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음반 <2005년(상반기) 민속악 음반을 찾아서 I> 한국고음반연구회 정 창관 |
화제의 음반 정 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 ckjungck@hanafos.com / www.gugakcd.kr
2005년 국악음반 출반 시장은 양적으로는 예년과 같이 200여종이 출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속악 분야만 보면 비관적으로, 출반 매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 미미하였던 정악 분야의 음반이 비중을 높여가고, 창작국악 분야가 약진하는데 비해서 민속악 분야는 그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국내 국악음반 시장의 20%를 판매하고 있다는 모음반점의 국악음반 판매 순위 20위에 민속악 음반인 판소리, 민요, 산조음반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다만 30위 안에 김영임 명창의 민요음반 1 장 보이는 정도이다. 민속국악원에서도 민속악 음반을 출반할 것이고, 남도국악원에서도 개원1주년을 맞아 2장의 음반을 출반하였고, 계속 시리즈 음반을 출반하겠지만,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번 호와 다음 호, 2회에 걸쳐 금년에 판매용으로 출반된 민속악 음반 중에서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음반이 아니고, 판매용으로 출반된 모든 음반을 소개해야 글을 다 채울 것 같다.
이번 호에는 올해 상반기(1월-6월)에 출반된 민속악음반, 다음 호에는 하반기(7월-12월)에 출반된 음반으로 장르별(판소리, 산조, 민요)로 소개하고자 한다.
■ 판소리 음반 ● 판소리 여류명창 안향련의 소리세계 <안향련> 안향련 명창이 살아있었더라면, 지금의 판소리 세계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안향련이 판소리에 적합했다기보다는 판소리가 안향련이라는 명창을 위해서 존재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판소리의 서름조를 한 차원 높은 예술미학으로 발전시킨 명창으로, 어떤 때는 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 안기선, 정응민.정권진, 장영찬, 김소희 명창으로부터 사사한 안향련은 1970년대에는 조상현 명창과 더불어, 라디오와 TV에서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하였으면, 창극 무대에서 주인공을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이 음반은 38세(1981년 12월)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명창, 안향련의 음반으로, 이전에 CD로 출반된 안향련의 음원을 집대성한 8장의 음반이다. ‘심청가’ , ‘흥보가’, ‘춘향가’ 일부, ‘심청가’ 중 ‘범피중류’, 민요 독창 4곡, 오정숙, 남해성 명창과 부르는 민요 17곡이 실려 있다. 안향련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으로, 해설서도 자세하고 가사도 채록되어 있으나. 어떠한 이유인지 고수에 대한 언급도 없고, 음원에 대한 근거도 없어 많이 아쉬운 음반이다.
● 이일주 창 <수궁가> 판소리 5바탕을 출반한 소리꾼은 드물다. 현재는 박동진, 오정숙 명창뿐이다. 5바탕 소리를 다 배워 익혀, 음반작업까지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소리꾼이 소리 외에 신경을 써다보면 배운 소리도 제대로 음반작업을 하지 못한다. 현재의 유명한 소리꾼의 면면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36년 충남 부여 출생의 이일주 명창, 1995년에 <춘향가>, 2003년에 <심청가>와 <흥보가>, 올해 에 <수궁가>음반이 나왔으니, <적벽가>음반, 한바탕 남은 셈이다. 이일주는 서편제 소리꾼의 대가 이날치 명창의 증손녀이다. 아버지로부터 판소리 수업을 시작해, 박초월, 김소희 명창의 사사를 거쳐 오정숙 명창에 이르러 자신의 판소리 예술세계를 완성하였지만, 박초월 명창의 치열한 창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일주의 소리는 곱기만 한 요즈음의 다른 여창보다는 거칠지만, 서슬이 담겨져 있다.
완창 음반이 귀하게 출반되는 요즈음에 만난 단비같은 음반으로, '수궁가‘를 3장에 담았다. 해설서 자세하고, 가사와 주석이 실려 있고, 고수는 제자인 송재영 명창이다.
● 이명희의 <흥보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명희 명창의 첫 판소리 완창음반 <흥보가>이다. 1946년 경북 상주 출생의 이명희는 14세에 김소희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토막소리와 춤을 배웠으나, 그 후 결혼으로 예능활동을 중지하였다. 30대 중반에 서울로 올라와 2년간 김소희 명창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를 배웠다. 1990년에는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경창대회에서 만정, 동편제 춘향가 ’이별대목‘으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1992년에는 대구 무형문화재 제8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 음반은 ‘초입’부터 ‘놀부,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까지, 2장의 음반이다. 북은 김청만 명인이 잡았다. 해설서는 딱 1장으로, 동편제 ‘흥보가’의 전승계보로 송만갑 명창을 거쳐 김소희 명창을 거쳐 이명희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코드가 인쇄되어 판매용으로 삼성음반에서 출반되었지만, 음반점에 잘 보이지 않는다. 출반 일자도 없으며, 필자가 올해에 구하였기 때문에 올해의 음반으로 소개한다.
■ 산조 음반 ● 이생강 음악인생 60주년 기념앨범 <죽향> 대금 인간문화재 이생강 명인, 관악기의 달인, 이생강의 예술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대금산조’, ‘피리산조’, ‘퉁소산조’, ‘단소산조’ 외에도 5곡 민요의 소금 독주와 ‘능게’와 ‘시나위’의 태평소 독주가 실려 있다.
