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레퀴엠, KV 626                                                                                    

정 창 관 (홍콩샹하이은행 부장)


* 영화「아마데우스」

  1985년 제 57회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상영된 바 있는 영화「아마데우스」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 1756∼1791)의 일생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아마데우스」의 극작가이며 각색가인 피터 쉐페(Peter Shaffer)는 이 영화를 가리켜 "이것은 모차르트의 전기 영화가 아니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상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그의 음악과 질투심에 불타 밀쳐버린 모차르트의 라이벌이며 당시 궁정 작곡가였던 안토니오 샬리에리(Antonio Salieri ; 1750∼1825)에게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아마데우스」를 이끌어가는 것은 모차르트의 치기스러운 행동도 샬리에리의 모함도 아니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이다.「아마데우스」의 제작자들은 모차르트의 작품량이 워낙 방대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적합한 곡을 고르는데는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아마데우스」의 음악은 1986년 12월에 슈투트가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내한한 바 있는 네빌 마리너(Neville Marriner)가, 그가 조직한 실내악단인 성 마틴 실내 관현악단(Academy of St. Martin - In - The - fields)과 함께 녹음한 것이다.

  영화는 1823년 어느 추운 겨울밤, 한 정신착란증세가 있는 노인의 놀라운 고백 - "모차르트, 고백하오니, 내가 너를 죽였다. 나를 용서해다오. 모차르트." - 으로 시작한다. 샬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변장을 하고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의 작곡을 의뢰한다.「마적」의 공연중에 피아노 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모차르트를 샬리에리가 집으로 옮긴다. 샬리에리는 허약해진 모차르트를 재촉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던 레퀴엠을 작곡케한다. 결국 작곡을 재촉한 것이 모차르트를 죽게 만든다. 모차르트가 샬리에리의 도움으로 현악부, 관악부, 성악부문별로 작곡을 하는 대목이 레퀴엠의 제3곡 5부「악인들을 골라내어(Confutatis maledictis)」이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오는 날의 장례식 배경음악으로 제3곡 6부「눈물겨운 그날이 오면(Lacrimosa dies illa)」이 사용되고 있다.

*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곡, 레퀴엠

  레퀴엠은 근대에 있어 음악 용어로서 로마 카톨릭 교회의「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곡」을 말한다. 이 미사 전례의 첫 머리 입당송이 라틴어로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로 시작되기 때문에 레퀴엠 미사 또는 레퀴엠(=진혼곡)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레퀴엠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죽은 이를 위한 속죄자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죽은 사람들에게 자비와 용서가 내려 안식을 누리도록 비는 미사이다. 일명 '연미사'라고도 한다. 레퀴엠 미사는 10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서기 998년 수도 원장인 성 오도(St. Odo)에 의해 11월 2일이 죽은 사람을 위한 특별한 날(All Soul's Day)로 제정된 이래,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는 13세기 경에 당시 교구 생활의 일반적인 행사가 되었다.

  이를 위한 전례악에서는 1. 입당송(Introitus), 2. 자비의 찬가(Kyrie), 3. 층계송(Graduale), 4. 연송(Tractus), 5. 부속가(Sequentia), 6. 봉헌송(Offertorium), 7. 감사송(Sanctus and Benedictus), 8. 평화의 찬가(Agnus Dei), 9. 영성체송(Communio)을 부르게 되어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레퀴엠은 1470년경에 작곡된 오케겜(Johannes Ockeghem, 1430(?)∼1496(?), 네덜란드 태생의 폴랑드르 악파의 초기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레퀴엠으로 소규모의 작품이지만 16세기 작곡가들에게는 하나의 규범이 되었다. 오케겜으로부터 현재까지 약 1700여곡의 레퀴엠이 작곡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성부 레퀴엠의 명곡으로는 빅토리아, 모차르트, 케루비니,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 등의 작품이 유명하여, 브람스의「독일 레퀴엠」, 힌데미트의「레퀴엠」, 브리튼의「전쟁 레퀴엠」등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전례 음악과는 별개의 것이며, 브람스의 것은 독일의 번역판 성서에서, 힌데미트는 휘트먼의 시에서, 브리튼의 것은 전례문을 삽입한 전쟁에 관한 오웬의 시가 가사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라이센스 레코드로 출반된 레퀴엠은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브람스, 베르디, 드보르작, 생상스, 포레,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레퀴엠이다.

