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에서 ;
담백하고 묵직한 가야금선율과 여백의 조화
추정현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
산조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통해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추정현이 두 번째 산조 앨범<추정현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 를 선보인다.
19세기 말 서공철이 체계화하고 현대에 이르러 강정숙이 완성한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는 보통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로 이어지며 속도가 빨라지는 전통기악독주곡 산조의 일반적인 장단 구성에 휘중중모리를 더해 극대화된 표현과 기교,깊이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종종 ‘파격적이고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산조를 추정현은 더욱 과감한 해석과 완성도 높은 연주로 풀어내었다.또 명고수 윤호세의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북 반주와 때론 어우러지고 때론 대결하면서 50여분간 이어가는 연주는 끝까지 그 짜임새를 유지하며 완결에 이른다.
이번 앨범은 날 것 그대로의 가야금 음색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떠한 기계적 변형이나 효과가 첨가되지 않은 순수 녹음(Pure Recording)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오직 탄탄한 연주와 사운드를 통해 평가받으려는 의지가 담겼다.
산조, 추정현의 손 끝에서 끊임없이 생동하다
가야금 연주자 추정현은 전통음악 중 즉흥음악과 산조 연주로 특히 그 명성이 높다.
가야금 산조 유파별 명인들과의 진중한 도제식 전수를 통한 교감으로 오늘에 이르러 선영숙 선생에게 성금연류와 김병호류를, 정현숙 선생과 성애순 교수로부터 최옥삼류를, 강문득 선생에게 김병호류를 사사하였고, 현재는 강정숙 선생에게 서공철류와 가야금병창을 사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추정현의 가야금 소리는 젊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내공이 깊다. 또 그녀는 줄곧 연주해 온 산조 자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실제로 가야금 산조 음반을 통해 우리 음악을 처음 접한 그녀는 명인들의 음악 어법이 자신의 악기에서 표현될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산조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기악 독주 장르로, 19세기 말 김창조(金昌祖)가 정립한 가야금 산조가 그 첫 시작이다. 악기별로 여러 명인들이 산조를 정립해왔으며, 연주자마다 각기 다른 해석이 묻어 나와 그야말로 전통음악 기악 독주곡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음악에는 전통부터 현대의 창작음악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추정현은 전통음악, 특히 산조 연주에 능하다. 또 가야금이 지닌 악기 자체의 매력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단단하고 담백하게 음 사이사이 여백과의 조화를 멋스럽게 이루어내는 추정현의 가야금 소리를 들어보면 ‘산조’라는 장르와 가야금이 가진 본연의 소리를 오랫동안 정성스레 연구해왔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거듭하여 새로워지는 가락, '파격적이고 난해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
가야금 연주자 추정현을 아는 이들에게 이번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 앨범 발매는 꽤나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지난 2010년 악당이반에서 역시 SACD로 발매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산조 앨범이기 때문이다. 서공철류 산조는 다른 가야금 산조에는 없는 휘중중모리 장단을 중중모리 뒤에 덧붙여 표현의 영역을 넓혔다. 또한 강한 즉흥성을 띠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구전심수로만 전해지는 것에 그 비밀이 있다. 구전심수(口傳心授)란 말과 마음으로 전하여 가르친다는 뜻으로,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는 다른 유파에 비해 악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선생과 연주자가 일대일로 마주앉아 가락을 전수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는 다른 산조에 비해 전승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서공철선생은 산조를 연주할 때마다 그 가락이 조금씩 달랐고, 제자는 때마다 자신의 표현을 가미해 연주를 했다. 이와 같은 전승법은 결국 연주자의 가락 표현에 즉흥성을 살아있게 한다. 이런 특징으로 일각에서는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를 ‘파격적이고 난해한’ 산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추정현은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에는 언제나 새로운 주법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으며, 날 것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 산조의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산조 연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고수와의 완벽한 호흡
산조 연주에는 반드시 고수가 있기 마련이다. 보통 장구나 북으로 반주를 하는데, 고수의 에너지를 통해 산조는 전혀 다른 결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수의 역할은 기악 연주자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추정현은 북으로 반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주가 가야금 연주에 종속되어 그야말로 ‘반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북의 소리는 장구보다 울림이 크고 깊어, 때로는 그 웅장한 에너지로 가야금 연주를 앞장서 이끌어가고 때로는 묵묵히 받혀주며 산조 연주의 완성도를 높인다. 추정현은 첫 번째 음반에 이어 이번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음반에서도 역시 고수 윤호세의 북 반주로 연주를 선보였다. 이들이 호흡을 맞춰 온 지는 20년 남짓으로, 추정현에게 윤호세는 가장 익숙한 음악적 벗이자 인생의 동반자이다. 물론 다른 고수들과도 여러 번 호흡을 맞췄지만, 순수 녹음(Pure Recording)과 같이 특히 안정적으로 연주를 해내야 할 때는 역시나 그와의 작업을 선호한다. 윤호세는 그간의 오랜 작업을 통해 추정현 가야금 연주의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꿰뚫고 있으며, 연주자 스스로가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숨은 공신이다.
우리 음악의 원음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순수 녹음(Pure Recording)
2010년 발매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와 같이 이번 서공철류 음반 또한 순수 녹음(Pure Recording)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One Take)로 녹음하며, 녹음 후 특정 부분을 잘라낸다거나 특정 음을 변형시키는 등의 인위적인 효과를 입히지 않는 방식의 녹음을 말한다. 이번 음반의 총 연주 시간은 약 50여분으로, 이처럼 한 번에 연주한 결과물을 고스란히 세상에 내놓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앞서 발매된 음반과 이번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음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녹음 장소이다. 지난 음반은 한옥(담양 소쇄원제월당)에서 녹음한 반면, 이번 음반의 녹음은 파주출판도시에 새롭게 문을 연 레코딩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파주’에서 진행되었다. 한옥 녹음은 소리가 주변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면이 있는 반면, 스튜디오 녹음은 소리 자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성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정돈된 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의 울림과 떨림, 심지어는 숨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담기기 때문에 연주자에게는 그만큼 더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추정현은 환경에 맞는 적응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이며 이번 음반에서도 뛰어난 연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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