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음반   <2005년(상반기) 민속악 음반을 찾아서 II>                                            

한국고음반연구회  정 창관   


* 국립민속국악원이 출간하고 있는 <민속악 소식> 2005년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

  

 화제의 음반

                         <2005년(상반기) 민속악 음반을 찾아서 II>                                                    

                                              정 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

                                    ckjungck@hanafos.com / www.gugakcd.pe.kr  

 

  2005년 국악음반 출반은 240 여종으로 작년에 비해 25% 이상 성장하였다. 2005년 상반기에는 민속악 분야의 출반현황이 전년 상반기에 비해 부진하였지만, 2005년 하반기에는 민속악 음반 출반이 활발하여 전체적으로는 전년보다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체 음반에 차지하는 비중은 정악과 더불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국내 국악음반 시장의 20%를 판매하고 있다는 모음반점의 국악음반 판매 순위 20위에는 이생강 선생의 음반 한 장만 보인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하반기(7-12월)에 판매용으로 출반된 모든 민속악 음반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는 장르별(판소리, 산조, 민요)로 한다.


■ 판소리 음반

● <박봉술 춘향가 전집>(예술기획탑:TOPCD-096:4CD)  

 

‘남자명창이 부르는 춘향가도 이렇게 멋질 수가 있구나’를 실감나게 전해주는 박봉술 명창의 <춘향가 전집>이다. 1971년 녹음으로, 박봉술 명창의 제자인 송순섭 명창의 노력으로 빛을 보게 된 음반이다. 자료는 한국고음반연구회 이보형 회장이 제공하였고, 박봉술 명창이 활동하였던 순천시의 지원으로 출반되었다. 박봉술 명창은 전남 구례 출신으로 송만갑 명창의 수제자인 장형 박봉래로부터 소리를 배웠고, 조선성악연구소에서는 직접 송만갑 명창 등으로부터 소리를 배워, 판소리 5바탕에 두루 능하였다. 처음 선보이는 박봉술 명창의 춘향가는 성음, 붙임새, 장단, 공력 등의 완성도에서 대단히 훌륭한 소리이지만, 오늘날 전승이 거의 끊어져 버린 셈이다. 녹음자료로 듣는 춘향가이지만, 후학들에게 꼭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김명환 명고수와의 기가 막힌 조화로 판소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판소리 애호가에게 꼭 일청을 권한다.


●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운산 송순섭 <동편제 적벽가 창본>(예술기획탑:TOPCD-098:3CD)

 

언제 나오나 기다렸던 음반이 이제야 출반되었다. 2002년에 녹음하였지만, 소리꾼은 제 성에 꽉 차지 않아 망설이다가 고희를 맞이하여, 삶에 하나의 획을 긋는 심정으로 음반을 내었다고 한다. 송순섭 명창은 소리의 고향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소리의 매력에 빠져, 당대의 명창 소리를 섭렵하면서 스스로의 소리를 완성하여 왔다. 박봉술 명창과의 만남을 통하여 진정한 소리세상의 묘미를 터득하였고, 박봉술제 <적벽가>를 통하여 인간문화재의 칭호를 받았다. 송순섭 선생의 <적벽가>는 흔히 ‘송판’이라고 별칭되기도 하는 <동편제 적벽가>이다. 송순섭 명창의 소리 스타일은 중후하고 단아하다. 탁한 저음이 매력적이며, 고음의 구사에서도 원하는 만큼 질러낼 수 있는 기량을 가진 분이다. 소박한 듯 하면서도 화려하며, 담박하면서도 기름지기도 하다. 이 시대에 몇몇 안 되는 진정한 광대이다. 고수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사이인 박근영이 맡았다.  


