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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요!"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 HSBC은행 부지점장 정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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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사랑 중에서도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만큼 이 세상에 고귀한 것이 또 있겠는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선물로 받은 한 권의 책이름은 이어령 교수의 수필집 "흙속에 저 바람 속에"-이것이 한국이다-이었다. '책이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내 인생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책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는 지금까지 책을 손에서 떼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내 가방에는 책이 들어있으며, 군 3년 복무 중에도 그러하였다. 내 서재에는 많은 책은 없지만 서가에 곶혀있는 책은 사전류 등을 제외하면 다 나의 눈길이 스친 책이다. "흙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나서 이어령 교수의 수필집전집을 다 읽었는데, 이 전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서양사람들이 남녀간에 "I love you"를 밥먹듯이 자주 표현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이 말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0대에 읽은 이 글이 나의 뇌리에 꼭 자리잡고 있었다. 커피의 맛은 누구하고 같이 마시느냐에 있으며, 밥맛은 얼마나 시장하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기억난다. 그리고 서울대 농대교수였던 유달영님이 쓴 한 수필집에서, 교수는 서울서 춘천가는 기차여행에서, 농사꾼으로 보이는 어느 중년부부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억센 손으로 부인의 손을 살며시 잡고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놓더라는 것이다. 교수는 여기에 무슨 "I love you"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나는 결혼한지 올해 10년이 되지만 마누라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의 사랑을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누라는 부부도 애정의 표현을 자주 해야 정이 깊어진다고 어느 잡지의 글을 인용하면서, 표현을 너무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곤 하지만, 10년동안 이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20대에 읽은 이어령 교수의 책 때문이다. 나는 결혼 10년이 되는 11월 13일에는 마누라의 손을 꼭 잡으면서 이 한마디를 하겠다. "여보 사랑해요!". 그러나 또 한 번의 이 말을 듣기 위해 마누라는 또 한 번의 1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끝- * 여기저기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은 10년에 한 번밖에 슬 수 없는 글이라 무척 감회가 깊으며, 이 글은 마누라가 교정을 보지 못한 유일한 글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