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한국고음반연구회 음향자료선집(22)
한국음반학 제26호(2016) 부록 CD
권오성 ․ 이보형 소장자료
<1960년대, 고창의 소리를 녹음하다 - 편재준 ․ 신동수, 그리고 육이계>를 발간하며
한국고음반연구회 음향자료선집(22)으로 권오성 ․ 이보형 소장자료 <1960년대, 고창의 소리를 녹음하다 - 편재준 ․ 신동수, 그리고 육이계>를 발간한다. 이번 음반은 원래 편재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음반으로 기획되었다. 2015년 한국고음반연구회 이보형 회장은 평생 소장하고 있던 편재준의 대금산조를 한국고음반연구회에서 발간하는 음향자료선집으로 발간하고자 했었다.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입수하였던 편재준의 대금산조는 대금산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정말 보물과도 같은 소중한 음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5년에는 본 연구회에서 음향자료선집으로 성금연의 유성기음반을 복각 발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편재준의 대금산조 녹음은 한해 뒤로 공개가 미루어졌다.
이후 이보형 회장은 권오성 선생과 논의를 통해 권오성 선생이 1960년대 고창에서 녹음한 릴테이프 속에 수록된 편재준의 녹음 자료를 함께 음반으로 제작하기로 합의하였다. 본 회의 이진원 회원은 이보형 회장으로부터 두 권의 릴테이프를 전해 받고, 양정환 회원과 함께 권오성 선생으로부터 마찬가지로 두 권의 릴테이프를 전해 받아 편재준의 음악을 정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편재준의 대금과 퉁소산조는 예상과는 달리 1-2분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길이로 녹음되었기에 편재준을 포함한 기타 다른 예술가들의 음악을 함께 편집하여 <1960년대 고창의 소리를 녹음하다 - 편재준 ․ 신동수, 그리고 육이계>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 발간하는 이 음반에는 편재준의 대금, 퉁소 및 가야금산조와 편재준이 북을 친 신동수의 가야금산조 및 병창, 그리고 고창 성내의 육이계의 줄풍류가 수록되었다. 이 음반의 발간으로 전설 속의 명인 편재준의 명연주들과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동수의 가야금 연주, 그리고 고창 지역의 줄풍류를 통해 1960년대 전북 고창의 민간 음악 상황을 잘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이 제작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주신 권오성, 이보형 선생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국고음반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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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고창의 소리를 녹음하다 - 편재준 ․ 신동수, 그리고 육이계> 해설
Ⅰ. 퉁소 명인 편재준(片在俊)의 생애와 예술 이보형, “퉁소 명인 片在俊의 생애와 예술,” 한국악기학(서울: 한국퉁소연구회, 2004), 제2호를 전재한 것임.
… 이보형(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
1. 머리말
편재준은 유동초(柳東初)처럼 실명한 맹인이면서 통소에 절세의 기량을 지닌 대가였다. 그가 한때 지방에서는 명성이 자자하여 모르는 이가 없었지만 주로 험한 시기에 지방에 묻혀 살았던 이유로 서울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조차 드물게 되었다. 그러니 그에 관한 기록도 거의 없다. 다만 최근에 최동현 교수가 쓴 ‘퉁애의 달인’ 최동현, “편재준 퉁애의 달인,” 판소리 이야기(서울: 도서출판사 작가, 2004), 210-214쪽.
