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한국고음반연구회 음향자료선집(23)
한국음반학 제27호(2017) 부록 CD
<신파의 탄생, 장한몽> 음반을 발간하며
한국고음반연구회 음향자료선집(23)으로 <신파의 탄생, 장한몽> 음반을 발간한다. 이번 음반은 한국고음반연구회 2017년 총회에서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의 제안으로 기획되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과 한국고음반연구회가 공동 제작하였다.
한국고음반연구회가 그 동안 수집, 연구하고 있는 자료 중 전통음악을 제외한 대중음악, 연극, 영화 등 수 많은 분야의 유성기음반의 경우 관련 분야 연구가 그리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고음반연구회가 음으로 양으로 이러한 자료들을 발굴하여 연구자들에게 끊임없이 연구 자료로서 유성기음반을 제공해 왔지만 본 연구회에의 성격상 주로 전통음악 관련 자료를 대중들에게 공개하다 보니 부족함과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다. 따라서 한국음반학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관련 자료들을 음향자료선집으로 발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그 첫 시도로 장한몽 관련 유성기음반들을 정리·복각하기로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장한몽은 우리나라 신파의 첫 시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이자, 극이며, 노래이자, 영화이다. 우리나라의 장한몽은 일본의 오자키 고요가 요미우리 신문(讀賣新聞)에 연재한 소설을 조일재가 번안하여 매일신보(每日申報)에 장한몽(長恨夢)로 연재하여 유행한 것이 처음이다. 최근에 일본의 학자 호리 케이코(堀啓子)는 금색야차의 저본(底本)이 BerthaㆍMㆍClay의 Weaker Than a Woman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바 있듯이, 영국 여류 소설가의 작품을 저본으로 탄생한 금색야차가 장한몽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한몽은 근대기에 팽배했던 배금주의에 대한 비판과 비극적인 애정 서사로 큰 유행을 가져왔고, 연극을 필두로 하여,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으며, 연극이나 영화에 삽입되었던 노래 장한몽가 또한 저자거리에서 크게 불려지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종을 양산했고, 그러한 모습들이 유성기음반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복각하는 <신파의 탄생, 장한몽> 음반에서는 회원인 국악음반박물관의 노재명 관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이진원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장한몽 유성기음반으로 영화극, 연극, 판소리, 서도소리로 남겨진 장한몽을 수록하게 되었다. 연극에서는 희극화된 장한몽이, 판소리와 서도소리는 전통음악으로 그 장르가 전환된 장한몽이 이채를 띤다. 아무쪼록 이 음반을 통해서 공연예술계 전반에 걸쳐서 많은 영향을 끼쳤던 장한몽이 새롭게 연구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 한국고음반연구회
<신파의 탄생, 장한몽> 음반 해설
1. Columbia 40005-A(20561)
映畵劇 長恨夢(三) 徐月影 卜惠淑 說明金永煥 노金香蘭
短蕭金桂善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2. Columbia 40004-B(20562)
映畵劇 長恨夢(四) 徐月影 卜惠淑 說明金永煥 노金香蘭
短蕭金桂善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20세기 초 장한몽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가 기획된다. 연극에 이어 제작된 장한몽은 1920년 제작된 이기세 감독의 장한몽이 최초라 할 수 있다. 이 장한몽에서는 여배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마호정이 출현했다. 이후 이경손 감독이 번안자 조일재의 각색 및 기획으로 제작한 장한몽(1926)이 상영되어 유명세를 탔다. 이경손 감독의 영화는 단성사에서 공개되었는데 신민요 “처녀총각”으로 유명한 강홍식이나 영화 아리랑의 나운규가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해방 후에는 김달웅 감독의 이수일과 심순애(1965), 신상옥 감독의 장한몽(1969), 김기 감독의 가버린 사랑(1973), 정재진, 전유성 감독의 순애 내사랑(무성영화 변사극 이수일과 심순애)(2006) 등의 작품이 제작되었다.
