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테오도르 홀스트(Gustav Teodore HOLST)의 관현악 모음곡, 작품 32번                                                              

'행성(行星)' 연구(THE PLANETS)

글: 정 창 관 (홍콩샹하이은행 부장)


  별을 사랑한 철학자 칸트는 "하늘에는 별 빛, 내 가슴에는 도덕율"이라고 노래하여, 그의 묘비명에 이 말이 새겨져 있다. 또한 금세기 최대의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는 항상 제자들에게 "하늘의 별을 쳐다보라"고 가르쳤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답고 신비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별빛속으로 흡수됨을 느끼며, "저 별을 연상시키는, 저 별 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은 없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달과 관련된 음악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의외로 우주와 천체에 관련된 음악은 드문 것 같다. 잘 알려진 곡으로는 요제프 쉬트라우스의 왈츠곡「천체의 음악」과 여기에 소개하는 '홀스트'의 모음곡「행성(行星)」정도이다.

  20세기 후반 우주시대로의 돌입과 더불어,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천체를 주제로 노래하고 있으며,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자아내는 이색적인 사운드, 독특하고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오디오의 발전에 힘입어 이 곡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제목「행성의 연구」에서의 '연구'는 작품「행성」을 음악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음악을 사랑하고 별을 사랑하며, 특히 이 곡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비전문가가 이 곡과, 이 곡의 제목과 관련지어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을 한 곳에 묶는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1. 작곡가 '홀스트'의 생애와 작품

  '구스타프 테오도르 홀스트'(Gustav Teodore Holst)는 1874년 9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50km쯤 떨어진 첼텐햄(Cheltenham)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이주해 왔으며, 아버지는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자였다. 홀스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엄격한 감시하에 피아노를 배웠으나, 그의 오른팔의 신경통 증세로, 그의 아버지는 홀스트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옥스퍼드에서 대위법을 배우게 하였다.

  1893년 런던의 왕립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스탠포드(Charles Stanford : 영국의 작곡가·교육가 : 1852∼1924)에게 작곡을 배웠으며, 1895년 동급생인 본·윌리암스(Vaughan Williams : 1872∼1958)를 만나 절친한 친구가 되어 후에 영국민요를 함께 연구하였다. 1898년 트롬본 연주자로서 칼·로사 가극장(The Carl Rosa Opera Company)에 소속되었으나 후에 스코틀랜드 교향악단(The Scottish Orchestra)으로 옮겼다. 여기에서의 경험이 후에 그가 관현악곡을 작곡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1901년 결혼 후, 여학교와 대학에서 음악을 지도하고 지휘도 했다. 그의 교수법은 특이하여, 학생들이 직접 행(行)하면서 배우는 것을 주장하며 교과서를 멀리 하고, 시험을 싫어했다.

  1920년 그의 첫 대규모 관현악 모음곡인「행성」의 성공으로 홀스트는 출판업자의 의뢰로 초기의 작품을 개작하기도 하고, 강의와 지휘로 바쁘게 생활하였으며, 1932년 1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작곡을 지도하기도 했다. 1934년 5월25일, 60세의 일기로 영면한 홀스트는, 특히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져 산스크리트(Sanskrit : 범어)를 연구했으며, 동양적인 멜로디와 민요에 의한 곡을 많이 작곡했다. 영국에서는 헨리 퍼어셀(Henry Purcell : 1659∼1695 : 17세기 후반의 영국의 최대 작곡가)의 재현이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1903년에 작곡한 교향시「인드라(INDRA OP.13)」, 1909∼1910년에 작곡한 동양적 모음곡「베니 모라(BENI MORA OP.29-1)」를 비롯하여 실내악, 가곡, 협주곡, 합창곡등이 있으며, 작품번호는 53번까지 부여되어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행성(THE PLANETS)」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유일한 곡이다. 하지만 '홀스트' 자신은 이 곡을 그의 최고 작품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2.「행성」의 작곡 경위

  관현악 모음곡「행성」은 1914년∼1916년, '홀스트'의 나이 40∼42세에 작곡한 첫 번째의 대규모 편성의 관현악 작품이다. 1910년에 작곡한「베니 모라」는 그가「행성」을 작곡하기 위한 전초적인 경험이 되었으며, 알제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들은 동양적인 선율은, 당시의 영국인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1913년 그의 친구로부터 점성술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각 행성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점성술적인 감정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결정하였지만, 점성술과 연관된「행성」의 표현이 결코 음악적인 암시성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 1 곡 전쟁의 신을 나타내는「화성」이 1914년 8월, 제 1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에 작곡되었음은 과연 점성술적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수십만개가 될 것이라는 소행성(小行星)들이 있지마는 현재까지는 9개의 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발견되어 있다. 이 9개의 행성중에서 '홀스트'가 이 곡을 작곡한 1916년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명왕성」과 우리가 살고 있는「지구」를 제외한 7개의「행성」이 작곡되었다.