● 최승희 <춘향가>(ene Media/KBS미디어:ENEC-059:5C.D)

 

최승희 명창의 유일한 판소리 완창 <춘향가> 음반이다. 1980년 5월 녹음으로 이전에 카세트로 출반된 적은 있지만, CD로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최승희 명창은 1937년 전북 익산 출신으로 김동준, 홍정택 명창으로부터 토막소리를 배웠고, 19세 때에 김여란 문하로 들어가 오랫동안 단가, 춘향가, 시조 등을 배웠다. 김영란 명창은 성악의 기초를 닦고, 정음을 낼 수 있도록 판소리에 앞서 시조를 가르쳤다고 한다. 김여란 명창으로부터 배운 춘향가는 정정렬제로, 최승희 명창이 가장 온전하게 부르고 있다. 이 음반은 최승희 명창의 가장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음반으로, 전성기 때 녹음이다. 최승희 명창의 장단 붙임이 다채롭고 까다롭지만, 김명환 명인은 명고라는 명칭에 걸맞게 정대한 가락으로 복잡한 붙임새 속을 누비고 있다. 추임새도 기가 막힌다   


● 월당 김성애 <동초제 판소리 춘향가 발표회>(김성애우리소리방:음반번호없음:7CD)

 

김성애 소리꾼의 완창 판소리 <춘향가> 음반이다. 국립극장에서 열린 연주회의 실황녹음으로, 전반부 3매는 2001년 5월 18일(2002년 비매품 출반), 후반부 4매는 2003년 4월 27일(2004년 비매품 출반) 녹음으로, 이번에 전, 후반부를 합하여 7장의 음반으로 신나라를 통해서 선보이고 있다. 김성애 명창은 판소리보다는 여성국극, 뮤지컬과 MBC마당놀이로 더 알려진 명창이다. 20대부터 오직 오정숙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워, 동초제 춘향가를 그대로 전승하고 있다. 현재는 동초제 심청가 완창을 준비하고 있다. 음반은 트랙도 잘 나누어져 있고, 실황녹음의 열기를 실감나게 맛볼 수 있으며, 마당놀이의 경험을 통해 듣는 사람들이 편하도록 소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고수는 전반부 김규형, 김청만, 후반부 조용안, 김청만 명인이 맡았다.  


■ 산조 음반

 

● 아쟁산조 : 정창관국악녹음집 (8) <박대성의 국악세계>(정창관:CKJCD-008)

 

운영자가 1년에 1장씩 제작하고 있는 정창관 국악녹음집 시리즈 8집이다. 60세 이상으로, 지금까지 독집음반을 출반하지 않으신 분, 꼭 전승되어야 할 음악을 가지고 계신 연주자를 선별하여, 국내 유일의 개인 이름을 걸고 제작하고 있는 국악음반 시리즈이다. 2005년에는 진도 출신의 아쟁 연주자 박대성 명인의 음반이다. 한일섭 선생으로부터 아쟁을 배웠고, 윤윤석, 박종선 명인과 동문수학하였다. 그의 산조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일찍부터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음악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최근에서야 귀국하여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섭제 박대성 아쟁산조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이 때에 운영자의 시리즈로 음반을 출반하게 되었다. 새로운 아쟁산조를 선보이게 된 이 음반에는 아쟁 짧은 산조, 긴 산조, 아쟁 시나위, 아쟁 독주-다스름 ‘세월’이 실려 있고, 장구는 부산대학교 박환영 교수가 맡았다.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상업용이 아니라며 누구라도 복사하여 사용해도 된다.


● 가야금산조 : 문재숙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청조>(靑調)(서울음반:SRCD-1612:2CD) / 오경희 <서공철류 가야금산조>-Rapha-(신나라/다다미디어:DDCJ-56C) / 곽수은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예술기획탑:TOPCD-097) / <유지영 가야금산조>-김죽파류-(악당:ADCD-002) / 이서영 <가야금독주>(신나라/다다미디어:DDCJ-62C) 

 