콜럼비아에서 제작한 영화극 장한몽은 변사로 유명했던 김영환이 설명을 맡고, 서월영, 복혜숙 등 배우들이 대사를 담당하였다. 노래는 김난향, 단소는 김계선, 그리고 반주는 조선극장관현악단이 참여했다. 대사를 맡은 서월영과 복혜숙은 현철이 설립한 조선배우학교조선배우 학교 1기생이었다. 이들은 박제행 등과 함께 토월회에서 함께 활동하였는데, 토월회에서는 1920년대 주요한 레파토리로 장한몽을 공연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콜럼비아의 영화극 장한몽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토월회의 장한몽의 일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볼 수 있다.
위 영화극 장한몽은 대동강변에서 이수일과 심순애가 이별하는 유명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음악에 대해서는 김희진의 “영화극 <장한몽> 음악 연구”가 있는데, 위 논문에서 고증 영화극 장한몽의 음악은 아래와 같다.
도표 : 생략
3. CHIERON RECORD 37-A
戀愛悲劇(守一과順愛) 西洋長恨夢(上)
徐月影․金蓮實 伴奏시에론管絃樂團
4. CHIERON RECORD 37-B
戀愛悲劇(守一과順愛) 西洋長恨夢(下)
徐月影․金蓮實 伴奏시에론管絃樂團
1930년대 다양하게 시도된 장한몽의 변형을 알 수 있는 음반이다. 콜럼비아에서 장한몽을 취입했던 서월영과 당시 여배우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연실이 이수일과 심순애로 음반을 취입하였다. 김연실은 일제강점기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배우와 가수로도 활동하였는데, 해방 후 한국전쟁이 나자 월북하여 북한에서 활동을 하였으며 인민배우로까지 대우받았다.
서월영은 일제강점기 토월회를 통해 배우가 되었는데, 초기 동양극장의 전속극단 청춘좌 소속으로 활동했다. 1930년대 이후에는 청춘좌를 탈퇴하여 신파극과 신극 사이의 중간극을 표방한 중앙무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일제 말에는 친일 국책 영화에 참여했던 영화배우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에론에서 취입한 연애비극 서양장한몽은 비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원 장한몽을 패러디한 넌센스 극이라 할 수 있다. 이 서양장한몽의 기본 골격도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별을 주요한 장면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극 사이에 연극 배우인 서월영과 김연실의 본심을 담은 대사로 삽입하여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음반 앞면에는 극의 장면을 파리로 설정하는 대사 “이것은 서양 장한몽이니까 파리대학이지요”가 나타나고, 다툼이 있는 이별을 결투로 설정하여 “결투는 다 서양식입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또 이수일이 심순애를 때릴 때는 “어째 거 잘 되지가 않습니다. 동방과 아시아 조선이라는 곳에서는 명배우들이 가끔 가끔 이런 연극을 한답니다. 아 그런데 이곳은 파리니까 아까 그대로 눌러 들으십시오.”라든지, “아프더라도 연극이니까 참아야 한다. 아 이것은 동양 연극이니까 말이야 여자가 말아니 들으면 남자는 화가 나서 때리는 거야”, “순애노릇 두 번만 하면 맞아 죽겠다. 아파도 참아라.” 등의 대사를 넣고 있다. 오늘날 희극인들의 연극에서 자주 보이는 연기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음반 뒷면에는 죽지 못해 세상을 비관하는 이수일이 심순애와 함께 죽자고 하니 “죽기 싫다. 너 혼자 죽어라.”하고 심순애가 받아치고, 이수일이 화가난다고 하자 “화가 나거든 소방가나 되지”라고 한다. 죽이겠다고 하자 “죽이면 너는 마음이 시원하지만 죽는 나는 원통해서 못죽겠다.”고 당차게 받아친다.
뒷면 말미에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별의 장면을 서울 지역에서 전승되어 전해지는 통속 민요의 하나인 이별가에 담아낸다. 이별가는 서울 지역의 긴아리랑과 그 음악이 흡사한데 무장단의 유장한 가락이 슬픔을 더욱 배가시키는 명곡이다. 본 음반에 수록된 이별가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모란봉이 변해 대동강이 될지라도, 이별이야 이별이야 한번 가면 아니오나.”