*「레퀴엠」의 작곡경위

  1791년 7월의 어느 날 저녁 이상한 풍채의 사나이가 찾아와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작곡해주기를 부탁한다. 오랫동안 생활의 어려움을 겪어온 모차르트는 심신의 피로로 당장 작곡을 시작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나, 완성할 날짜를 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낙하였다. 사나이는 작곡료는 충분히 주겠으니 의뢰인이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이고 돌아갔다. 그런데 이 레퀴엠을 의뢰한 사람은 발제크 백작으로, 그는 그해 2월에 세상을 떠난 젊은 아내의 1주기에 이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하여 철저히 의뢰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모차르트와 발제크 백작과의 계약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되어 앞의 이야기는 꾸며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건강이 악화된 모차르트는 이 곡을 자신의 죽음을 위하여 작곡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동년 11월 20일, 모차르트의 병은 급격하게 악화되어 자리에 눕는다. 그러나, 그는 괴로움 속에서도 생명의 전부를 이 곡에 쏟아넣어 작곡을 계속한다. 12월 4일 모차르트는 그의 애제자 쥐스마이어를 불러 작곡하다 중단된 제3곡 6부「눈물겨운 그 날이 오면」을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를 지시하고 다음날 5일 오전 0시 55분, 36세의 나이로 영원히 잠들고 만다. 끝내 완성하지 못한「백조의 노래 레퀴엠」은 성악 부분은 제4곡 2부「제물과 기구」곡의 54마디까지 완성되었고,「눈물겨운 그 날이 오면」곡도 8마디에서 중단되어 있었다. 관현악 부분은 단지 처음의「입당송」과「자비의 찬가」만 완성되어 있었을 뿐이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작곡되어 있었다. 이처럼 전체의 2/3정도 밖에 완성되지 못한 레퀴엠을 쥐스마이어는 모차르트의 악상을 더듬어서, 그의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모차르트가 죽은 후 2개월 후에 완성하였다. 그리고 발제크 백작에게 넘겨져 그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  악곡의 해설

제1곡 ; 입당송(Introitus : Requiem), 아다지오, d 단조, 4/4박자.

  파곳과 바세트·호른(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클라리넷으로 대용되고 있다.)의 온화한 가락으로 시작된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의 노래가 베이스, 테너, 앨토, 소프라노 순으로 진행된다.

제2곡 ; 자비의 찬가(Kyrie), 알레그로, d 단조, 4/4박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의 가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합창에 의한 장대한 2중 푸가이다.

제3곡 ; 부속가(Sequentia)

 제1부 : 진노의 날(Dies Irae), 알레그로앗사이, d 단조, 4/4박자.

  4부 합창으로 서주없이 힘차게 시작된다. 여기에서「영원한 안식」의 동기가 나타나 다른 부분까지 연결되므로 곡 전체는 <영원한 안식>의 기분으로 통일감을 이뤄주고 있다.

 제2부 : 나팔소리 사람불러(Tuba mirum), 안단테,단조, 2/2박자.

  갑자기 울려퍼지는 트럼본에 인도되어서 베이스 독창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은 4중창으로 힘차게 끝난다.

 제3부 : 지엄대왕 자비로와(Rex tremendae majestatis), 그라베, g 단조, 4/4박자.

  현악기에 연주되는 엄격한 하행음에 인도된 4부 합창이 힘차게 시작되어 각각 카논풍으로 진행된다.

 제4부 : 착한 예수 기억하사(Recordare Jesu pie), 빠르기표는 없으며, 통상은 안단테, F 장조, 3/4박자.

  4중창에 의해서 현악을 반주로 고요한 안정감을 준다. 이 곡은 전주곡에서 가장 긴 부분이다.

 제5부 : 악인들을 골라내어(Confutatismamaledictis), 안단테, a 단조, 4/4박자.

  곡의 전반을 현악기의 격렬한 반주를 곁들인 힘찬 남성합창과 소토 보체(Sotto Voce ; 소리를 부드럽게 살며시)에 의한 여성합창이 서로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후반은 4부 합창으로 페르마타가 있은 후 제6부로 쉬지 않고 계속된다.

 제6부 : 눈물겨운 그 날이 오면(Lacrimosa dies illa), 라르케토, d 단조, 12/8 박자.

  4부합창으로 시작된다. 특히 이 부분은 모차르트가 8마디째에서 붓을 놓고 있다.

제4곡 ; 봉헌송(Offertorium)

 제1부 : 주 예수 그리스도여(Domine Jesu Christe), 안단테, g 단조, 4/4박자.

  4부 합창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소프라노, 앨토, 테너, 베이스의 차례로 각가 5도 아래에서 카논풍으로 "성 미카엘"을 노래한다. 이어 푸가 형식의 합창으로 '아브라함'을 노래한다.

