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해설서 중)
이선유의 녹음에서 사설이 일부 와전된 것을 볼 수 있으며 사설을 비교적 분명하게 발음하는 것으로 느껴진다.1991년 7월 10일 이선유의 녹음을 들은 김소희는 "이선유의 녹음을 처음 들어보는것이데 아주 맑고 좋은 목청을 지닌 명창이며 유성준보다 동편제에 가깝다"고 했다.이선유는 동편제 특유의 들고 나가는 성음이 돋보이며 소리 끝을 힘있게 끊어서 매듭을 짓는다.상성이 약해서송만갑처럼 높히 질러내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 연마한 중성과 하성은 아주 구수한 맛이 있다. 빠른 중모리 장단에서 박을 밀고 당기는 붙임새는 가히 신의 목놀림이다.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이선유는 너무 고지식하다고 생각 될정도로 소리를 원칙대로 한다.그의 판소리는 극도로 절제된 소리이고 양념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추임새를 끌어내려고 온갖 재주를 부리고 자극적인 양념을 가미해서 화려하게 꾸민 요즘 판소리에 비하면,이선유의 판소리는 나름대로 지닌 참맛을 찾기가 어렵다.그러나 들으면 들을 수록 이끌리는 소리가 바로 이선유의 소리이다.아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쌀밥을 자꾸 먹다 보면 그 깊은 맛을 잊지 못하듯이,이선유가 진양조 장단에서 우조 성음으로 진중하게 부르는 담백한 소리는 누룽지 ,숭늉맛처럼 질리지 않는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이선유의 녹음을 들어보면 고제의 모습이 많이 발견되는데 지금은 물론이고 65년 전,녹음 당시에도 상품성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신제에 밀려 고제가 도태되던 당시 이선유의 판소리는 팔릴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뚜렸한 제자를 남기지 못했고 그의 판소리는 결국 전승이 끊어졌다.지금은 이선유의 창본과 녹음이 일부 남아,귀명창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진 그의 예술을 조금이나마 중명하고 있을뿐이다.
2003.4.30 문예진흥기금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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