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이 넘었을 때, 나는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언제까지 남의 책만 읽을 것인가? 나도 남을 위하여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일 피일하다가 1, 2년이 흘렀다. 작년에는, 이러다가 책을 언제 쓰겠나 싶어 올가미를 메어야겠다는 생각에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신청을 하였는데, 내가 운영하는 '정창관의 국악CD음반세계'(www.gugakcd.pe.kr)를 높이 평가한 때문인지, 덜컥 승인이 되었다. 오래 전의 바람을 되새긴다면, 수필을 써고 싶지만, 남과 분별성이 있는 수필을 쓸 실력은 도저히 안 되는 것 같으니, 자연히 내가 제일 잘 아는 국악음반과 관련하여 책을 써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결론낸 것이, 국악 음반을 통해서 국악 입문자의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길라잡이 책을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 책을 집필할려고 준비하던 중, 마음이 변하였다. 이것이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니 음악을 들으면 좋을 것 같고, 음반은 계속 신보가 나오고, 절판이 되니 음반 소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자책을 발간하는 방법, 즉 웹상에서 책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문예진흥기금 신청 변경을 마치고, 전자책 쪽으로 선회하였다. 또 책은 돈을 주고 사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만, 전자책은 누구나 인터넷이 되어야 하지만-무료로 볼 수 있으니,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 같아 좋았다.
전자 책이 좋은 점은 있지만, 프로그램 단계부터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책은 내가 계속 보완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이 되어야하는데, 전자책을 만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보니 배워서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별도의 프로그래머를 채용하여 내가 운영할 수 있는 전자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되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국악을 좋아하고 싶은 입문자들에게, 국악음반을 통해서 접근 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십수년간을 고전음악 한 분야에 탐닉하여, 지고이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에 서양 고전음악 밖에 없다는 생각에 모든 열정을 바쳐오던 중,1987년 어느 날 국악(판소리)이나 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에 항상 고전음악 음반을 구입하는 레코드가게(당시 종로 3가 신나라레코드)에서 국악음반을 찾았을 때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수천 장의 음반 중에 국악음반 10장이 없었다. 더구나 내가 찾는 판소리 음반은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심한 자성과 함께 국악으로의 귀향이 시작되었다. | |
| | 중고 국악음반을 사기를 시작으로, 닥치는 대로 국악을 듣고, 국악 관련 책을 읽고, 국악연주회도 시간을 내어서 열심히 다녔다. 몇 사람과 더불어 국악 유성기음반을 복각하여 LP CD로 발매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한국고음반연구회를 결성하여 음반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을 주도해 오고 있으며, 잃어버릴 소리, 날아갈 소리를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매년 한 장의 국악음반(정창관 국악녹음집)을 제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출반된 국악CD음반을 수집하여 검색이 가능한 웹사이트(www.gugakcd.pe.kr)를 운영하고 있다.
국악의 멋은 어디에 있을까? '얼씨구' '좋다'라면서 추임새를 넣으면서 연주자와 어울려 자유롭게 듣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 나서는, 헛기침도 제대로 못하고 거의 부동자세로 앉아서 듣는 고전음악 연주회에 가기가 싫어졌다. 어깨춤이 절로 나고 흥에 겨워 따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민요 공연을 보고 나서는, 노랑머리 가발을 덮어쓰고 서양사람 흉내를 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로 부르는 오페라 가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정지된 것 같은 움직임 속에서 곡선을 그리는 우리 춤에서 서양 발레의 직선적인 빠른 동작에서 느끼지 못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고전음악을 듣고 연주회에 참석했지만 어느 음악도 눈물을 흐르게는 못 했지만, 판소리 심청가 한 바탕을 듣고 있노라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가 쑥스러워 옆 사람의 눈치를 본다. 꽹과리, 장고, 징, 북, 4개의 악기로 연주회장을 소리로 가득 채우는 사물놀이 공연만큼 잦은 신명의 박수를 보내는 연주회는 본 적이 없다. 국악으로 귀향하여 내가 찾은 아름다움의 일부분이다. 모든 음악은 다 아름답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국악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기 때문에 국악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국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한과 흥의 음악, 우리 국악의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쓰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많다. 국악 곡을 설명하기도하고, 자료를 찾아 제공해준 김용현씨,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장정식씨, 쓴 자료를 올려준 장정원씨, 선곡한 음악을 WMA파일로 바꾸어 준 강정욱, 강성욱 쌍둥이 형제, 마지막에 시간에 쫓겨 힘들어 할 때, 음반 소개 글을 도와준 도와준 한국고음반연구회 성기련, 노재명 회원, 2년전 국악방송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장수홍님, 그리고, 돈 안되는 이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준 마누라가 너무 고맙다. 이 책만 아니었더라면, 공부도 도와주고 놀아주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2004년 11월 30일 월계동 동신아파트에서 정창관 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