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자료는 해설서 내용(영어 해설은 제외)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서승우 학예연구사께서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남사당 호적수 송복산
송복산(宋福山, 본명 昌善)은 1911년에 태어나서 1984년에 타계한 남사당의 호적수이다. 1964년에 남사당의 꼭두각시놀음이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될 때에 남운용(南雲龍, 일명 亨祐)과 함께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이때 역할은 '악사'였다.
송복산은 경기도 송탄(당시 이름 쑥고개)에서 태어났다. 그후 그의 성장 과정이나 호적 학습 내력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송탄에 살고 있는 부인 석송이(79세)에 의하면 송복산이 어려서부터 초적을 즐겨 불었다는 말을 시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당시 송복산은 송탄ㆍ오산 일대에서 호적을 잘 부는 이로 소문이 나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호적 학습 내력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증언을 해주지는 못했다. 성환 출신인 석송이는 그의 나이 스물세살에 송복산과 결혼하였는데, 그때 송복산의 나이는 서른네살(1944년)이었다.
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보고서(조사자:박헌봉, 이두현)에 의하면 송복산은 삼십세(1940년)에 호적의 명인인 방태진으로부터 호적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의 나이를 감안할 때에 그때 호적을 처음 배운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호적 연주를 하고 있었지만 그때 방태진을 만나 재학습을 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송복산으로부터 호적을 배운 제자들에 의하면 그가 자신의 선생 이름을 뚜렷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건데 송복산은 뚜렷한 사사계보의 한 자리에 위치한다기보다는 자기 취미로 호적에 입문한 후 여기저기에서 토막가락을 배우고 스스로 익혀 일가를 이룬 이로 보인다. 가락을 배운 여러 선생 중 방태진도 그 중의 하나였다고 보면될 것 같다.
송복산이 언제부터 남사당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해방 직후 남운용 등이 옛 '원육덕패'를 재규합할 때에 참여한 사람의 명단에 송복산의 이름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남사당에 관계한 것으로 보인다. 남운용의 처로 현재 남사당놀이보존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계순(71세)에 의하면 송복산이 스무살때(1930년)쯤 남사당 행중에 들었다고하나 구체적으로 누구의 행중을 거쳤는지는 확인이 안된다. 역시 당시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는 어려서부터 남사당 행중에 참여했다기보다는 쑥고개의 제법 이름난 호적수로서 남사당패에도 불려가 생활을 같이한 경험이 있는 이로 보면 될 것 같다.
남사당패는 대개는 남자들만으로 집단을 이루고 각지를 떠돌며 각종 기예를 보여주고 밥을 먹던 유랑예인집단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기예는 여럿이 있는데, 심우성의 "남사당패연구"에 의하면 풍물놀이,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보유한 기예와 집단 운영방식 등에 의해 사당패, 솟대쟁이패, 걸립패와 구별된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이르면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한 쪽에 있던 사람이 다른 쪽으로 넘나들기도 하였다.
남사당패는 대략 사오십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이하 심우성의 "남사당패연구" 참조). 위로는 우두머리인 꼭두쇠와 그를 보좌하는 곰뱅이쇠로부터 각 종목의 선임자인 뜬쇠와 그 밑의 가열, 삐리로 구성되었다. 뜬쇠는 남사당의 연희 종목이 다양한 만큼 그 수가 제법 많았다. 상쇠인 상공운님, 징ㆍ장구ㆍ북ㆍ벅구의 선임인 징수님ㆍ고장수님ㆍ북수님ㆍ벅구님, 호적을 부는 회적수님, 무동인 상무동님, 선소리꾼인 회덕님, 대접돌리기의 버나쇠, 요술을 하던 얼른쇠, 땅재주꾼인 살판쇠, 줄타기꾼인 어름산이, 탈놀이를 하는 덧뵈기쇠, 꼭두각시놀음의 덜미쇠가 있었다. 호적수도 뜬쇠의 하나로 인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해방전에 유명했던 남사당패로는 오명선패, 심선옥패, 복만이패, 원육덕패, 이원보패 등이 있었다고 한다. 꼭두각시놀음의 기능보유자였던 남운용과 양도일은 이들 남사당패에 일찍부터 몸담고 기예를 익혔다. 그러나 송복산이 이중 어느 패에 참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해방후 송복산이 이들과 즉시 합류가 되는 것으로 보아 이미 남운용, 양도일과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인 석송이에 의하면 송복산은 당시 남운용, 양도일, 송순갑, 최은창 등과 친하게 지냈고 특히 남운용과는 형제간처럼 가까웠다고 한다.
해방후 송복산의 삶의 궤적은 다른 남사당 출신의 일반적인 활동 방식과 같이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비록 예전 같지는 않아도 남사당패는 그 면모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해방후의 상황은 달랐다. 아마도 남운용을 중심으로 옛 남사당패를 재건하려는 움직임은 몇번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규모의 집단을 유지하며 많은 기예를 보이는 예전의 활동 방식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남사당패는 서서히 와해되어 가고, 변질되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대가 바뀌며 생존 방식도 바뀐 것이다.
남사당의 여러 기예 중 그래도 대중적인 호응이 좋기는 풍물이었다. 그래서 주요 활동도 크게는 농악대에서 작게는 걸립패로 옮겨갔다. 전쟁후 많은 농악대회가 있었는데 남사당 출신들도 남운용을 중심으로 농악대를 조직하여 이들 대회에 출전하였다. 이때는 대개 관의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농악대 활동이란 한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시적인 생계의 수단은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륙십년대에 주력한 활동은 걸립이었다.
걸립패는 많으면 십오륙명에서 적으면 육칠명으로 구성되었다. 화주와 고사꾼을 중심으로 각 치배와 짐꾼인 탁자 등으로 구성되는데, 걸립 후 각자 자기 몫을 나눠 받았다. 주로 촌으로 걸립을 다니는데, 한 곳에 숙소를 두고 그 숙소를 중심으로 원을 이루는 지역을 차근차근 더듬어 나갔다고 한다. 당시 걸립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이때의 고생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걸립도 점차 어려워지면서 칠십년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칠십년대에 충남 등지에서는 매년 농악대회가 열렸는데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각 군마다 입상을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외지에서 사람을 얻어오는 것이었다. 이때 표적이 된 것이 바로 남사당 출신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뿔뿔이 헤어져 각 군의 대표로 대회에 참가했고 그 대가로 상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 이들이 많이 간 곳은 당진, 서산, 연기, 공주, 부여, 천안 등이었다. 남사당패는 이런 식으로 해방후의 세월을 이겨내었고, 송복산도 이 중의 하나였다. 여기저기 농악판이 벌어지는 곳에서 한을 풀듯 자신의 가락을 풀어놓은 것이다.
이러한 활동과 별도로 송복산은 1964년에 남운용과 함께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음은 앞에서 말했다. 인멸 위기에 놓인 기예능을 보호하고 전승하자는 취지에서 1962년에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자 남사당놀이도 첫번째 조사대상이 되어 그중 꼭두각시놀음이 제3호로 지정이 되었다. 국가가 제공한 유형, 무형의 지원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된 듯하다. 그러나 전승이라는 면에서 볼 때에 판이 제거된 전승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같이 보여주었다. 현재 남운용의 삼남인 남기문(43세)이 호적의 이수자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송복산의 가락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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