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탐반 클래식  鄭昌官 氏 댁을 찾아서                                                          


   88년 8월 7일 오후 4시, 한층 가열된 도시의 거리는 이글거리는 폭염과 지열이 한데 어울어져 '더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인적은 간 데 없고 태양의 작열만이 있을 뿐이었다.

  강남의 개포동을 지나 멀리 대모산이 바라다 보이는 지대에 자리잡은 일원동 주택가, 한눈에 신개발지임을 알 수 있었다.

  산악우회 창간회보에 회원 탐방을 담으려 정창관씨 댁을 이렇게 방문한 것이다.

 집을 찾느라 약속 시간보다 30여 분 늦게 도착한 탓이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음악이 숨쉬는 공간으로 안내 받았다. 소음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애호가들처럼 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평 남짓한 리스닝 룸에서 베르디의 "운명의 힘"을 듣고 있었다. 진공관 앰프에 걸어놨으니 그 열기는 대단했었다.

 우선, 베토벤의 "운명" 수집가로 알려진 정창관씨의 탐방이다 보니 관심사는 역시 운명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운명에서부터 지금은 폐반된 초기 라이센스 운명, 과거 클래식 복사판(소위 백반), 심지어는 지휘자가 없는 운명, 최근에 구입한 오토마르 스위트너 지휘, 베들린가극장의 운명까지 90여장에 이르고 있다.

 군에서 제대한 75년부터 모으기 시작한 레코드 콜렉션은 운명을 포함하여 2,500여 장, 거의가 다 클래식 라이센스로 국내에 출반된 레코드는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한다.

 독일제 소형 스피커 Loeweopta에서 들리는 소리는 박력은 없는 듯 하나 섬세함에 이내 이끌린다. Yamaha CDP, Micro BL 77턴테이블, 리 연구소의 메인 L220, 프리SL5 등이 그와 함께 호흡하는 벗 들이다.

 오디오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탓인지 Grade up에 대한 유혹은 못 느끼고 있다 한다.

 국악에 대한 그의 관심 또한 흥미롭다. 그가 천신만고 끝에 전주에서 구했다는 임방울씨의 쑥대머리를 듣는 순간, 과연 음악은 시공을 초월하는 인류의 공통어라는 말이 실감된다. 국악인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SP디스크들을 혼자서만 몰래 모셔놓고 듣는 폐쇄성을 버리고 젊은 세대들도 해방 전 명창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때가 하루 빨리 와야한다고 주장하는 정창관씨.

 그 노력의 일환으로 5인의 명창(이동백, 송만갑, 정정열, 김창환, 김창룡)의 목소리가 SP 복각으로 곧 출반되리라고 귀뜸해 주었다.

 그의 색다른 취미는 별보기 운동(?). 국민학교 교과서를 통해 알고있는 노동착취 운동이 아니라 밤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노라면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만큼 별빛의 자태에 빠져들고 만다고 일러줬다.

 한국 아마추어 천문협회 회원이 된 연유도 별빛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에 관계하고 있는 걸 보면 그도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찾는데 꽤나 정열을 쏟는 노총각인 듯했다.

 탐방시 시청한 영화 '아마데우스'의 해괴망측한 모차르트의 웃음소리로 인해 창간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웠다.

                                                                                            신장철 / 편집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