이라는 짧은 글이 있을 뿐이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두 차례 먼발치로 그를 본 적이 있다. 첫 번째 본 것은 1943년 가을인가 세계 제2차대전이 한참 치열할 무렵이었다. 당시 우리 고향 마을에 협률사가 들어와 선전 차 풍물패가 마을을 도는데 호적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린 나이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달려가 보니 어느 앞 못 보는 맹인이 풍물패를 따라가며 호적을 기막히게 불고 있었다. 그의 감동적인 호적가락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때 필자가 본 그 호적을 불던 이가 편재준이라는 것은 그 뒤에 현지조사에서 고로들의 증언으로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본 것은 필자가 1973년 초에 서울 운니동에 있었던 국악예술학교 기획실에 우연히 들렸을 때였다. 그곳에서 어린 소녀의 손에 인도되어 들린 노쇠한 편재준을 만났다. 그 자리에 신쾌동, 한범수, 정권진과 같은 명인 명창들이 있었지만 늙고 쇠한 그를 안타깝게 지켜 볼 뿐이었다. 그의 손에 대금이 쥐어져 있었지만 연주를 사양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쇠퇴한 기량을 명인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신쾌동 선생이 ‘폐공(閉孔)되었어’라며 아쉬워하였고, 정권진 선생은 ‘그렇게 막막하여 어찌 살겄소’하고 안타까워하였다. 필자와는 대화할 틈도 없이 그는 가버렸고 그 뒤 종적을 알 길이 없었다.
그 뒤에 필자는 기회가 닿는 대로 현지조사를 통하여 그의 행적을 추적하였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자세히 조사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수차례 현지조사에서 잡힌 단편적인 자료를 종합하여 그의 생애와 예술에 관한 짧은 글을 엮어 보고자 한다.
2. 조사 경위
편재준에 관한 조사는 네 차례에 걸쳐서 행하여졌다. 제1차 조사는 1981~2년에 문화재연구소에서 실시한 전라북도 국악실태조사 차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에 들려 풍류객 박주석(朴柱睗)에게 흥덕 아양율계(峨洋律契)에 관하여 조사하다가 계원 이름에 편재준이 튀어 나와 그에 관한 약간의 정보를 얻었고 면사무소에서 그의 호적을 뗄 수 있었다. 이어서 그의 출생지인 사포리에 가서 그가 살았던 초라한 초가집를 방문하였고 주민들에게 그에 관한 약간의 정보를 얻었다.
제2차 조사는 2004년 봄에 담양에서 열린 이 고장 출신 박동실 명창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였다가 박동실의 소개서에 실린 편재준을 포함한 풍류합주 사진을 보고 편재준이 담양에서 거주한 사실을 알았고 만찬 시에 담양 출신 박동실 제자 판소리 명창 김채옥(金彩玉)에게서 편재준이 담양 풍류객 국참봉 댁에서 기거하였다는 사실과 그에 관한 약간의 정보를 얻었다.
제3차는 2004년 여름에 담양군 담양읍에 들려 편재준을 돌봐주던 국참봉의 아들 국승준(鞠承駿)을 방문하여 편재준이 국참봉 댁에서 살며 풍류 활동하였던 행적을 조사하였다.
제4차는 2004년 7월 31일 광주직할시(현 광주광역시)에 내려가 다시 김채옥씨를 만나 편재준의 행적에 관하여 재조사하였다.
제보자1: 朴柱睗(남, 조사 당시 84세)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흥덕리, 아양율계 회원
제보자2: 金彩玉(여, 조사 당시 79세)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만석리 19, 박동실 제자
제보자3: 鞠承駿(남, 조사 당시 91세)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양각리 176, 국참봉 아들
3. 편재준의 생애
편재준의 호적에 의하면 그의 본명은 편옥석(片玉石)이고 본은 만경편씨였고, 1914년에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337번지에서 편도일(片道一)과 문남산(文南山) 사이에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제79호 줄포무악 임석재조사, 줄포무악(서울: 문화재관리국, 1970), 4쪽. 과 국악대사전에는 1913년생으로 적힌 것을 보면 본디 집에서 세던 나이는 호적 보다 한살 위였던 것 같다. 호적에 부인 및 자식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정식 부인이 없었고 자식도 없었던 것 같다. 상기 보고서에는 무계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있으나 다른 이의 증언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편재준이 출생한 사포리는 옛날에는 줄포처럼 큰 포구였다. 최동현 교수의 상기 저서에도 말하고 있듯이 사포는 후포와 나란히 있는 포구인데 조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조기배가 파시를 이뤄 돈이 많이 모이고 사람도 많아서 김토산, 김소희, 펀재준, 김성수와 같은 명인명창들이 많아 살았다고 한다.
