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스페이스 홈(www.soundspace.co.kr)에서 퍼옴-
＊ 김찬섭 '비성'
▣ 봄버들처럼 피어오르는 상큼한 피리소리
우리나라는 각 지방마다 독특한 음악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육자백이토리를 바탕으로 한 민요와 판소리 등이 발달했고 서울·경기지방에서는 경토리를 바탕으로 한 민요와 잡가 등이 발달했다. 그리고 경상도 지방에서는 메나리토리의 음악이 발달했다. 그래서 전라도 음악이 구성지고 걸직한 반면 서울·경기지방 음악은 맑고 경쾌한 특징이 있고 경상도 지방의 음악은 씩씩하고 남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찬섭의 음악은 서울·경기지방의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음악은 이 지역의 음악의 특징을 닮아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맑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는 민요나 굿이 공연되는 소리판에서 오랫동안 피리주자로 활동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들이 그의 음악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 음반에는 피리와 태평소를 위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두 악기는 리드를 사용한다.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피리로 연주하는 '노랫가락', '창부타령', '긴 아리랑', '이별가'는 모두 이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들이다.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이 흥겨운 장단을 타고 경쾌하게 불려지는데 비해 '긴 아리랑'과 '이별가'는 느린 빠르기로 애절하게 불려진다. 김찬섭은 이들 곡을 마치 노래하듯이 섬세하고 감칠 맛나게 표현하고 있다.
다섯 번째로 수록된 대풍류는 본래 삼현육각편성으로 연주되는 곡으로 이 음반에서는 피리와 해금, 장구만으로 연주된다. '긴염불'로 시작하여 '반염불', '삼현도드리', '군악'을 거쳐 '굿거리'로 끝나게 되는데 장단과 가락이 춤에 맞아 무용반주 음악으로도 자주 쓰이는 곡이다.
태평소로 연주하는 '긴 아리랑'과 '고사리타령'은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곡들이다. 제대로 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태평소를 이만큼 섬세하게 연주한다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일이다. 이 음반에서 태평소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곡이 마지막 수록된 태평소 독주곡 능게이다. 이곡은 능게타령, 천수바라와 요잡바라, 자진모리, 휘모리의 다섯 곡으로 되어 있다.
천수바라와 요잡바라는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작법중에서 바라춤을 출 때 사용하는 음악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고, 불도를 깨우치게 하기 위해 지극한 상징성을 가지고 추어진다. 맑고 높은 태평소 소리가 독특한 장단에 맞춰 드높이 울려 퍼지면서 불자들을 법열의 세계로 이끈다. 천수바라와 요잡바라에 이어 매우 빠른 12박의 자진모리장단과 4박의 휘모리장단에 태평소 가락이 실리면 음악은 절정에 이르면서 신명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 자진모리와 휘모리장단은 농악의 대표적인 장단으로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장단이다. 우리는 이장단을 들으면서 집단적인 신명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태평소의 신명에 찬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으면서 우리들을 먼 옛날의 어린 시절로 이끈다.
이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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