하반기에는 가야금산조 음반이 대량 출반되었다. <청조>는 문재숙 교수(이화여대)의 김죽파류 산조로 1979년에 녹음한 긴 산조(장구:김동준), 1988년에 녹음한 짧은 산조(장구:김명환), 1990년에 녹음한 짧은 산조(장구:김동준)가 2장의 CD에 담겨져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산조의 변화도 알 수 있는 음반으로, 명인들의 장구 가락이 음악의 깊이를 더해 준다. 오경희(백석예술대 강사)의 첫 번째 독집음반은 꿋꿋하고 장중한 서공철류 긴 산조와 짧은 산조(2005년 9월 녹음)가 실려 있다. 장구는 김청만 명인이 맡았다. 곽수은 선생(국립국악학교 교사)의 첫 번째 독집음반은 김죽파류 긴 산조 한바탕(2005.5.9. 공연 실황)이 실려 있다. 교사로서의 열정으로 죽파 산조의 성음을 담아내고 있다. 장구는 권성택이 맡았다. 가야금앙상블 사계의 멤버인 유지영이 연주한 산조도 죽파류 긴산조 한바탕(2005.3.1. 녹음)이다. 연주장 그대로의 음을 표현한 순수녹음(Pure Recording)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깨끗한 죽파류 산조로 장구는 김웅식이 맡았다. 첫 번째 독집음반이다. 이서영은 국립국악학교 학생으로, 음반에는 서공철류 짧은 산조(2004.12-1005.1)와 창작곡들이 실려 있다. 오경희, 조진영으로부터 사사하였으며, 장구는 서수복이 맡았다.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음반이다.

          

■ 민요 음반

 

● 이은관의 <배뱅이굿.회심곡>(지구레코드:JMCD-0039:2CD)

 

국악음반 중에서 동일한 곡으로 제일 많이 출반된 음반은 이은관 명창의 배뱅이굿이다. CD음반으로만 6종이 나와 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 음반은 염가반으로 1995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배뱅이굿과 회심곡의 재발매 음반이다. 이은관 명창은 1917년 강원도 이천에서 출생하였다. 권번의 소리선생으로 있던 이인수 명창의 문하에서 배뱅이굿을 배워, 198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배뱅이굿)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미수를 넘었지만, 현재도 배뱅이굿을 즐겨 부르고 있다. 염가반은 일반반의 1/4-1/2 가격으로 보통 해설서가 없다. 그러나 염가반으로 나오는 음반은 대중적으로 팔릴 수 있는 음반만 나온다고 보면 정확하다.  

 

● 백영춘의 <경서도창전집>(미산음반:MSC-4-901/4:4CD)       

 

음반에 바코드가 있어 판매용으로 분류를 하였지만, 음반의 형태를 보면 도저히 판매용으로 보기가 어렵다. 종이 케이스에 4장의 낱장 CD를 넣었는데, 앞표지도 없고, 해설서도 없다. 염가반으로 출반한 것은 분명히 아닌데, 염가반처럼 보인다. 경서도 소리꾼 백영춘 선생은 1946년 서울 출생으로 이창배 선생으로부터 시조, 가사와 경서도 소리를 배웠다. 백영춘 선생은 학원(02-533-6834)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목적으로, 기초장단에서부터 경서도창 전반의 고법과 병창을 망라한 “우리소리 배움의 길잡이”라는 이름으로 10장의 카세트를 출반하였다. 이 중에서 1-4집의 내용을 CD로 출반하였는데, 선소리/산타령, 회심곡, 서도잡가, 서도잡가/휘모리잡가이다. 장구도 직접 치고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 박상옥 <휘몰이잡가>(현레코드:음반번호없음)

 

휘몰이(휘모리)잡가는 서울의 잡가 중에서 한배가 빠른 것을 말한다. 주로 풍자와 해학으로 된 사설을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꾸며서 빠른 속도로 총총히 휘몰아쳐 나간다. 삼패기생이나 소리꾼들이 소리판을 벌이면 먼저 시조나 가사 같은 노래를 몇 곡 부르고 이어서 경기12잡가와 선소리 산타령 같은 것을 주로 불렀는데, 마지막에는 빠른 속도의 해학적인 휘모리잡가를 부르고 자리를 파했다고 한다. 1947년 출생의 박상옥 명창은 이창배 선생으로부터 휘모리잡가 등을 배워, 1999년 7월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모리잡가 예능보유자가 되었다, 2004년에 KBS국악대상 민요부문을 수상하고, 이번에 휘모리 잡가, 만학천봉, 병정타령 등 모두 11곡을 실어 음반 1장으로 출반하였다. 장구는 직접 치고 있다.


