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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락을 찾아 - 정 창관(홍콩샹하이은행 지배인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
나는 현존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재해왔으며.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연주되며, 음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음악은 사라졌으며, 점차로 도태될 것이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훌륭한 음악이다. 재즈도 감동적인 음악이고, 팝송도 좋고 우리의 대중가요도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어 좋다. 한국가곡 또한 아름답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경음악도 좋은 음악이다. 다만 자기가 어느 취향의 음악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가치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87년 어느 날 국악(판소리)이나 한번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항상 고전음악 음반을 구입하는 '신나라레코드가게(종로 3가)'에서 국악음반을 찾아 을 때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수천 종의 음반 중에 국악음반은 5종류 정도였다. 더구나 내가 찾는 판소리 레코드는 한장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심한 자성과 함께 국악으로의 귀향이 시작되었다. 중고 국악음반을 사기를 시작으로, 닥치는 대로 국악을 듣고, 국악 관련 책을 읽고, 국악연주회도 시간을 내어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 몇 사람과 더불어 음반에 담긴 국악을 연구하는 [한국고음반연구회]를 창립하여, 매년 학술대회와 국악음반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또 국악 유성기음반을 복각하여 CD로 발매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나는 국내외에 발매된 모든 국악CD음반(현재 1,000여매)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목록을 학술지에 정리, 발표하고 있다. 국악음반 발매는 돈 되는 장사가 아니다. IMF시대에 대부분의 음반 제작회사들이 국악음반 제작을 중지한 이 때에, 나는 잃어버릴 소리, 날아가 버릴 우리의 소리를 후손들에게 남기기 위하여 그 첫 번째 시도로 [정창관국악녹음집(1) '강순영의 국악세계'] 음반을 기획, 녹음하여 최근에 제작하였다. 지금도 고전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국악에 정열을 쏟고 있다. 국악음반을 음악잡지의 고전음악 음반
뒤에나마 소개하기 위해서 기자들에게 부탁도 많이 했다. 자기들도 한국사람이라
한 페이지를 끼워준 것이 고마웠다. 현재 국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는 없다. 국악을
발전시키는 것 중의 하나가, 고전음악 애호가의 마음을 국악으로 돌리는 일이라 생각하여
음악잡지의 부록으로 국악음반을 첨부하기 위해서, 편집장을 이해시키고, 기획서를
밤을 세워 작성하여 제출한 적도 있다. 국악의 멋은 어디에 있을까? '얼씨구' '좋다'라면서 추임새를 넣으면서 창자와 어울려 자유롭게 듣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 나서는, 헛기침도 제대로 못하고 거의 부동자세로 앉아서 듣는 고전음악 연주회를 가지 않는다. 어깨춤이 절로 나고 흥에 겨워 따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민요 공연을 보고 나서는, 노랑머리 가발을 덮어쓰고 서양사람 흉내를 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로 부르는 오페라 가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정지된 것 같은 움직임 속에서 곡선을 그리는 우리 춤에서 서양 발레의 직선적인 빠른 동작에서 느끼지 못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고전음악을 듣고 연주회에 참석했지만 어느 음악도 눈물을 흐르게는 못 했지만, 판소리 심청가 한 바탕을 듣고 있노라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가 쑥스러워 옆사람의 눈치를 본다. 꽹과리, 장고, 징, 북, 4개의 악기로 세종문화회관을 소리로 가득 채우는 사물놀이 공연(우측사진:사물놀이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팜플렛)만큼 잦은 신명의 박수를 보내는 연주회는 본 적이 없다. 말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이해하기 위해 10번 20번 들은 본 사람은 우리의 정악 [수제천]을 10번 20번 들어보라. 바그너의 가극 [라인의 황금]이나 [발퀴레] 전곡을 감상해 본 사람은 김소희 명창의 [심청가]나 [춘향가] 전곡을 감상해보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좋은 만큼 우리의 [성금련류 가야금산조]와 [이생강류 대금산조]도 좋다.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좋거든 우리의 [진도 씻김굿음악]을 들어보라.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이 아름다운 만큼 [육자배기]와 [수심가]도 가슴을 도릴 만큼 아름답다. 메시앙이나 시톡하우젠을 찾는 사람은 황병기나 김영동을 찾아보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국악을 듣지 않는다면 어느 민족이 국악을 들어주겠는가? 음악의 편력에 어느 것이 정도(正道)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 또 편견이라고 치부하지 몰라도, 나의 음악편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