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 내용 :
음반 ‘소리판에 넣은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와 병창’ 해설 / 임 혜정
성금연(成錦鳶, 본명: 成六男, 1923~1986)은 1923년 5월 7일(음력 4월 10일) 전남 담양에서 판소리와 풍류를 좋아하는 부친 성기봉(成基奉)과 모친 이복덕(李卜德) 사이의 4남 8녀 중 여섯 번째로 출생했다. 이후 광주로 이주해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예술을 좋아하는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가야금과 판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성금연은 ‘아기 명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타고난 재능도 매우 뛰어났지만 그 만큼 음악 공부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김보경,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형성과정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년, 18쪽).
가야금을 유난히 좋아했던 성금연은 6세 무렵부터 최옥삼(일명 최옥산, 최막동)에게 가야금풍류를 배웠고, 7세 때부터는 안기옥에게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이렇게 일찌감치 가야금 학습을 시작했던 성금연은 이후 15세인 1938년에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에 입회하여 가야금 연주자로서 음악 인생을 걷게 된다. 당시 조선성악연구회에서는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김연수, 정광수, 박녹주, 김소희, 박초월 등의 명창들 외에도 강태홍, 박종기, 한주환, 박상근, 신쾌동, 정남희 등 산조 명인, 그 외에 오태석과 같은 가야금 병창 명인, 민속 무용의 대가였던 한성준 등 20세기 전반기 민속음악계의 명인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성악연구회에서 판소리와 남도잡가, 창극, 산조, 민속무용 등의 공연 및 전수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나갔으며 성금연은 이러한 명인들과 교류하면서 그의 음악세계를 한 층 더 성숙하게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성금연은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정정렬에게 ‘춘향가’를 익히는 등 여러 명창들에게 판소리를 배우면서 음악적 기반을 넓혔고, 이를 통해 가야금 외에도 판소리라는 장르의 음악 어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얻게 된 이러한 음악적 기반은 이후 성금연이 음악 활동을 해 나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조선성악연구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경성방송국(京城放送局)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면서 성금연은 점차 가야금 연주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게 되었다. 성금연의 남동생 성재규의 증언에 의하면 방송국에서 직접 성금연을 모시러 오는 차가 매일 오고 갔다고 한다(김보경, 앞의 글, 20쪽). 『경성방송국국악방송목록』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0)을 참고해 보면 성금연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이들로는 성금연의 남편인 지영희 외에 이충선, 김광식, 이정업 등 시나위권 무속 음악을 토대로 하는 당대 최고의 민속 음악 연주자들이었다. 즉, 성금연은 피리, 대금, 해금 등 가야금 이외의 민속 기악 연주자들과 합주 활동을 하면서 민속 음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1949년에는 여성국극동지회(女性國劇同志會)에 입회하여 창극 공연에 반주자로서 참여하기도 했고, 1950년 3월에는 여성국극동지사의 전국 순회공연에 기악반주자 대표로 함께했다. 이렇게 성금연이 창극 반주까지 거침없이 음악 활동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간에 판소리와 민속 기악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다져온 음악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가능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8월 서울에 자리를 잡게 된 성금연은 서울중앙방송국 전속이 되어 음악 연주활동을 해 나가는 한편 학생들에게 남도소리, 가야금, 가야금병창을 지도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열정은 1960년 국악예술학교가 개교한 이래 그곳에서도 후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구전심수(口傳心授)의 교수방법에 한계를 느낀 성금연은 전통음악을 악보화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1962년 최초로 전통음악을 오선보화한 교재 『가야금산조악보』를 출간하였다.
이와 같이 폭 넓은 민속 음악을 흡수해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다듬어 온 성금연은 1968년에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가야금산조”라는 음악을 정착시킨 인물로 성금연의 음악 업적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으며, 그렇게 성금연은 가야금산조의 역사, 그리고 나아가서 20세기에 펼쳐지는 우리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낸 명인으로 꼽히게 되었다.
