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한국의 악기는 원래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악기들을 함부로 섞어 놓으면 樂이 아닌 惡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런 이유에서 각 악기의 특성이 만날 땐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서로 해치지 않으면서 서로를 드러나게 해주고, 배려해주면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재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를 아우르며 연주하는 가장 좋은 음악형태를 ‘실내악’이라 하고, 이것이 더욱 확대되면 ‘관현악’이 된다.
관현악은 ‘장중함’의 무거움으로 음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음악형식이다. 그러나 자칫 무겁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만큼, 악기간, 악기군(群)의 만남에 특별한 조율이 필요하다. 심각하되 해결의 느낌이 있는 관현악, 깊이 있되 언제든지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진지한 경쾌함, 그런 것들이 합해지면 관현악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 되길 기원한다.
유은선에 대한 시각 - 윤중강(음악평론가)
우리말 사전에서 숙성이라는 단어는 ‘충분히 이루어짐, 효소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발효된 것이 잘 익음’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숙성(熟成)이란 단어를 작곡가 유은선의 음악적인 행보에도 적응할 수 있다. 유은선은 1988년 동아콩쿠르(동아음악콩쿠르 국악작곡부분 1위)를 통해서 국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아가(雅歌)’라는 작품으로.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실내악곡이다. 곡명에도 등장하듯 악기들의 연주가 노래를 지향하고 있다. 유은선의 그간의 음악적인 행보는 이러한 아(雅)와 가(歌)와 함께 한 20여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은선은 여성실내악단 ‘다스름’을 창단한 후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1990년대 그는 방송작가와 편곡자로서 활동을 했다. 사실 이외에도 방송진행, 공연기획, 축제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의 작곡가로서의 활동이 묻히기도 했다.
유은선이 작곡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은 2001년! 그의 첫 번째 작곡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일곱 번째 작곡발표회는 어떤 측면에서 그의 음악생활 20년, 본격적인 창작생활 10년을 결산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관현악’이다.
그동안 노래를 통해서, 실내악을 통해서, 음악적으로 숙성된 자신의 음악을, 이제 관현악의 세계로 확산하는 의미로 비춰진다. 성악-실내악-관현악으로 이어지는 음악적인 행보는 창작가로서 바람직한 음악적 행보라 할 수 있다.
사실 국악계에서는 암묵적으로 기악곡 혹은 관현악곡을 쓰는 작곡가를 더욱 인정하고, 노래곡 혹은 실내악 소품을 쓰는 작곡가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해왔다. ‘16마디의 노래곡이 16분의 관현악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간 우리 국악계는 어느 면에서 기악 전공자들이 많아서 기악곡은 많이 만들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성악곡은 적었다.
유은선은 이런 부족한 노래곡을 공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아정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했기에 우리 시대의 최고 명창인 안숙선, 김영임을 비롯해서 이금미, 이영신, 강권순, 이선희, 박애리, 서정민 등도 모두 그가 작곡한 노래를 흔쾌히 무대에서 불렀던 것이다. 특히 김호성(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보유자 후보)과 지순자(가야금산조 및 병창 명인)도 유은선의 창작무대에 동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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