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해설서에서 :
탄생, 대구아리랑 -창작 아리랑의 가능성-
I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은 맞는 말일 수도 있고, 맞지 않는 말 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은 특수성을 강조한 것이니 세계가 우리 것을 이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 않는 한 보편성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논리에 적용되는 우리의 '세계적인 것', 그것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가장 우리적인 것이어야 하고, 다음은 이미 어느 정도는 세계성에 접근해 있을 만큼 보편성을 공인 받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리랑 말고 어떤 것이 이에 적용될 수 있겠는가? 친근한 3음절의 아-리-랑, 우리 시가의 한 전통인 3음보격의 후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ㅏ???ㅣ???ㄹ???ㅇ?이란 음소의 결정체, 2행 1련의 사설에 후렴이란 단순한 형식, 여기에 근원(根源) 까지를 함축한 역사성, 그에 담긴 민족사적 원상성(原傷性), 그리고 듣거나 부를 때 같은 마음으로 동화하는 연대감, 이런 것들로 하여 아리랑은 남과 북은 물론 세계 135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구성원 모두가 '민족의 노래'로 꼽는 '민요 그! 이상의 노래'이다. 이로서 아리랑은 가장 우리 것 다운 것임이 입증되어 특수성이 인정된 셈이다. <아리랑상>(Arirang Prize)은 세계 유네스코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포제도'(Proclamation of the 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의 일환으로 1998년 세계유네스코가 가치 있는 세계 구비문화유산의 전승을 위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격년제로 각 3만 달라를 지원하는데, 제1회 수상은 필리핀의 '후드후드 송가'(Hudhud Chants of the Ifugao)와 기니의 '소소발라 공연단(Cultural Space of Sosso-Bala in Niagassola)이, 제2회는 2003년 11월, 남서 태평양 바누아투 공화국의 '모래 그림'(Sand Drawings)과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피그미 춤'이 수상했다. 이로써 '아리랑'은 세계 가치 있는 구비문화 유산의 상징어가 되어있다. 이렇게 유네스코가 ?아리랑?을 구비문화유산 지원제도의 상징어로 채택한 것은 아리랑의 자생력, 바로 시공을 초월하여 전승되는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표본으로 삼고자 해서이다. 또한 각각의 아리랑마다 특징적인 토리를 지닌 사실을 민족음악학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 이다. 이것은 바로 아리랑의 세계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증으로서 거의 유일 한 세계적인 브랜드이며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Ⅱ
민요가 생성되지 않는 시대, 민요가 필요하지 않는 시대인 오늘날에, 남북은 물론 135개국 교민 사회를 아우른 민족구성원 모두가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공인 한 이유를 이번 <대구아리랑>의 탄생에서 확인 할 수도 있다. <대구아리랑>은 분명 창작 아리랑이다. 그러나 따진다면 창작 아닌 아리랑이 강원도 아리랑(긴아라리.자진아라리)말고 어떤 것이 있는가. 밀양아리랑이 1920년대, 진도아리랑이 30년대, 하물며 아리랑의 대표라는 의미로 불려지는 본조아리랑(서울?경기아리랑)이 1926년 개봉된 영화<아리랑>의 주제가이고 보면 거의 모든 아리랑이 창작 아리랑인 것임을 알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시사 받을 수 있는 것은 전통이란 반드시 옛 것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공동체에 의해 전승될 수 있는 내외적인 요건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가 문제일 뿐인 것이다. '아리랑'이라고 할 때는 명칭에서 '아리랑'을 쓰며 여음에서 '아리랑' 또는 '아라리'를 쓸 경우, 그리고 아리랑으로 인식하고 부를 경우만을 한정한다. 이것이 아리랑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인! 데, 창작의 경우 작사자나 작곡(작창)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미 아리랑의 정체성을 따르게 된다. 이는 자기동일화의 장치이기도 하다. 이것은 전승 요건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고개로 나는 넘어가네(후렴)
1) 어데예 아니라예 핑계만 찾지말고
1) 좋으면 좋다고 눈만껌벅하이소
2) 팔공산 수태골 감도는구름아
1) 우리님도 내못잊어 그리떠도느냐
3) 아이구 이문둥아 좋다말만말고
1) 추야장 긴긴밤에 날찻아오이소
4) 금호강 밝은달이 휘영청떠오면
1) 가신님 그리워서 내못살겠네
5) 경상감영 선화당은 대구의자랑
1) 아름답게 보존하여 후세에남기세
6) 비슬산 참꽃필때 슬피우는 소쩍새
1) 우리님도 내그리워 피토해 우더냐
형식은 2행 1련에 여음을 쓰고 우리 노래의 기본 율격인 3음보로 아리랑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세마치장단을 쓰고 있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과 장르확산을 가능케 한다. 특히 후렴 1행에서 도약음으로 치어 올라 2행의 ?나는 넘어가네?라는 의미를 세워주고 있다.