편재준의 학습 내력에 대하여, 사포리 주민들은 편재준의 스승으로 전추산을 대었고, 흥덕 율객 박주석은 유봉을 대었고, 장사훈 국악대사전에는 신창조를 대었고, 그런가 하면 김채옥은 박석기가 불러왔다는 다른 선생을 대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편재준이 주로 연주하는 악기에 대하여도 최동현 교수는 단소와 퉁애라 하였고, 국악대사전에서 장사훈 교수는 단소와 가야금이라 하였던 것과 같이 제보자 마다 약간 다르게 대어 다소 혼란스럽다.
최동현 교수는 상기 저서에서 편재준이 전추산에게 단소와 퉁애를 배운 내력에 대하여 편재준의 제자 정읍 풍류객 김환철(金煥喆)에게 들은 바를 자세히 적어 놨다.
“전추산이 사포리에서 협율사 공연을 할 때 매일 공연장 앞좌석에서 열심히 연주를 듣는 소경 아이를 보고 ‘이런 사람이 단소를 배우면 잘 할 터인데’하는 말을 하였는데 편재준이 이 말을 듣고 배우겠다고 자청하자 단소를 주고 갔고, 편재준은 단소가 다 닳도록 열심히 김을 넣는 연습을 한 뒤에 전추산을 다시 만나서 단소를 배웠고 퉁애를 익혀 급기야는 퉁애의 최고 달인이 되었다.”
편재준의 스승에 대하여 사포리 주민들을 비롯하여 전추산을 대는 이가 많은 것으로 봐서 편재준이 전추산에게 배운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덕 아양율계 회원이었던 박주석은 편재준의 학습 내력에 대하여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에 의하면 ‘유봉’이라는 맹인에게 편재준이 젓대를 배웠는데 단소, 가야금, 양금에 무두 능통하였고 특히 젓대를 잘하였다고 하였다. 편재준을 가르친 유봉은 당시까지 살았으면 95세 쯤 되며 흥덕 살다가 논산에 가서 살았다고 하고, 젓대, 양금을 잘 하였고 편재준을 가르쳤으나 편재준만 못하였다고 하였다. 전라북도 국악실태조사(서울: 문화재관리국, 1982), 234쪽.
여기에서 편재준을 가르쳤다는 맹인 유봉이라는 젓대 명인이 주목된다. 왜냐하면 통소의 명인 유동초의 본명이 유봉(柳奉)이었기 때문이다. 그 유봉이 유동초라면 그는 흥덕 살다가 강경에 살았고 뒤에 김제에서 살다가 작고 한 것이 된다. 여기에서 유봉이 유동초라면 편재준이 단소를 전추산에게 배웠고 통애는 유동초에게 배웠을지도 모른다. 유동초가 흥덕 출신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편재준이 담양 국참봉에게 가서 기거하며 풍류활동을 한 동기와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채옥은 말하기를 편재준이 초금을 잘 불었는데 박석기가 어디선가 편재준을 발견하고 이런 재주꾼을 그냥 둘 수 없다고 하고 담양 지곡리 재실에 데려다가 선생을 불러서 퉁애, 젓대, 단소 등 여러 가지를 가르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박석기가 편재준을 데려다가 교육시키기 이전에 편재준이 이미 전추산에게 단소를 배우고, 유동초에게 퉁애를 배운 것이 사실일 터이니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박석기가 그의 기량이 뛰어난 것을 발견하고 보충 교육을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편재준이 명인이 된 뒤에 흥덕 아양율계에서 활동하였다는 것은 박주석의 증언으로 알 수 있다. 흥덕 아양율계는 1935년 무렵에 공직에 있던 박태술(朴泰述)이 귀향하여 흥덕 성내면 삼구회를 계승하여 조직된 풍류회이며 많은 풍류객이 활동하였는데 편재준이 여기에 참가하였다는 것이다.