3.「행성」의 초연

  1916년에 작곡이 완성된「행성」은 1918년 9월 29일 일요일 오전 '홀스트'의 후원자와 친구들을 초대한 가운데, 런던의 퀸즈 홀(The Queen's Hall)에서 아드리안 볼트경(Sir Adrian Boult : 1889∼1981)이 지휘하는 퀸즈 홀 관현악단(The Queen's Hall Orchestra)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연주되었다. 볼트경은 이날 처음 퀸즈 홀 관현악단과 만나 2시간 정도의 연습을 마친 후 바로 연주되었으며, 이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들은 영국의 작곡가가 이런 관현악곡을 작곡한 것에 대해 무척 놀라면서,「화성」을 듣고는, 그 때 진행되고 있는 제 1차 세계대전을 표현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홀스트' 자신은 7개의 곡 중「토성」을 제일 좋아했으나, 청중들을 가장 감동하게 한 곡은「해왕성」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1919년 2월 27일 런던의 로얄 필하모닉 협회 연주회(Royal Philharmonic Society Concert)에서「금성」과「해왕성」이 제외된 5곡이 볼트경의 지휘로 처음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1920년 11월 15일 앨버어트 코오츠(Albert Coates : 1882 ∼ 1953)의 지휘로 런던 교향악단(London Symphony Orchestra)에 의해 전곡 7곡이 연주되었다. 1920년 7곡의 초연이 이루어졌을 때 '홀스트'는 기자에게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이 곡은 여러 행성들의 점성술적인 의의를 암시하고 있지만, 표제음악은 아니며 같은 이름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는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만약 곡에 어떤 안내가 필요하다면, 각 곡의 부제(副題:Subtitle)가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예컨데「목성」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즐거움을 뜻합니다만, 그와 동시에 종교적인, 또는 국민적인 축제와 결부되는, 더욱 의식적인 종류의 즐거움마저 표현합니다. 그리고「토성」은 육체적 쇠약만이 아니라 성취의 환영도 가져다 주며,「수성」은 마음의 표상입니다."

4. 곡의 해설

 제 1 곡 : 화성(火星), 전쟁의 신(Mars, the Bringer of War). 알레그로, C장조, 5/4박자.

  집요하게 되풀이되는 늠름한 리듬과, 성격이 서로 다른 세 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전개되는 다이나믹하고 호쾌한 곡이다.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클라이막스에서는 강렬한 리듬의 연타가 계속한 다음 포화같은 요란한 소리로써 끝마친다. (연주시간 : 6분 28초 - 8분 22초)

 제 2 곡 : 금성(金星), 평화의 신(Venus, the Bringer of Peace). 아다지오, 내림 E장조, 4/4박자

  세 개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주제 가락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평화롭고 온화함이 가득찬 우아한 곡이며, 먼저의 곡과는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호른이외의 금관악기는 침묵을 지키고, 대부분이 여린음으로써 연주된다. 첼레스타의 맑은 아르페지오가 섬세한 물결을 부각시킨다. (연주시간 : 7분 12초 - 8분 44초)

 제 3 곡 : 수성(水星), 날개달린 신의 사신(使神 : Mercury, the Winged Messenger). 비바체, 6/8박자.

  기발한 동기와 명랑한 두 개의 주제를 골자로 해서 론도풍으로 정리한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곡으로, 그 해학미만 해도 스케르쪼의 구실을 하고 있다. 회오리 바람처럼 맴돌며 날아가는 사자(使者)를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럽고도 엉뚱한 동기로 시작한다. (연주시간 : 3분 47초 - 4분 55초)

 제 4 곡 : 목성(木星), 쾌락의 신(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알레그로·지오코소, C장조, 2/4박자.

  7곡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구성의 변화가 다채로운 곡으로서 상쾌하고 즐거운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곳곳에 환희가 충만한 곡이며, 6개의 호른이 주동적인 구실을 한다. 제 4 주제는 그의 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정연한 악식을 지닌 가곡풍 가락으로서, 후에 작곡자 자신에 의해 독립된 가곡으로 개작되었다. (연주시간 : 7분 12초 - 8분 41초)

 제 5 곡 : 토성(土星), 노년의 신(Saturn, the Bringer of Old Age). 아다지오, C장조. 4/4박자.

  어두운 2분음표의 화음 동기와, 우수가 깃들인 두개의 주제를 변주하여 결합하고 노경(老境)이 짙은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다. 곡은 오르간이 페달을 더한 긴 끔음이 종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용해되면서 평화롭게 사라진다. (연주시간 : 7분 39초 - 9분 48초)

 제 6 곡 : 천왕성(天王星), 마술의 신(Uranus, the Magician). 알레그로, C장조, 6/4박자.

