 죽은자를 위한 오구굿, 재수를 비는 배수굿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3. 오구굿의 내용과 절차
샤머니즘은 세상 만물에 모두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의식인 굿을 거행할 때에는 이들 세상 만물의 모든 신을 불러와서 이들을 각기 대접하고 그들이 관장하는 내용에 따라 인간의 기원을 빌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굿을 한번 하면 여러 신에 대해서 의식을 행하기 때문에 전체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큰굿인 동제나 오구굿 같은 것은 몇 일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절차는 목적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고 경제적인 여유에 따라 굿전체의 길이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굿청의 부정을 씻는 절차로 시작하여 그 집안이나 마을의 최고신 성황신(珹隍新,서낭신)에게 굿을 하게된 연유를 고하는 절차를 거쳐 각종의 신을 그 신의 고하(高下)에 따라 모셔다 즐겁게 하고 소원을 빌고, 신이 인간에게 주는 말을 전해 받기도 하는 절차는 굿의 종류와 길이 관계없이 어느 굿에서나 거행되는 굿의 내용이다.
동해안지방 오구굿도 매우 긴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혹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절차는 부정굿, 서낭굿, 조상굿, 세존굿, 초가망자굿, 발원굿, 웅금전염불, 뱃노래염불, 등노래염불, 초롱가염불, 웅금전염불, 뒷풀이로 진행된다.
이중 부정굿은 굿청의 부정을 씻는 절차이고, 서낭굿은 마을신인 서낭신을 '골맥이'라고도 하여 '골맥이굿' 혹은 '골맥이 서낭굿'이라고도 한다. 이 골맥이굿은 오구굿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종류의 굿이든지, 무정굿 다음에 행하는데, 주로 그 마을의 성황신이 모셔진 서낭당 혹은 당에 가서 의식을 진행한다. 이 신이 그 마을의 주신이기 때문에 굿을 주관하는 신이 된다. 골맥이 굿에는 동해안 굿에서 주로 쓰이는 청보장단과 제마수장단 중 청보장단이 쓰인다.
그 뒤의 조상굿, 세존굿은 조상신과 세존신을 모셔 굿을 하게된 연유를 고하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생략하기도 한다.
초망자굿은 죽은이의 혼을 불러오는 절차다. 즉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는 오구굿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굿거리로 초혼의 의식이다. 따라서 이 굿거리는 죽은 영혼을 위한 오구굿에는 어느 지방의 어느 종류에든 다 있게 마련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넑청(晴)', '망제청(請)굿', '청혼(請魂)굿', '초가망석' 등으로 불린다. 동해안 오구굿의 초망자굿에는 드렁갱이, 쪼시개, 도장 같은 독특한 장단이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 뒤의 여러 염불들은 죽은이의 영혼을 달래는 절차, 그리고 마지막의 뒷풀이는 굿판의 여러 잡신을 접대하는 절차이다.
오구굿은 죽은이의 영혼을 달래는 절차가 핵심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즉 동해안 오구굿의 여러 염불이 바로 그것인데, 이 부분이 다른 지방의 오구굿과 다른 동해안 오구굿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다른 지방의 오구굿은 보통 바리데기공주의 설화를 서술해 가는 것으로 죽은이의 영혼과 그 가족을 달래는데, 동해안의 오구굿에서는 이 바리데기공주 설화 대신 육자염불·삼공잽이염불·외마디염불 등 여러 염불과 여러 놀이로 죽은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고, 그 가족을 위로하게 된다.
이 음반에 실린 것은 동해안 오구굿 중 골맥이굿과 초망자굿이다.
최 헌(부산대 국악과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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