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음악>

    고전음악으로부터 국악으로의 귀향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 HSBC은행 부지점장 정창관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름답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재해왔으며.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연주되며 음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음악은 사라졌으며, 점차로 도태될 것이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훌륭한 음악이다. 재즈도 감동적인 음악이고, 팝송도 좋고 우리의 대중가요도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어 좋다.  한국가곡 또한 아름답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경음악도 좋은 음악이다. 다만 자기가 어느 취향의 음악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나는 십수년간을 고전음악 한 분야에 탐닉하여, 지고히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에 고전음악 밖에 없다는 생각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발매된 고전음악 레퍼토리는 모두 집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음반을 가지고 있고 실제 다 들었다. 고전음악에 입문할 때 처음 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은 현재 160여종이나 되고, 국내에서 발매된 비발디 [사계]는 31매 모두 가지고 있다. 연주회도 열심히 다녔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기립 박수를 쳤으며, 볼쇼이오페라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에 감탄하고, 로얄발레단의 기교에 찬사를 보냈다. 세계적인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 유진 올만디, 네빌 마린너의 자필 사인을 소중히 생각했고, 헝가리의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87년 어느 날 국악(판소리)이나 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에 항상 고전음악 음반을 구입하는 레코드가게에서 국악음반을 찾아을 때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수천 장의 음반 중에 국악음반 10장이 없었다. 더구나 내가 찾는 판소리 레코드는 한장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심한 자성과 함께 국악으로의 귀향이 시작되었다. 중고 국악음반을 사기를 시작으로, 닥치는 대로 국악을 듣고, 국악 관련 책을 읽고, 국악연주회도 시간을 내어서 열심히 다녔다. 몇사람과 더불어 국악 유성기음반을 복각하여 LP CD로 발매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고전음악도 계속 듣고 있지만, 3,500장의 고전음악 음반보다 300장의 국악 CD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열심히 듣고 있다.

  국악의 멋은 어디에 있을까? '얼씨구' '좋다'라면서 추임새를 넣으면서 연주자와 어울려 자유롭게 듣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 나서는, 헛기침도 제대로 못하고 거의 부동자세로 앉아서 듣는 고전음악 연주회에 가기가 싫어졌다. 어깨춤이 절로 나고 흥에 겨워 따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민요 공연을 보고 나서는, 노랑머리 가발을 덮어쓰고 서양사람 흉내를 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로 부르는 오페라 가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정지된 것 같은 움직임 속에서 곡선을 그리는 이매방의 춤에서 서양 발레의 직선적인 빠른 동작에서 느끼지 못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고전음악을 듣고 연주회에 참석했지만 어느 음악도 눈물을 흐르게는 못 했지만, 판소리 심청가 한 바탕을 듣고 있노라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가 쑥스러워 옆사람의 눈치를 본다. 꽹과리, 장고, 징, 북, 4개의 악기로 세종문화회관을 소리로 가득 채우는 사물놀이 공연만큼 잦은 신명의 박수를 보내는 연주회는 본 적이 없다. 국악으로 귀향하여 내가 찾은 아름다움의 일부분이다.

  모든 음악은 다 아름답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국악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이는 우리의 학교교육에 문제가 있다-가 없었기 때문에 국악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다. 올해는 국악의 해다. 국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한과 흥의 음악, 우리 국악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맛 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