이러한 성금연의 음악 활동은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에 입회하여 방송국 및 공연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1950년대까지, 현 국립전통예술 중·고등학교의 전신인 한국국악예술학교에서 가야금 산조를 악보화하고 후진을 양성했던 1973년까지, 그리고 하와이로 이주한 1974년부터 1986년 타계할 때까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번 ‘소리판에 넣은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와 병창’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에는 성금연이 활동했던 시기 중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1950년대의 가야금산조 녹음이 포함되어 있다. 성금연 가야금산조에 대해서는 함께 활동 한 명인들이 “성금연류 가야금산조는 이리 저리 갖다 붙여도 앞으로 잘 가는 기차처럼 이면이 잘 맞는 가야금산조이다.”라고 할 정도로, 그 짜임새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성도 높은 산조를 만들기 위해 성금연은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초기의 모습을 이번 음반을 통해 감상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이번 음반에는 성금연이 1950년대에 녹음한 가야금병창 <소년가>와 심청가 중 <눈 어둔 백발 부친> 대목이 들어있다. 워낙 가야금산조로 유명했던 성금연이기에 그의 병창 연주가 비교적 덜 주목받았던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성금연은 판소리를 학습하고 남도 소리나 창극 반주 등의 연주활동을 한 경험을 토대로 종종 가야금병창을 공연 레퍼토리로서 활용했다. 산조와는 또 다른 성금연의 매력을 그의 가야금병창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고음반연구회에서는 이보형회장, 노재명, 이진원, 양정환 회원이 소장하고 있는 이른바 “소리판”이라고 불렀던 유성기음반(SP), 그리고 장시간음반(LP)에 수록되었던 1950-60년대의 성금연 가야금산조 및 병창을 한데 모았다. 성금연 가야금산조는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고 들을 수 있는 가야금산조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육십여 년 전 젊은 성금연이 막 자신만의 산조를 완성했던 시기의 가락은 아쉽게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이에 더해 이번 음반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성금연의 가야금병창도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수록곡들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King Star K5955 가야금散調(一) 진양조 成錦鳶 演奏 장고…池英熙
2. King Star K5956 가야금散調(二) 중모리 成錦鳶 演奏 장고…池英熙
3. King Star K5957 가야금散調(三) 중중모리 굿거리 成錦鳶 演奏 장고…池英熙
4. King Star K5958 가야금散調(四) 자진모리 휘모리 成錦鳶 演奏 장고…池英熙
킹스타레코드에서 1950년대에 발매된 성금연 가야금산조 유성기음반들이다. King Star K5955, K5956, K5957, K5958까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가 차례로 녹음되어있다. 진양조는 24장단이 연주되었으며 평조로 시작하지만 곧 계면조로 바뀌며 이후 계면조로 끝을 낸다. 중모리는 25장단으로 역시 계면조의 비중이 크고, 마지막 다섯 장단 정도만 경드름(경조)으로 연주하고 있다. 중중모리와 굿거리는 음반 한 면에 연속해서 녹음되어 있는데 굿거리에 평조 선율이 섞여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면조 선율이다. 자진모리와 휘모리 역시 음반 한 면에 녹음되어 있고 전체가 다 계면조로 이루어져 있다.