● 김영임 <12잡가>(신나라:NSC-146:2CD) / <김영임 한국민요>(지구레코드:JMCD-053:2CD) / 김영임의 걸작 <회심곡.대감놀이>(지구레코드:JMCD-0038:2CD)

 

온라인 음반점의 음반 판매 순위 리스트에 볼 수 있는 음반,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반판매점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민속악 음반이 김영임 명창의 민요 음반이다. 민요만 부르는 명창으로 알았는데, <경기 12잡가> 음반이 나왔다. 2005년 8월 녹음으로 8월 28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12잡가 완창 공연에 맞추어 출반된 것이다. 김영임 명창은 묵계월 명창으로부터 잡가를 배웠는데, 그 바쁜 와중에 12잡가 음반을 출반하고 공연을 했다는 것은 대단하다. 장구는 하진옥이 맡았다. 해설서엔 해설, 연주자 소개, 가사, 추천글, 축하글이 정리되어 있고, 한글본과 함께 영어, 일어, 중국어본을 곁들였다. 

<김영임 한국민요>는 염가반 음반으로 1991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김영임 한국민요집 1, 2집>의 재발매 음반이고, <회심곡.대감놀이> 음반도 염가반으로 회심곡은 199999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회심곡>의 재발매 음반이며, 대감놀이는 CD로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염가반은 종이케이스에 들어있고 표지도 해설서도 없다,    


● 안소라(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이수자) <경기민요>(삼성음반:SSR-1314)

 

경기도 군포국악협회 민요분과위원장인 안소라의 첫 번째 독집음반이다. 안소라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 전국민요 경창대회 대통령상 수상 기념으로 출반한 음반으로 보인다. 음반에는 노래가락, 청춘가 등 모두 24곡의 경기민요가 실려 있다. 조창자와 기악 반주로 진행되지만, 해설서에는 가사만 나온다. 바코드가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용으로 나온 것은 분명한데 시중에는 잘 보이지가 않는다.


●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풀피리 보유자 <오세철 풀피리 독주집>(예술기획탑:TOPCD-093)  

 

풀피리는 풀잎을 입술에 대고 입김을 불어 소리 내는 일종의 악기로, 초금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궁정에도 초금 연주자가 있어 궁정음악에도 쓰였고, 민간에도 초금의 명인들이 각종 음악을 연주하였다는 문헌이 있다. 일제 때에는 강춘섭 명인이 초금으로 유명하여 산조를 능히 연주하였다고 하나, 지금은 초금을 연주하는 이가 드물다. 오세철 명인은 1957년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초금 명인 전금산 선생으로부터 초금을 배웠다. 농부로 살고 있는 연주자는 이은관 선생으로부터 배뱅이굿도 배워 이수자이기도 하다. 2002년에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풀피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초금의 명인이 되었다. 이 음반에는 민속기악곡, 산조, 민요와 각종 새소리, 청성곡이 실려 있다. 녹음은 2005년 9월 연주자가 살고 있는 파주 적성마을에서 이루어졌다.   

 

● <영남구전민요>(신나라:NSC-149:5CD)

 

이 음반은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가 지난 2003년에 출간한 ‘영남 구전자료집’의 속편으로 간행된 ‘민요편’의 별집으로 출반된 것이다. 영남지역 50여 개의 지역 중에서 10개의 지역(행정단위 군)에서 채록한 자료로 제작한 것으로, 상주, 문경, 함양, 산청, 하동, 거창, 합천, 의령, 창녕, 함안군이다. 경상도는 메나리토리의 본고장이지만, 경상도 중서부와 남해안은 인접 문화와 뒤섞여 있고, 장단의 다양성이 경상도 민요의 본질임을 확인하고 있다. 해설서에는 해설과 녹음장소, 일시, 연주자와 가사가 채록되어 있다. 5장이 한 세트로 출반되었지만, 낱장으로 출반한다면 훨씬 많은 음반이 판매될 것 같다. 국악을 잘 듣지는 않지만, 자기 고향의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어린 시절에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가 정겹게 불렀던 그런 노래이다.  

  

* 음반의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운영하는 홈피 www.gugakcd.pe.kr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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