  괴상한 동기와 주제를 계속해서 드러내어 교묘한 관현악의 수법을 구사하여 마술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연주시간 : 5분 12초 - 6분 21초)

 제 7 곡 : 해왕성(海王星), 신비의 신(Neptune, the Mystic). 안단테, 5/4박자( 3박자 + 2박자 ).

  두 개의 그윽한 주제로, 가사가 없는 여성 합창을 교묘하게 살려, 전 곡이 피아니시모로 연주되어, 이색적인 모음곡의 끝곡다운 무한한 신비감에 가득찬,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다. (연주시간 : 6분 20초 - 8분 07초)

 * 7곡의 연주시간은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18매의 레코드 중에서 가장 짧고, 긴 연주시간을 표시한 것임.

5.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 명왕성(冥王星 : Pluto)

  1846년 해왕성이 발견된 후 해왕성 밖의 궤도를 도는 행성의 존재를 확신하고 그 발견에 모든 정열을 바친 사람이 미국의 천문학자 파시발·로우웰(Percival Lowell : 1855 ∼ 1916)이다. 1882년 한미수호조약이 체결되고 다음해에 우리나라가 미국의 수교사절단을 파견하여야 했다. 이 때(1883년 8월) 조선왕조의 사절단을 미국으로 안내해 간 사람이 바로 로우웰이다. 이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에서 고종 황제께서 로우웰을 한국에 국빈으로 초청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내면서 그 당시 우리나라의 풍물을 세심하게 관찰한 후 조선기행문을 출판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근거는, 바로 이 책의 제목이 <조선 -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로우웰이 세상을 떠난 1916년까지 명왕성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그의 뜻을 이어받은 클라이드 톰보우(Clyde Tombaugh : 1906 ∼ )가 1930년 로우웰이 예언한 위치근방에서 명왕성을 발견했다. 톰보우는 파시발 로우웰(Percival Lowell)의 첫 글자 P와 L이 들어있는 단어 Pluto(명부<冥府>의 왕)을 찾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을 Pluto(명왕성)로 명명했다.

  최근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구체적인 궤도까지 제시하면서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의 존재를 예언하고 있다.

6.「The Planets」와 부제(副題)의 번역

 「The Planets」는 국내의 서적과 레코드해설면에는「혹성(惑星)」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이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행성(行星)이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천체를「행성」이라고 배운데도 불구하고 일본말인「혹성」을「행성」과는 다른 천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일부 국내 책에서는「유성(遊星)」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밤하늘에 순간적으로 빛을 내며 흘러 내리는 별똥별을「유성(流星)」이라고 하기에「Planet」를「유성(遊星)」이라고 하지 않는다. '홀스트'의「The Planets」는「행성(行星)」이라고 번역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각 행성, Mars, Venus, Mercury, Jupiter, Saturn, Uranus, Neptune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이다. 1920년 전곡 초연시, '홀스트'는 기자에게 "각 곡은 같은 이름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는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각 행성의 부제를 '전쟁의 신(The Bringer of War)', '날개달린 신의 사신(the Winged Messenger)', '신비의 신(The Mystic)'등 모두 '……의 신'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이는 작곡자의 의도를 무시한 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연관시켜 번역한 결과인 것 같다. 오히려「화성(전쟁의 행성)」,「금성(평화의 행성)」,「수성(날개달린 사자(使者)의 행성)」,「목성(쾌락의 행성)」,「토성(노년의 행성)」,「천왕성(마술의 행성)」,「해왕성(신비의 행성)」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부제를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작곡자의 의도와도 부합되는 것 같다.

7.「행성」의 자유로운 감상

 제 1 곡 화성 ;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하고도 깊은 강렬한 리듬의 연속은 전투에 나가는 장중한 군대의 행진곡을 연상하지만, 곡은 다가올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의 격렬한 연타와 요란한 소리는 실제 전쟁의 느낌을 받는다.

  화성, Mars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이다. '홀스트'는 각 곡의 부제를 같은 이름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라고 하면서, 다른 6곡과는 달리, 유독「화성」의 부제를 같은 이름의 신화에 나오는 신과 연관하여「The Bringer of War」라고 명명(命命)한 것과, '홀스트'가 작곡한 7개 행성의 우리 태양계내 순서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인데도 불구하고 전쟁과 관련된「화성」을 제 1 곡으로 선택한 것은, 확실히 그가 세계 제 1 차 대전을 예언한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제 2 곡 금성 ; 먼저 곡과의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평화롭고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넘치는 선율이 독주 호른과 목관으로 연주된다. 한가로운 민요풍의 독주 바이올린 연주는 림스키 콜사콥의 교향곡 모음곡「세헤라자드」에서 들을 수 있는 현란한 현의 비상(飛上)을 감지할 수 있다.