5. Polydor X-510-A 劇 長恨夢 沈影 申銀鳳
6. Polydor X-510-B 劇 長恨夢 沈影 申銀鳳
심영과 신은봉이 취입한 극 장한몽 음반이다. 심영의 본명은 심재설(沈載卨)로 경성제이고등보통학교(현재의 경복고등학교) 재학 당시 무용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 활동과 사회 활동을 했다가 퇴학을 당한 후, 토월회 연구생으로 입단하며 연극을 시작한 배우이다. 30년대 후반에는 극단 고협에서 활동했고, 친일 단체인 조선연극문화협회에서 간부로 활동하며 친일 연극에 참여하였다. 해방 후 좌익 연극 활동을 하다가 월북하여 조선영화인동맹 위원장 겸 조선문화예술인총동맹 부위원장,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연기과장, 평양연극영화대학 강좌장 등을 역임하여 공훈배우, 인민배우까지 되었다. 신은봉은 평양여자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취성좌 김소랑 일행에 입단하여 가극단 활동을 한다. 취성좌 해산 후 조선연극사에 참여하였는데, 연극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피아노 반주에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단조 장한몽의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이수일이 주도적으로 심순애에게 진정으로 믿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배반한 심순애를 질책한다. 인정도 의리도 없는 다이야몬드에 팔린 심순애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나 “수일씨 꼭 한마디 말을”, “제가 만일 제가 중배씨에게 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겁니까.”라고 심순애가 말을 하자 이수일은 낙심한다. 그리고는 3월 17일 마지막 이별을 고한다. 이수일의 이별사가 이어지는 동안 배경으로 이별가가 깔린다.
7. TAIHEI 8013-A 劇 萬國長恨夢(上) 成光顯 尹白丹 太平管絃樂團
8. TAIHEI 8013-B 劇 萬國長恨夢(下) 成光顯 尹白丹 太平管絃樂團
성광현(成光顯)과 윤백단(尹白丹)이 이수일과 심순애 역으로 취입한 극 만국장한몽(萬國長恨夢)이다. 성광현은 1933년 결성되어 상업적으로 활동했던 극단 황금좌(黃金座)의 대표였다. 황금좌는 역사극과 시대극, 애정극 등 대중적인 연극을 공연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단장이었던 성광현은 취성좌(聚星座), 조선연극사(朝鮮演劇舍) 등을 거쳐 황금좌를 통해 많은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성광현과 함께 취입한 윤백단은 일제강점기 가수와 배우로 활동했다. 1930년대 태평과 오케 레코드 유성기음반에 많은 노래와 극을 취입하였는데, 1930년대 중반부터는 무대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20년대부터 토월회(土月會), 조선연극사(朝鮮演劇舍) 등에서 활동한자 기록이 있다.
만국장한몽은 넌센스 형식의 극이다. 이수일을 대국인 즉 중국인으로 설정하고, 심순애를 양인 즉 영국인으로 설정하였으며, 김중배가 조선인이 되니 만국(萬國)의 이야기가 된다. 김중배에 돈에 팔린 심순애를 만난 이수일이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질책한다. 심순애는 김중배를 택한 것이 이수일의 외국유학을 돕기 위한 것이라 항변하지만, 이수일은 ‘똥항아리같은 년’이라는 욕을 하고 ‘십팔기’를 발휘해 때린다고 협박까지 한다. 발길로 찬 심순애의 손에서 피가 나자 상품에 험을 낼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중국인과 영국인을 흉내내는 성광현과 윤백단의 대사가 재미있는 원본 장한몽의 변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음반 앞면의 시작에는 중국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뒷면 시작에는 단조 장한몽의 선율을 바이올린이 연주하며, 마지막에는 윤백단이 “부모님의 명령을 복종하여서 김중배의 가정으로 가게 되였소. 당신은 밑천줄게 호떡팔구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서요. 굿빠이.”라며 노래부른다.
