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스페이스 홈(www.soundspace.co.kr)에서 퍼옴-
* 젊은산조 2
지난번에 이 자리에는 '산조에도 나이가 있다'고 말하고 난 뒤 젊은 연주자들의 작품에 (작품 산조)라는 이름을 달아주자. 많은 이들에게서 우스개 비슷한 항의를 받았다. "사정이 그렇다면 (늙은 산조)도 있느냐?" 그럴 때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다만 (산조)가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오랜 동안의 학습으로 이루어진 뛰어난 기량, 나이에 걸 맞는 편안한 완숙함, 욕망을 덜어내고 장단을 넘나들며 농창거리는 여유, 이 같은 표현에 걸 맞는 것이 말 그대로의 (산조)이다. 명인들의 연주를 듣다보면 어느새 그 가락에 빠져들게 되어, 지금 산조를 듣고 있다는 것조차도 종종 잊어버린다. 잘 연주된 산조는 편안하여 일종의 나른한 권태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산조는 어떠한가. 이제 막 기계적 학습을 마치고 예술의 문턱에 들어선 이들이 연주하는 풋풋함, 잔뜩 긴장하여 어깨에 힘을 주고 농현 하나하나를 꽉 채워서 하는 철저함. 장단을 꼭 맞추면서도 기존의 연주에 대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도전취향, 이런 말들로 수식할 수 있는 산조 말이다. 나는 이런 긴장을 (젊은 산조)라고 말한다. (젊은 산조)는 확실히 있다.
산조는 논리적인 음악이다. 가장 작은 단위는 한 장단에 있으며, 몇 장단이 모여서 일정한 감정을 단락 phrase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단락은 슬프거나 기쁜 감정의 단위가 되어서 발전해 나간다. (젊은 산조)는 '하나~둘' 하고 입장단을 치면서 들어야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작은 장단에만 신경이 쓰여 단락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젊은 산조)는 아기자기한 작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꽉 차있는 풋풋한 음악을, 느슨하고 권태로운 것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이 (젊은산조)를 연주하는 이들을 지향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덜어낸다'고 말한다. 치열한 욕망이 삭아들고, 감정이 덜어내져 덤덤한 흐름을 지니게 될 때, 비로소 (산조)가 되는 것이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산조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에 값 할 만큼 썩 젊다.
* 가야금 산조
가야금 산조는 이지영의 것이다. 이지영의 소리는 오랜 숙련을 거친 견실한 탄법이 돋보인다. 당당한 우조로 진양조의 첫머리를 자신 있게 내는 기계가 좋다. 열한 번 째 장단부터는 계면조 단락이 되어 정서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오면서 그가 가야금에 쏟아온 공력이 확연히 드러난다. 휘모리의 평조로 변조되는 부분이 특히 들을만하다.
* 피리 산조
관악 산조에는 우조 선율이 상대적으로 많아 진양이나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에도 우조 가락이 많다. 이 우조 가락에는 관악선율의 특징인 살짝 띄어서 농현하거나, 밀어 올리는 소리가 많이 출현하는데 김재영은 이 대목을 아주 능숙하게 불었다. 관악이의 우조 선율이 주는 묘한 자극적인 맛을 이 피리 산조는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계면에서도 소리내기 까다로운 음들을 적절한 힘의 조절로 아주 부드럽게 소리낸다. 김재영의 절제된 성음은, 그가 피리에 쏟은 시간과 공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 거문고 산조
거문고 산조는 허윤정의 것이다. 거문고 소리는 무겁고 장중하다. 상당히 낮게 조율된 이 거문고는 그래서 대현의 장중함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진양을 평우조로 시작하면 거문고의 묵직한 소리의 특색이 살아난다. 대부분 짧은 산조를 탈 때는 계면조로 시작하는데, 허윤정은 우조 가락으로 시작하여 거문고 소리의 특성을 보여준다. 우조 가락의 기본음이 충실하다.
* 아쟁 산조
서영호의 아쟁산조는 날렵하다. 그는 감정에 충실하기 위하여 독특한 활대법을 쓰고 있다. 활대에 힘을 빼서, 특유의 음조 톤을 파격적으로 보여준다.
아쟁은 계면선율이 장기이다. 서영호는 아쟁의 호소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계면 성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연조가 더해, 넘치는 대목이 멀어지고 묵직해지면 이 산조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젊은 산조2)의 반주도 김청만의 장고로 이루어졌다. 그는 젊은 연주자들을 위하여 지도적 위치에서 참여한 아주 좋은 반주자이다. 가야금 산조에서는 특히 악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다만 피리에서는 그 같은 느낌이 다소 부족하다. 산조는 장고와 악기가 각기 제 몫을 하여 다양한 역돌적 조화가 창출되어야 한다.
유영대(전주우석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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