편재준이 담양 국참봉댁에 가게 된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국참봉이 같은 국씨가 많이 사는 흥덕에 가서 아양율계에 참석하였다가 편재준을 발견하고 담양으로 초청하였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앞에서 김채옥이 말한 대로 박석기가 흥덕 아양율계에 참석하였다가 편재준을 발견하고 담양 지곡리에 데려다가 가르친 뒤 같은 담양에 사는 국참봉 풍류회에 참석시킨 것이 국참봉의 눈에 들어 국참봉 댁에 머물게 되었을 가능성이지만 어느 것이 사실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어떤 연유로든 흥덕 아양율계에서 활동하고 있던 편재준이 담양 국참봉 댁에서 얼마간 있었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증언으로 봐서 사실임이 분명하다. 국성준에 의하면 흔히 국참봉으로 알려진 이는 그의 부친이며 본명은 국채웅(鞠埰雄 1871~1949)이며 젊어서 근검 절약하여 만석군 부자가 되었는데 회갑 이후에 우송당(又松堂)이라는 다섯칸 팔작지붕의 규모로 앞 사랑을 크게 짓고 풍류객, 창우들을 모아다가 풍류를 즐겼다 한다. 우송당 주위에는 사랑채가 많았는데 국악인들이 많이 기거하였다고 한다. 매일 오후 3시에는 풍류회를 하였는데 여러 풍류객이 참가하였지만 주된 연주자를 꼽자면 박석기가 거문고, 군산 기생 모씨(국참봉의 소실)가 가야금, 국선옥(국참봉의 소실 딸)이 양금, 정읍 박씨가 피리, 한주환이 젓대, 편재준이 퉁소, 국참봉이 장고를 잡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음식은 국참봉이 대고 풍류객에게 의복과 용돈을 주었다고 한다.
이 풍류회는 계속되다가 태평양 전쟁이 심해지면서 일본인들이 풍류를 금지하여 그만두었다 한다. 그렇다면 국참봉댁 풍류회는 국참봉 회갑 이후인 1931년 이후, 아양율계 조직 이전에 만들어진 것 같고 1945년 이전에 해산되었으므로 10여년 넘게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편재준은 국참봉의 앞사랑에서 기거하였고 주로 국성준의 종형 국성관이 돌보며 데리고 다녔다 한다. 김채옥에 의하면 편재준은 혼자 살았지만 ‘옥화’라는 애인이 있었다고 한다. 편재준은 옥화를 끔찍하게도 좋아했다고 한다. 돈도 대주고 맛있는 것도 자주 사주었다고 한다. 옥화는 장흥사람으로 소리하던 이인데 담양에 살았다고 하였다. 편재준이 그와 얼마나 교류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채옥에 의하면 편재준은 거동이 점잖고 항상 목에 힘주고 앉아 있었다는 것으로 봐서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각종 악기에 능하였다는 것을 보면 재주가 비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유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실재에 있었던 정의관이라는 이의 재실 옆에서 김동준이 살았고 국참봉 밑에 있던 국악인들이 여기에 가서 박후성에게 소리를 배웠는데 자주 편재준이 따라서 놀려 왔다고 한다. 그리고 박석기 재실에도 자주 놀러 갔다고 한다. 그때 마다 편재준은 통애로 사람들을 감동 시켰고 재담을 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하였다고 한다.
그는 항상 퉁애와 대금 청을 잘 부쳤는데 ‘순이’이라는 소리꾼이 손가락으로 청에 장난을 쳐놓으면 ‘저 년이 내 눈을 버려 놨다’고 재담하였고, 화류장 지팡이를 부러트렸을 때에는 ‘아이고 저 년이 내 지방 부지렀네’ 하고 엄살을 하였다 한다. 여자들이 너무 장난이 심하였다 싶었던지 돈을 드려 은가락지를 매어 지팡이를 고쳐 주었다고 한다.
