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스페이스 홈(www.soundspace.co.kr)에서 퍼옴-
* 안숙선의 '지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知音(지음)'이라고 부른다. '소리를 안다'는 말이 친한 벗을뜻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예전에 백아 라는 거문고의 명수가 있었는데, 그이의 거문고 소리를 친구인 종자기가 가장 섬세하게 감상하였다고 한다.
백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종자기는 그 소리의 서쪽 안에 있는 의미를 찾아서 감상하였다. 음악을 듣고 연주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는 점에서 그는 백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이자 비평가였다.
어느날 종자기가 먼저 죽게 된다. 그러자 백아는 자신의 소리를 아는 이가 이제 세상에 없음을 서러워하고 거문고 줄을 끊었다 한다.
'음악의 곡조를 잘 안다'는 말이,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멋'을 의미하게 되는데는 바로이 사연이 있다. 한국음악의 정상에 있는 서용석, 윤윤석, 김무길, 김청만, 안숙선, 안옥선 등 여섯 명의 예술가가 '지음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곡도 만들고 연주도 하면서 우리 음악의 방향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이들이 만나서 이룬 첫 번째 모색으로 이 음반이 나오게 되었다.
처음 곡은 〈구음시나위〉다. 이 음악은 살풀이 장단으로 시작하여 서러움을 표출하다가 자진모리와 엇모리, 동살풀이로 가면서 흥겨운 분위기가 강조된다. 목소리와 악기들이 한데 어울어져 주변을 서럽게 물들여간다. 시나위 음악은 대체로 앞대목에서 엇걸어가는 묘미가 가장 잘 나타난다. 장단과 선율이 정박에서 만나는 대목은 처음에는 드물다. 한 박자를 먹은 다음에 장단의 사이사이로 선율이 나오거나, 혹은 선율의 사이사이로 나오는 장단의 어울림이 줄다리기를 연상시킬 만큼 자극적이다.
두 번째 곡은 〈판소리〉로,〈춘향가〉 중에서 〔오리정 이별대목〕이다. 본격적인 판소리의 맛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이별의 정서가 슬프게 노래되면서, 장단의 다양한 변화와 맛이 재미나게 대조되는 멋지게 짜여진 부분이다.
안숙선의 소리는 맑고 곱다. 특히 그이가 높이 질러내는 소리를 듣노라면 머리털이 서는 듯한 섬찟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이내 우리의 머리를 개운하게 안정시킨다. 굵고 거친 맛은 없지만, 충분히 감동적인 소리이다. 안숙선의 소리가 김청만의 북솜씨와 잘 어울어지는 좋은 대목이다.
세 번째 순서는 〈육자배기〉이다. 이 노래는 남도의 대표적인 민요이다. 석줄짜리 노랫말은 대체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님을 찾아갈 길이 천리만리라서 가지 못하고 수심탄식한다는 내용이거나, 꿈속에서 만난 님을 깨고 나서 더욱 그리워한다는 절절한 내용이다.
노래말도 절절하거니와, 노래의 가락 또한 엄청난 높은 음과 다양한 시김새로 이루어져 아주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에 맞춰 실꾸리처럼 풀어내는 그리움의 사연이 썩 아름답다.
다음 노래는 〈흥타령〉이다. 〈흥타령〉역시 남도의 민요이다. 느린 중모리 장단에 얹어 육자배기와 같은 정서로 부른다. 〈육자배기〉나 〈흥타령〉은 노래되는 단락마다 선율이나 가사를 변이 시켜서 부른다.
다음 노래는 〈민요연곡〉으로 '둥당개 타령', '까투리 타령', '남원산성', '강강술래', '널뛰기 노래', '달맞이', '팔월가'등이 차례로 실려 있다.
이 노래들은 덜 복잡하며 함께 불러서 독특한 분위를 연출하고 있다. 노래의 이름이 보다 구체적인 이 민요들은 나름대로의 후렴구를 가지고 있고, 가사도 일관성 있게 연결된다.
마지막 노래는〈갈까부다〉이다. 이 노래는 오페라로 친다면 아리아에 해당되는 것으로 춘향이가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노래되고 있다.
판소리 연창방식처럼 북반주로 만 노래하지 않고 장고가 반주하며, 대금과 아쟁이 선율을 도와줘서 사뭇 다른 맛이 난다.
'지음'은 전체적으로 서러운 정서가 강하게 배나오는 계면조 일색이다. 남도 음악은 서러운 정서룰 강하게 표출한다. 육자백이 목으로 '꺽고' '떨며' '뻗어내는'것만으로 사람의 슬픈 정서를 여과 없이 직접 토로하고 있다. 안숙선의 맑고 고운 소리는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빛을 연상케 한다. 서용석의 힘찬 대금소리와 윤윤석의 가슴을 베어내는 아쟁 소리가 어울어진다. 그런가 하면 김무길의 거문고와 안옥선의 가야금이 가슴의 격정을 토로한다. 이들을 조절하는 것이 김청만의 멋들어진 장고이다. 아마도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통하는 멋을 원한다는 뜻이 이 모임에 잘 나타나 있는 듯하여 반가우며, 그들이 처음 작업한 이 음반을 함께 들어보고 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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