 제 3 곡 수성 ; 날개달린 사자(使者)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하늘을 종횡으로 날으면서, 익살스럽게 종을 울리고는 노크해 소식을 전해준다.

 제 4 곡 목성 ; MBC 9시 뉴스의 시그날 뮤직(Signal Music)이 이 곡의 처음 부분이다. 민요풍의 친근감을 주는 제 4 주제는 따라 부를 수 있어 즐겁다.

 제 5 곡 토성 ; 노년의 쇠약과 절망을 암시하는 우울하고 공허한 선율이 신음하듯이 연주된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일어서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듯, 조용히 유언을 남기고 종소리와 함께 평화스럽게 사라진다.

 제 6 곡 천왕성 ; 뒤카의「마법사의 제자」의 선율이 여기 있다. 그래서 부제를「마술의 행성」이라고 했을까? 마술사의 주문이 나타나 강조되면서 교묘한 라르고ㅡ이 코다로서 마술의 연극은 끝난다.

 제 7 곡 해왕성 ; 신비스러운 선율이 하아프, 현, 첼레스타에 실려 천상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윽고 멀리서 들려오는 가사없는 여성합창은 신비감을 더해 준다. 오묘한 무한의 노래를 계속부르면서 사라져가는 여성합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향해 가는 우주선 보이저 1, 2호를 생각하게 한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탐사선은 지구인의 소리 - 베토벤의 교향곡 제 5 번 자연의 소리등 - 을 싣고 있으며 1990년에 태양계를 벗어날 것이다) 여성합창은 실제 연주시에는 무대에 보여서는 안된다.

 '홀스트' 가「행성」을 작곡할 무렵「명왕성」이 발견되었더라면, 지금의「해왕성」의 곡이 「명왕성」이 되고 새로운 곡이「해왕성」의 이름으로 작곡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비스럽고도 사라져 가는 여성합창을 지닌「해왕성」은 태양계의 마지막 곡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8. 레코드「행성」

 「행성」을 레코드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드리안 볼트경이 지휘한 것이다. '홀스트'가 이 곡을 작곡한 후 맨 먼저 볼트경에게 연주를 부탁했으며, 볼트경에 의해 초연이 이루어졌다. 볼트경은 이 곡을 5번이나 녹음했다. 그 중에서 1966년 7월에 뉴 필하모니아 관현악단과 연주한「행성」이 가장 전형적인 명연인 것 같다. 관현악의 풍부함이나 색채적인 면에 있어서는 최근에 녹음한 레코드에 비해 뒤떨어질지 모르지만, 작곡가가 의도한대로 연주한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애착이 간다. 합창은 암브로시안 합창단(The Ambrosian Singers)이 맡았다.

  디테일이 아름답고 이미지네이션이 풍부하며 녹음이 훌륭한 네빌 마리너가 지휘한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레코드(Philips : 9500 - 425)와,「행성」의 참모습을 잡아 당당하게 펼쳐주는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교향악단의 레코드(Angel ; S - 36991), 스펙토클한 녹음 효과로 연출이 잘 된 쥬빈 메타가 지휘한 로스엔젤레스 오케스트라 연주의 레코드(Dacca), 카라얀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레코드(London : JL 41005)는 관현악의 풍부함을 살린 연주라고「명곡 레코드 2001(현암사, 김원구 편역)」에 소개되어 있다. 토미타(Isao Tomita)가 연주하는「행성」도 들어 봄직하다. 악보에 충실한 전통적인 연주는 절대 아니지만, 신서사이저라는 하나의 전자악기로 대규모 관현악단이 낼 수 있는 소리에 버금가는 독특한 연주를 담고 있다. 소리의 신비함이나 색채감에 있어서는 더 화려하다. 우주공상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알맞는 편곡이다.

  연주시간이 제일 짧은 레코드( DG : 2530 102 )는 스타인버거(William steinberg : 1899∼1978)가 지휘한 보스톤 교향악단의 45분 6초, 제일 긴 레코드( PHILIPS : 성음 RP 168 )는 하이팅크가 지휘한 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53분 17초(필자가 조사한 연주시간임)이다.

  레코드의 쟈켓 앞면에「행성」이 아닌 해, 별, 성운(星雲)의 그림이 실려있는 것은「행성」이라는 천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무지의 산물인 것 같다.

  현재 국내에서는 하이팅크 지휘의 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 Philips : 성음 RP 168 ), 유진 올만디 지휘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 RCA ), 로린 마젤이 지휘한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CBS)의 3가지 라이센스레코드가 발매되어 있다.

  최근 데카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샤를르 뒤뜨와 지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음반이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만이 별(  星 : 항성 )이라고 불리워진다.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빛을 내는 천체는 별이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천체, 이것이 '구스타프 테오도르 홀스트' 가 작곡한 「행성(行星 : The Planets)」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