편재준은 해방 직전에 국참봉 풍류방이 해산되면서 담양을 떠나 고향 흥덕 사포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흥덕에 돌아와서는 그때까지 아양율계가 계속되었으므로 여기에서 아양율계가 해산되던 한국전쟁 직전까지 활동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편재준의 활동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 없다. 최동현 교수의 글에 1960년대 후반에 편재준이 서울에서 기악 경연대회에 나갔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임석재 선생이 1970년에 조사한 무형문재조사보고서 제79호 ‘줄포무악’에 보면 편재중이 박소녀 무가의 대금(퉁애) 반주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봐서 1970년대 초 무렵까지는 그가 음악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미 국악이 쇠퇴하던 시절이라 고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동현 교수의 글에 편재준의 제자 김환철이 그의 작고 직전 모습을 증언한 것이 보인다. 김환철이 편재준을 만났을 때에는 아편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하였다고 하였다. 사포에 살았던 국참봉 후실의 아편 심부름을 하다가 아편에 손대었다고 하는데, 그 여자가 혹시 편재준의 애인이라는 ‘옥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국참봉의 후실이 하필이면 사포에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최동현 교수의 저서에서 김환철의 증언에 의하면 편재준이 서울에서 걸인 생활을 하다시피 하다가 고향에 내려가 작고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그를 마지막 본 직후의 일인지도 모른다. 이로 봐서 펀재준은 1974년 무렵에 작고한 것 같다.
4. 편재준의 예술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편재준은 전추산, 유봉(유동초?) 기타 여러 선생에게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 편재준에 대하여 박주석은 단소, 젓대, 가야금, 양금에 능통하였다고 하였고, 국승준은 퉁소를 잘 했다고 하였고, 김채옥은 통소, 단소, 대금, 호적, 양금, 가야금, 북에 능하였다고 하였듯이 그는 여러 악기에 능하였다고 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유동초처럼 퉁소 연주로 천하 명인 소리를 들은 것은 사실이다.
그가 어느 부문의 음악에 능하였는지는 모두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양율계와 국참봉 풍류방에서 풍류 연주 활동을 하였던 것으로 봐서 줄풍류에 능하였다는 것은 틀림없고, 죽헌 김기수님이 편재준의 퉁애 산조를 조사하고 감탄하였다는 말을 필자가 직접 들어 아는 바이므로 산조에도 능하였던 것이 틀림없다. 필자가 어려서 우연히 본대로 그가 호적 시나위의 대가였다는 것도 여러 고로들의 증언에서 알 수 있다. 임석재 줄포 무악 자료에 보이듯이 시나위에도 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제자를 길렀겠지만 김환철 밖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연주에 참가 하였지만 험한 시절에 지방에서 활동하였기에 녹음 자료로 남은 것이 거의 없다. 죽헌 김기수님이 녹음하였다는 그의 퉁애 산조 자료 또한 행적이 묘연하다. 다만 임석재님이 녹음한 줄포무악 자료가 유일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5. 맺는 말
편재준은 유동초와 더불어 맹인이면서 통소로 천하 명인 소리를 들었지만 그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몇 차례 현지 조사로 그의 생애, 학습, 활동 과정을 소략하게나마 밝힐 수 있었다.
편재준은 본명이 편옥석(片玉石)으로 1913년에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337번지에서 태어나서 전추산, 유동초, 등 여러 스승에게 퉁애를 비롯하여 젓대, 호적, 단소, 가야금, 양금, 피리 등 여러 악기를 배워 이에 능하였고, 1930대 중반부터 주로 흥덕 아양율계, 담양 국참봉 풍류회에서 활동하였고 한국전쟁 후에는 흥덕 사포리에서 어렵게 살다가 1974년 무렵에 작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그의 제자로 김환철 외에는 알려진 이도 없고 그의 음악도 전승되지 못하였으며 남겨진 녹음 자료도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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