킹스타레코드의 성금연 가야금산조는 진양조부터 휘모리까지 12분 남짓으로 시기적으로 성금연이 가야금산조를 완성한 초기인 1950년대의 녹음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기에 녹음된 선율들이 원형이 되어 이후 그녀의 가야금산조가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 장단에서 전반적으로 계면조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보아 성금연이 초기 가야금산조의 구성에 있어서 계면조를 기본적인 틀로 삼고 평조, 경드름을 사용해 변화를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킹스타레코드의 성금연 가야금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의 여섯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러한 형태가 오늘날과 같이 ‘다스름’과 ‘엇모리’가 보태어지기 이전의 성금연 가야금산조였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5. Oasis 5550 가야금散調 중머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6. Oasis 5551 가야금散調 중중머리 귀머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7. Oasis 5552 가야금散調 잔머리 휘머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8. Oasis 5560 가야금散調 휘머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9. Oasis 5552 가야금散調 잔머리 휘머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10. Oasis 5627 가야금散調 중중머리 굿거리 가야금成錦蓮 伴奏오아시스國樂團
오아시스에서 유성기음반으로 발매된 성금연 가야금산조의 음반들은 모두 1950년대에 녹음된 것이다. 그 중 Oasis 5550, 5551은 한 장의 음반 앞, 뒷 면에 녹음되어 있는 곡들의 음반번호이다. Oasis 5550라는 번호가 기입된 음반 레이블에는 “가야금散調 중머리”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로 들어보면 진양조가 녹음되어 있다. 이 진양조 선율은 앞의 킹스타레코드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평조가 아닌 우조로 시작하고 있으며 1970년대에 완성된 이후 오늘날까지 연주되는 성금연의 가야금산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락이 3분 분량으로 적당히 편집되어 있는 느낌이다. 즉, 이 진양조가 1950년대에 녹음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 중간 중간 가락을 더 넣고 발전시켜 이후 성금연 가야금 산조의 진양조를 완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Oasis 5551의 ‘가야금散調 중중머리 귀머리’라고 되어있는 음반은 실제 내용은 중모리이다. 앞의 킹스타레코드 중모리의 앞 부분 두 장단을 건너 띄고 시작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끝에서 경드름(경조)으로 마무리하는 것 까지 유사하게 진행한다.
Oasis 5552이라는 음반번호는 빨간색 레이블을 붙인 음반(적반), 그리고 파란색 레이블을 붙인 음반(청반)에 모두 나타나는데 Oasis 5552 적반은 ‘가야금散調 잔머리 휘머리’라는 곡명에 맞게 자진모리와 휘모리가 녹음되어 있다. 선율의 전개는 킹스타레코드의 자진모리, 휘모리와 유사하다. Oasis 5552 청반에는 ‘가야금散調 잔머리 휘머리’라고 적반과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음반을 들어보면 중중모리와 굿거리가 녹음되어 있다. Oasis 5627의 ‘가야금散調 중중머리 굿거리’와 같은 선율이다.
한편 Oasis 5552 뒷면에 수록된 Oasis 5560 음반은 ‘가야금散調 휘머리’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녹음되어 있는 곡은 진양조이다. 이 진양조 선율은 Oasis 5550에 녹음된 진양조 선율과 같고 장고점 역시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한 번의 녹음으로 이 둘의 음반을 발매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렇게 오아시스에서 발매된 성금연 가야금산조 유성기음반은 레이블 기록에 오류가 있고, 음반 앞 뒷 면의 조합, 그리고 음반번호의 순서가 실제 가야금산조 연주 순서와는 다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앞의 킹스타레코드와 가까운 시기에 녹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양조에서 다양한 선율의 변화를 보이는 점이 달라서 성금연 가야금산조의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음원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겠다.
11. Oasis 5604 가야금倂唱 소년가 唱成錦鳶 伴奏오아시스韓洋樂團
14. 오아시스레코오드주식회사 OL-10465 韓國 民謠 特選集 第2輯
Korean Folk Songs No.2 중 소년가(倂唱:成錦鳶, 長鼓:池瑛熙)
