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콩트                                                                                                                                                             

    "여보 사랑해요!"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 HSBC은행 부지점장 정창관  
 


  사랑이란 무엇인가? 소설가 뮐러는 "사랑은 우리의 생명과 같이 날 때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시인 테니슨은 "사랑해서 사랑을 잃는 것은 전연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했으며, 조지훈 시인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사랑에 관해서는 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장의 글을 차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해서 불 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라고 사랑의 위대함을 가르켜주고 있다.     

  이 위대한 사랑 중에서도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만큼 이 세상에 고귀한 것이 또 있겠는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선물로 받은 한 권의 책이름은 이어령 교수의 수필집 "흙속에 저 바람 속에"-이것이 한국이다-이었다. '책이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내 인생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책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는 지금까지 책을 손에서 떼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내 가방에는 책이 들어있으며, 군 3년 복무 중에도 그러하였다. 내 서재에는 많은 책은 없지만 서가에 곶혀있는 책은 사전류 등을 제외하면 다 나의 눈길이 스친 책이다.  "흙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나서 이어령 교수의 수필집전집을 다 읽었는데, 이 전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서양사람들이 남녀간에 "I love you"를 밥먹듯이 자주 표현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이 말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0대에 읽은 이 글이 나의 뇌리에 꼭 자리잡고 있었다. 커피의 맛은 누구하고 같이 마시느냐에 있으며, 밥맛은 얼마나 시장하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기억난다. 그리고 서울대 농대교수였던 유달영님이 쓴 한 수필집에서, 교수는 서울서 춘천가는 기차여행에서, 농사꾼으로 보이는 어느 중년부부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억센 손으로 부인의 손을 살며시 잡고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놓더라는 것이다. 교수는 여기에 무슨 "I love you"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나는 결혼한지 올해 10년이 되지만 마누라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의 사랑을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누라는 부부도 애정의 표현을 자주 해야 정이 깊어진다고 어느 잡지의 글을 인용하면서, 표현을 너무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곤 하지만, 10년동안 이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20대에 읽은 이어령 교수의 책 때문이다.

  나는 결혼 10년이 되는 11월 13일에는 마누라의 손을 꼭 잡으면서 이 한마디를 하겠다. "여보 사랑해요!".  그러나 또 한 번의 이 말을 듣기 위해 마누라는 또 한 번의 1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끝-

* 여기저기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은 10년에 한 번밖에 슬 수 없는 글이라 무척 감회가 깊으며, 이 글은 마누라가 교정을 보지 못한 유일한 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