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SYMPHONY NO.5 C MINOR OP. 67                                                         
 

정 창 관 (홍콩샹하이은행 부장)


  "이렇게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C단조 작품번호 67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제 1악장 첫머리의 동기는 베토벤이 비인교외를 방황하며 걷던 고독의 산책길에, 숲속에서 들려오는 노랑새의 울음소리로부터 착상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베토벤의 전기작가인 신틀러(1775 - 1864)가 조작했다고 하는, 누구인가 방의 문을 두들길 때 그 음을 운명의 노크(KNOCK)로 감득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듯 하다.

  베토벤은 이 곡을 1803년부터 준비하여 1808년 초에 완성하였다. 주제전개의 기법과 전곡의 긴밀한 구성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관현악 편성도 보통의 2관 편성에 피콜로, 콘트라파곳, 트럼본등을 추가하여 음량의 증가와 음색상의 새로운 효과를 내고 있으며 악식상으로는 제1악 첫머리의 소위 운명의 동기가 전곡에 걸쳐 나타나므로 해서 곡 전체의 통일이 이루어지고, 제 3악장과 제 4악장이 잇달아 연주되며, 더욱이 제 4악장의 재현부 직전에 제 3악장이 회상되는 점등 작곡기법상의 갖가지 연구가 교묘히 쓰여지고 있으며 우수한 창작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1808년 12월 22일 비인에 있는 안-데어-비인극장의 베토벤 작품발표회에서 초연되었을 때는 그의 연주회 중에서 가장 비참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이 발표회에서는 지금의 제6번 전원교향곡이 제5번으로 인쇄되어 먼저 연주되었고 제5번 교향곡이 제6번으로 나중에 연주되었다.

  나는 현재 라이센스 레코드를 1700여장을 가지고 있다. 아마 국내에서 출반된 클래식 레퍼토리는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셈이며, 모두 다 들은 것이다. 이 중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은 국내에서 발매된 18종을 포함하여 43종을 가지고 있다. 처음 클래식음악에 입문했을 때 아는 곡이라고는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들은, 주로 제목이 붙어 있는 운명, 미완성, 신세계이었으며, 제일 처음 구입한 레코드가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을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이었다. 그 때에 처음 산 전축으로 들은 이 교향곡의 운명의 동기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며, 같이 수록된 베토벤의 에그몬트서곡을 이 교향곡의 한 악장으로 착각했다. 그로부터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무조건 구입하게 되었다. 타이머가 장치된 전축은 언제나 이 교향곡의 1악장으로 나을 잠에서 깨워 주었으며, '오늘도 열심히 성실히 살아야지'라고 두손을 불끈 쥐곤 했다.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한 기간이 일천하여, 1913년 이 교향곡을 처음 녹음한 니키쉬, 1947년 나치스의 전쟁협력자 혐의에서 풀려난 푸르트뱅글러의 복귀음악 연주회 실황녹음(이 레코드는 조만간 라이센스로 출반 예정임), 바인가르터너, R. 쉬트라우스, 쿠나퍼츠부쉬등 한 세대이전의 지휘자가 녹음한 제5번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지만, 43종의 레코드중에서 가장 즐겨듣는 레코드는 1974년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비엔나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녹음한 레코드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레코드에 대해 " … 클라이버의 운명은 처절한 투쟁과 갈등을 통하여 인간 베토벤이 구가한 자유의 승리를 노래하고 있는 기념비적인 음반이다."라고 찬양하고 있지만, 나는 베토벤의 이 교향곡 자체에 대해서 이러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여러 지휘자가 연주한 베토벤의 5번을 듣는 가운데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곡이 제일 좋게 들린다는 것이지, 그의 연주가 특별히 더 많은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의 4악장중에서 특히 1악장을 즐겨 듣는다. 1악장의 연주시간은, 제일 빠른 죠지 쉘(1963 클리브랜드 관현악단)이 6 : 05로, 제일 느린 피에르 볼레즈(1968 뉴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9 : 14초로 기록되어 있지만 내가 조사한 바로는 죠지 쉘은 124마디의 제시부(연주시간 1 : 27초)를 반복하지 않는다. 만약 죠지 쉘이 제시부를 반복한다면 연주시간은 7 : 32초가 소요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시부(연주시간 1 : 23초)를 반복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77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연주시간 7 : 04초가 내가 가진 43장의 레코드중에서 가장 빠른 연주이다.

  몇 년 전, 해외연수길에 독일의 수도 본에 있는 베토벤의 생가를 방문했다.

  1920년부터 베토벤의 박물관으로 개장되어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는 생가에는 베토벤의 자필악보, 피아노, 보청기 및 초상화등의 유품이 진열되어 있고 베토벤이 태어난 방 한 가운데는 그의 흉상이 놓여 있다. 그 때에는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에 심취되어있던 때라, 방 한가운데에서 운명의 동기가 흘러나와 온 몸을 휘감아 싸는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음악가에서 가장 중요한 청각을 잃어버리고서도 인류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 준 악성 베토벤에게 지고한 경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음악은 베토벤에서 시작해서 바하의 음악으로 끝난다."고 했지만 나는 베토벤에서 시작해서 여러 작곡가를 거쳐 마지막에 다시 베토벤의 음악으로 돌아갈 것 같다.

  앞으로도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에 대한 레코드 수집은 계속될 것이며, 이 교향곡을 수집하다 보면 많은 지휘자와 관현악단을 만날 수 있어 좋다. 라이센스 레코드는 18종으로 국내 클래식음악 목록중에는 가장 많이 발매된 곡이며, 푸르크뱅글러는 이 교향곡을 9번이나 녹음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교향곡의 표제인 "운명"은 원반에는 찾아 볼 수 없으며 라이센스 레코드에만 운명교향곡이라고 적고 있다. 단 한 라이센스 레코드에는 영어로 "FATE"라고 적어 있지만, 이것은 국내 레코드제조회사가 독단적으로 표시한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유일하게 구입하고 있는 원반은 이 교향곡과 홀스트의 행성(THE PLANETS)뿐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