 제2부 : 제물과 기구(Hostias), 안단테, 장조, 3/4박자.

 「레퀴엠」에선 이상할 정도로 밝은 부분을 지니고 있으며, 후반은 안단테, g 단조, 4/4박자로 바뀐다.

제5곡 ; 감사송(Sanctus and Banedictus)

 제1부 : 산크투스(Sanctus), 아다지오, D 장조, 4/4박자.

  4부 합창이 힘차게 세 번 되풀이 되는 "거룩하시다"로 시작되어 후반은 알레그로 3/4박자로 바뀌며 당당한 푸가로 곡을 맺는다.

 제2부 : 베네딕쿠스(Benedictus), 안단테,장조, 4/4박자.

  우아한 전주에 이어 앨토 독창이 노래하며 이어 소프라노가 다시 노래한다. 이윽고 곡은 F 장조로 바뀌고 4중창은 P(피아노 ; 여리게)로 베이스와 짧은 독창부를 삽입시키면서 전개된다. 후반은 산크투스와 같이 알레그로 3/4박자의 푸가로 마친다.

제6곡 ; 평화의 찬가(Agnus Dei), 라르게토, d 단조, 3/4박자.

 '천주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를 세 번 4부 합창이 되풀이되는데 5번째의 마지막에는 '연원한'이 첨가되어 힘차게 마친다.

제7곡 ; 영성체송(Communio), 아다지오, d 단조, 4/4박자.

  소프라노 독창에 이어 4부 합창이 계속된다. 후반에 알레그로로 바뀌나 마지막에는 아다지오로 돌아와 '자애로우신 주여'로 근엄하게 전곡을 맺는다.

* 「레퀴엠」의 라이센스 레코드

  모차르트가 작곡한「레퀴엠」의 전곡 라이센스 레코드로는 칼 뵘 지휘와 1956년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녹음한 브루노·발터, 미셸·코르보, 다니엘·바렌보임이 지휘한 4장이 현재 발매되어 있고, 영화「아마데우스」의 배경음악(ORIGINAL SOUNDTRACK RECORDING)을 수록한 레코드에는「레퀴엠」중의 몇 곡이 포함되어 있다.

  "명연주는 많지만 그 중에서 금자탑이라 할 레코드는 브루노·발터가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 관현악단 판이다. 발터의 모차르트 연주는 본래 정평이 있지만, 이 연주에서는 모차르트의 현세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과 슬픔을 신에 대한 기도 속에 완전히 승화시키고 있다. 충실한 웨스트민스터 합창단의 노래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칼 뵘의 레코드는 느린 템포 속에 모차르트의 비통한 영혼의 부르짖음을 남김없이 나타내고 있다. 그야말로 고고한 노대가의 역사적인 명연이다. 미셸 코르보의 레코드는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닌 부드러운 레퀴엠이다."라고「명곡 레코드 2001(현암사, 김원구 편역)」에 소개되어 있고 "칼 뵘의 지휘는 너무 느린 템포 속에서 비통함과 웅장함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발터의 지휘는 독창자들에게서 약간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코르보 지휘의 연주는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과 함께 부드럽고, 우아한 멋을 지닌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려주고 있다. 엘리 아멜링을 비롯한 성악진 역시 싱싱함이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준다."라고「레코드 리뷰」(월간 오디오 3월)란에 소개되고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판에는 독창자 앨토 대신에 메조 소프라노가, 베이스 대신에 바리톤이 노래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 「레퀴엠」에 얽힌 이야기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극적인 일화와 함께 후세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든은 "모차르트가 어떤 작품도 쓰지 않고 오직 현악 4중주곡과「레퀴엠」만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모차르트는 영원한 명성을 얻는데 충분하였을 것이다."라고 평가하였듯이, 음악 자체만으로도 깊은 감동을 안겨주며 영원히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불멸의 작품으로 남아 그의 천재성을 빛내주고 있다.

  1840년 나폴레옹 1세의 유해가 세인트 텔레나 섬으로부터 운구되어 왔을 때, 연주된 곡이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었으며, 1848년 쇼팽이 사망하였을 때, 그의 유언에 따라 장례식에서 울려 퍼진 곡, 또한 이「레퀴엠」이다.

* 본 고는 위대한 음악가들(종로서적), 음악대사전(미도 문학사), 세계명곡해설대사전(국민음악연구회), 뉴 그로브 음악사전, 카톨릭 기도서(한국천주교회) 및 레코드 해설면을 참조했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