이번 복각 음반 중 열한 번째 트랙과 열네 번째 트랙에 수록된 유성기음반, 그리고 장시간음반의 <소년가>는 성금연이 어린 시절 배운 단가에 가야금 반주를 덧붙여 만든 병창곡으로 1950년대에 녹음한 것이다.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장시간음반에 수록된 <소년가>는 유성기음반 <소년가>를 1960년대에 복각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유성기음반이 그렇듯 Oasis 5604 <소년가> 역시 좋은 음질로 복원하기 어려웠는데 이에 비해 이진원이 소장한 LP(장시간음반) OL-10465의 <소년가>는 매우 상태가 좋아서 성금연이 1950년대에 녹음한 가야금병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년가>라는 제목으로 이 음반들에 표시되어 있지만 노랫말 첫 부분인 ‘어화청춘’을 따서 <어화청춘>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1960년대까지 매우 유행했던 단가이다. 성금연은 이 음반에서 ‘어화청춘 소년님네 청춘을 허송말고’로 시작해서 3분여의 길이를 우조 선율로 담담하게 불러나가는데 노래의 사설 붙임과 그 사이를 메우는 가야금 선율의 짜임새가 아주 좋다. 가야금산조의 명인으로서, 그리고 판소리를 학습했던 이력을 가진 성금연이었기에 가능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성금연이 부르는 <소년가>의 사설들은 다른 단가와 겹치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면 임방울이 불렀던 단가 <편시춘> 중 ‘낙양성도(洛陽城都) 낙화소식(洛花消息) 공자왕손(公子王孫)도 처량허고’와 같은 사설을 성금연 명인의 <소년가>에서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12. Oasis 5605 가야금倂唱 沈淸歌 唱成錦鳶 伴奏오아시스韓洋樂團
15. 오아시스레코오드주식회사 OL-10465 韓國 民謠 特選集 第2輯
Korean Folk Songs No.2 중 심청가(눈 어둔 백발 부친)(가야금병창:成錦鳶)
앞의 <소년가>와 마찬가지로 열두 번째 트랙과 열다섯 번째 트랙은 각각 유성기음반과 장시간음반에 녹음된 성금연의 가야금병창 심청가 중 ‘눈 어둔 백발 부친’으로 시작하는 대목이다. 역시 유성기음반으로 녹음되어 발매된 것이 다시 LP로 발매된 것으로 보이는데, 유성기음반으로 녹음되었던 것을 다시 LP로 복각하면서 성금연의 가야금병창이 선택되었다는 것은 당시 그녀의 음악적 인지도를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곡은 성금연의 판소리에 대한 음악적 이해도가 보이는 곡이다. 20세기 전반기 가야금병창이 유행하고 많은 음악인들이 민요, 단가, 그리고 판소리 중 일부를 가야금병창의 레퍼토리로 소화해서 불렀지만 이 부분을 불러 음반을 남긴 것은 성금연 명창이 유일하다. 심청이가 행선 전야에 잠든 아버지가 깰까봐 소리를 죽여가며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눈 어둔 백발 부친’으로 시작하는 대목은 판소리를 깊이 학습하지 않고, 일부 병창곡만을 학습하였다면 소화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성금연은 앞의 <소년가>와는 다르게 애절함을 담아서 이 곡을 부른다. 가야금 연주 부분 역시 심청이가 부친과 이별하는 내용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강조하기 위해서 좀 더 절제하며 연주해 나간다.
13. 킹스타 KSM-1085 거문고.가야금散調 중 가야금散調
(가야금=成錦鳶 장고=池瑛熙) (一)진양조 (二)중모리 (三)중중모리 (四)자진모리
킹스타에서 1959년에서 1960년 사이에 녹음 제작한 장시간음반 KSM-1085 거문고·가야금散調 장시간음반의 앞면에 성금연가야금산조가 녹음되어 있다. 음반 표지에는 (一)진양조 (二)중모리 (三)중중모리 (四)자진모리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三)중중모리에 이어 굿거리, (四)자진모리에 이어 휘모리가 연주되고 있다. 그리고 휘모리 끝에 엇모리 한 장단이 연주되고 있다. 즉, 이 시기에 이미 휘모리 다음에 엇모리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하겠다.
4분 50초에 달하는 진양조는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의 진양조보다도 앞의 우조 부분이 늘어나 있다. 계면조의 비중을 줄이고 우조와 평조를 늘려서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는 조의 구성을 시도해 나가던 성금연의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진양조 선율에서만 국한되어 나타나고 이후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에서는 여전히 계면조 중심의 선율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번 한국고음반연구회에서 제작한 ‘소리판에 넣은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와 병창’ 음반 덕분에 성금연이 가야금연주가로서 초기에 녹음했던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모아서 비교하며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가야금에 대한 자신감, 판소리 등의 학습으로 굳건히 다진 음악적 기반, 거기에 당대 최고의 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 낸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대한 당당함이 수록곡 전체를 통해 확연히 전해진다. 20세기 가야금 음악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성금연이 50여 년 전에 녹음한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서 반갑고 설렌다. 이번 음반은 성금연류 가야금산조에 대한 연구, 그리고 가야금병창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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