이생강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락에 경드름제, 봉장취, 군노사령 등의 가락을 삽입하여 기교적이고 화려한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완성하였으며, ‘피리산조’는 오진석 명인으로부터, ‘퉁소산조’와 ‘단소산조’는 전추산 명인으로부터 배워 이생강류를 완성하였다. 소금은 부친으로부터 배웠고, 태평소는 부친과 김문일, 방태진, 한일섭 명인으로부터 배웠다. 못 부는 관악기가 없는 관악기의 달인이다.
죽향, 이생강이 줄 수 있는 예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2장의 음반으로, 지난 4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생강 음악인생 60주년 공연’과 더불어 출반되었다. 이 시대 최고의 대금연주가, 최고의 관악기 연주가의 음반이다.
● 성금련.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이승현> 젊은 연주자가 산조음반을 출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힘들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산조를 짠 연주자의 음반도 나와 있고, 스승과 쟁쟁한 선배들의 음반이 출반되어 있는 가운데 산조음반을 출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대한 연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겪어야 할 관문이기도하다.
국립국악고등학교(1987년)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승현은 김상순, 김정자, 이재숙 명인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워, 현재 용인대학교, 중앙대학교, 청주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화려하면서도 발랄한 가락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성금련류 산조’, 남성적이고 끗끗하며, 박력있고 묵직한 ‘최옥삼류 산조’, 2산조가 실려 있다. 이승현의 첫 독집음반으로 장구는 남편인 이종길이 맡고 있는데, 가야금 연주자이다. 2004년 2월과 2003년 6월 녹음이다.
● 이주은 <가야금산조>-최옥삼류- 힘든 작업이 하나 이루어졌다. 이주은의 <최옥삼류 가야금산조>음반이다. 김일륜, 김해숙, 성애순 명인의 '최옥삼류‘ 음반이 출반된 가운데, 산조 음반 하나 더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연주자로 대성하기 위해서는 30대, 40대, 50대에 계속해서 음반을 내면서 자신의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국악고등학교(1990년)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주은은 김상순, 김일륜, 김정자, 이재숙 명인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워, 현재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부수석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주은은 늘 연습한다. 성음이 크고 자기 목소리가 또렷하다. 그래서 씩씩하고 끗끗한 가락이 많은 ‘최옥삼류 산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첫 번째 독주회에서 연주한 산조가 최옥삼류였고, 첫 번째 독집음반으로 출반한 산조가 이 최옥삼류 음반이다. 장구는 사제관계인 이태백이 맡았으며, 2004년 12월 녹음이다.
■ 민요 음반
● <이창배의 예술세계> 음반에도 불가사의한 일이 몇 가지 있다. 판소리 조상현 명창의 음반이 귀하다. 올해에 나왔지만, 김월하 명창의 음반이 없다. 그리고 이창배 명창의 음반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악전집이나 KBS자료집 음반 중에는 이창배의 곡이 1-2곡 실려있지만, 이창배 이름을 붙인 CD음반은 이 음반이 처음이다. 이 음반은 선생의 제자들이 생전에 녹음하였던 자료들을 발굴하여 제작한 것이다.
1916년 서울 출생의 벽파 이창배은 20살에야 본격적으로 경서도창을 배웠다. 1950년대 초에는 “이창배 성악학원”을 개설하여 경서도창의 체계적 전승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유명한 “가요집성” 책을 발간하였다. 1968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1983년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음반에는 ‘경기 12잡가’, ‘휘모리잡가’와 ‘장기타령’, ‘서도잡가’가 실려 있다. 해설서 자세하고, 가사 수록되어 있지만, 음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 <The Best of 김영임> 이 음반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음반,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반점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국악음반이 김영임 명창의 민요음반이다. 그만큼 대중의 인기가 높은 국악인이다. 최근에는 <경기12잡가> 음반(신나라)을 출반하기도 하였다.
1953년 출생으로 서울국악예고를 졸업하고, “청구소리학원”에서 소리를 배웠다. 1995년에는 묵계월 문하에 입문하여 ‘경기12잡가’를 배웠다. 대중들을 위하여 엄청난 공연을 소화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국악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끼가 있는 명창, 청중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는 명창이다.
이 음반에는 ‘회심곡’(CD 1)과 민요 14곡(CD 2)이 실려 있다. 해설서에는 가사만 수록되어 있다. 음원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이전에 지구레코드에서 출반한 <김영임의 걸작 회심곡>(JCDS-0095)과 <김영임 한국민요집 1.2>(JCDS-187/8)에서 발췌한 음악이다.
● 가야금삼중주단 <가야미(美)> “서울 새울 가야금 삼중주단”에 이어 1998년에 국내에서 2번째로 결성된 가야금삼중주단이 “가야미”이다. 가야미는 가야금의 '가야'와 아름다울 '미'가 결합된 말로, 결성된 지 7년 만에 1집 음반을 선보였다. 3기에 이르고 있는 이 삼중주단의 단원, 정은영, 유승희, 이현희는 모두 충북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회원들이다.
듣고 있으면, 이 곡을 과연 국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를 의심케하는 창작음악이나 국적불명의 크로스오버 내지는 퓨젼음악이 아닌 우리의 민요만 7곡을 편곡하여 고스란히 실은 것이 마음에 무척 든다. 그 동안 25현 가야금 삼중주의 새롭게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이 주력해온 김계옥, 이상균, 최지혜, 함현상 선생이 편곡을 맡아 삼중주곡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었다. 25현 가야금 3대가 저마다의 언어와 역할을 가지고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며 노래한다. 민요의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흥겨움을 가야금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민요로 빗은 가야의 미이다. 곡도 잘 선정하였고, 음반 디자인, 해설서 모두 깔끔하다.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민요음반이다.
* 음반의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운영하는 홈피 www.gugakcd.pe.kr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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