9. Korai 1053-A
唱劇 長恨夢 李孤帆詩 姜一史唱化 哀別編(一) 朴綠珠 伴奏林방울
10. Korai 1053-B
唱劇 長恨夢 李孤帆詩 姜一史唱化 哀別編(二) 朴綠珠 伴奏林방울
11. Korai 1054-A
唱劇 長恨夢 李孤帆詩 姜一史唱化 相逢編(三) 朴綠珠 伴奏林방울
12. Korai 1054-B
唱劇 長恨夢 李孤帆詩 姜一史唱化 相逢編(四) 朴綠珠 伴奏林방울
장한몽이 판소리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는 장한몽이 일제강점기 당시 얼마나 크게 유행했는지를 반증해 준다. 고라이에서 발매한 장한몽은 이고범이 가사를 쓰고, 강일사(姜一史)가 창화(唱化)하였다고 하였다. 창화는 아마도 오늘날의 장착의 개념으로 이해가 되는데, 이러한 작창을 한 강일사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잘 알려진 바 없다.
소리는 일제강점기 최고의 여류 명창 중 한 분인 박녹주가 맡았고, 쑥대머리로 잘 알려진 임방울이 북을 쳤다. 모두 두 장 네 면의 음반으로 취입된 장한몽 중 앞 부분은 애별편, 뒷 부분은 상봉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별편(1)은 진양조 장단에 계면조로 시작한 후, 중모리 장단으로 바뀐다. 이후 이춘풍이 등장하여 이수일 역의 대사를 한다. 이후 중모리 장단에 우평조의 소리로 여민다. 이별편(2)는 중모리 장단 계면조로 시작한다. 다음 이수일의 이별사를 대사로 한 후, 자진모리 계면조 이별의 급박한 심순애의 심정을 노래한다. 바로 이어서 진양조 계면조로 이수일의 이별 심정을 노래한다. 이수일의 대사가 잠시 삽입된 후, 중중모리 평조로 끝을 낸다. 상봉편(1)은 진양조 계면조로 시작한다. 이후 이수일의 대사가 나온 후 중중모리 계면조로 진행한 후, 다시 대사가 나오고, 이어서 중모리 계면조로 끝이 난다. 상봉편(2)는 중모리 계면조로 시작하다 중간에 경드름으로 바뀐다. 이후 대사가 나온 후 중중모리 계면조로 이어진 후 다시 대사가 이어진다. 진양조 계면조로 이수일과 심순애가 해후하여 함께 우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중간에 장단을 중모리로 바꾼다. 다시 대사가 등장한 후 중중모리 호걸제로 시작하여 바로 계면조로 돌리며 끝을 여민다.
13. Taihei C8313-A(K928) 漫謠 長恨夢(上) 金宗朝
14. Taihei C8313-B(K934) 漫謠 長恨夢(下) 金宗朝
김종조는 최순경, 김주호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서도소리의 명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배뱅이굿을 처음 짰다고 전해는 용강 출신 김관준의 아들이다. 아버지로부터 그는 어릴 때부터 각종 소리를 배웠는데, 일제강점기 다이헤이와 빅타 유성기음반에 아버지의 소리인 배뱅이굿을 비롯하여 수많은 서도소리를 취입했다.
김종조는 당시 유행했던 장한몽의 이야기를 서도소리로 엮어서 다이헤이 음반에 취입하였는데, 그가 부른 장한몽의 가사는 오늘날 오복녀 등의 서도 명인들의 부른 장한몽의 가사와 거의 흡사하다.
소리는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한말 들어 보소.”하며 단가조로 시작하는데, 장한몽의 이야기를 창자가 비판하고, 분석하기도 하고, 등장 인물인 이수일과 심순애의 대사를 노래로 부르기도 한다. 노래 가사 중간에 사랑 잃고 돈 없이 된 이수일을 “금색야차가 참혹하구나.”라고 하여 원작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고, 금색야차가 되어가는 이수일을 예견하기도 한다.
노래는 앞면 뒷면 모두 서도 수심가토리로 되어 있는 산염불조, 수심가조로 부른다. 수심가토리는 음계의 중간 음을 터는 듯 떨어준다. 애처롭고 쓸쓸한 정조를 잘 나타내주는 음조직으로 장한몽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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