내용은 후렴 1행 종결에서 "…아라리요"가 아닌 "…아라리가 났네"라고 하여 밀양아리랑에서와 같이 경상도적이고 활달함을 준다. 전 6절의 사설은 잔잔한 감흥을 준다. 특히 팔공산.금호강.선화당.비슬산은 대구의 시각적인 상징이고, '어데요 아이라예' . '이 문둥아'. '…이소?는 청각적인 상징으로 경상도적인 정감을 상징하는 시어로 이루어져 평이하면서도 친근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내용은 대구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고, 형식 역시 우리적이면서 꿋꿋하여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으며 후렴의 정서적 공명에서 연대감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볼 때 이번의 <대구아리랑>은 굳이 표현한다면 '대구바디' 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창작에서부터 음반화 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민요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비상업적인 동기에서 태어났고, 제한적이기는 하나 두 번의 대중공연에 의해 민중적인 동의와 대구시의 후원을 얻어 공인을 받은 것은 물론, 2차적인 확산을 위한 음반화 작업에 있어 학계와 국악계는 물론 양악계도 함께 한 것이 바로 현대적인 민요창작의 바람직한 전승체계일 수가 있다는 점에서다. 되풀이해서 말하면 이번 음반 <대구아리랑>은 대구민의 합작이라는 것이다.
III
이번 음반화에는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작창은 영남민요 발굴과 보급에 힘써 온 명창 정은하(47. 영남민요보존회)회장이 맡았다. 영천이 고향임으로 대구.경북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소리꾼으로 '안정적인 소리 목'의 소유자이다. 10여년 전부터 방송과 학계와 연계하여 영남지역 민요 발굴과 재현, 보급에 앞장서 왔는데, 특히 2001년 중국동포들이 일제하에서 부르던 것이 북한으로 가 널리 불려지는 영천아리랑을 입수, 보급하는데 크게 기여했는데, 이것은 영천아리랑을 귀향시킨 것일 뿐만 아니라 해외 전승 아리랑을 처음으로 국내에 보급시킨 의미 있는 업적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소리꾼들이 해내지 못한 업적으로 이번 <대구아리랑>의 작창, 보급과 함께 평가받을 일이다.
작사가는 경북대 김기현교수로 오랫동안 (사)한민족아리랑연합회 대구.경북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일찍이 <밀양아리랑의 형성과정과 구조>와 <아리랑요의 형성시기>라는 논문을 통해 지역 아리랑 연구를 촉구 시킨바도 있다. 이러한 바탕에은 나무람이 없다.
전곡의 편곡과 지휘는 이수준이 맡았다. (사)한국국악협회 대구광역시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free뮤지션으로 국악.양악.째즈를 넘나드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의 편곡 작품 중 아카펠라 합창이 돋보이는데, 이는 아리랑을 주제로 한 첫 작품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 아카펠라는 후렴 부분을 주제로 여음화 하여 소년소녀합창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리랑이 갖는 친근감을 충족 시켜 주어 매력적이다. 또한 2악장 형식의 합창은 편곡의 묘미가 한껏 발휘된 작품으로 특히 현악기의 적절한 배치로 감미로움을 자아냈다. 마지막 사설낭송에서는 직접 대금 연주까지 맡기도 했다. 어떻든 이번의 편곡은 하나의 아리랑 주제가 다양하게 '크로스 오버'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아리랑의 장르 확산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전체적인 총감독은 대구교육대 한국음악과 이인수교수((사)한국국악협회 대구광역시지회장)가 맡았다. <소리극 아리랑>에서 대금독주를 맡기도 했는데, 행정문제에서 현장지도까지 챙겨 쏠리스트들과 많은 인원의 합창단 그리고 연주자들 간의 화음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문의:아리랑연합회 사무국장 기미양(02-725-1945/016-261-501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