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하프소리와 함께 시작한 <르와조 리르>와의 만남                                          

글: 정 창 관 (홍콩샹하이은행 부장)


  내가 고전음악 애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기는 처음 전축을 산 시기가 될 것 같다. 몇 달 치의 월급을 저축하여 구입한 뮤직 센터(MUSIC CENTER)형의 국산「ACE TONE」전축을 집에 설치하여 놓고, 처음 산 3매의 레코드는「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스위스 로망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운명」과「이무지치」가 1959년에 녹음한「비발디」의「사계」, 그리고「르와조 리르」레이블의「17 - 18세기 하프 음악」레코드이다. 앞의 2매의 레코드는 학창 시절부터 익히 들어 알고있는 유명한 곡이라 미리 살 생각을 품고 갔지만,「하프 음악」레코드는 가게의 진열장에서 쟈켓을 보고 샀다.「하프」라는 악기가 보기 힘들고, 실제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전혀 없어, "어떤 소리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선택하였으며, 레이블「L'OISEAU - LYRE」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몰랐다.「운명」과「사계」를 듣고 난 뒤 감상한「17 - 18세기 하프 음악」은「오시앙 엘리스」(Osian Ellis ; 1928년 영국태생의 여류하프 주자)의 독주 하프곡으로 그 소리의 영롱함이 소담스럽게 핀 연꽃을 에워싼 연잎에 맺힌 이슬이 스치는 바람에 못이겨 미끄러져 떨어지는 모습의 연속이었다. 옛성이 보이는 전원을 창밖 배경으로 하프를 연주하는 왕관을 쓴 남자의 고풍스러운 광경이 인쇄된 쟈켓의「17 - 18세기 하프 음악」레코드는 1973년에 국내에 소개된 첫「르와조·리르」레이블이다. 현재 이 레코드는 폐판되어 레코드 목록에서 삭제되어 있으며, 하프 독주곡 레코드로는 국내에 하나뿐이며, 국내에 소개된「르와조·리르」레이블중에서 유일하게「프롤릴리지움 씨리즈」(The Florelegium Series ; 레코드 쟈켓에 쇠창살 모양의 검정 내지 은백색의 네모 테두리를 두른 레이블로, 르네상스에서 낭만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음악을 오늘날 연구된 이론에 의하여 각각의 시기에 맞는 연주법과 악기편성으로, 원형의 악기나 그 정통적인 복원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한 것이다)가 아니다. 이렇게하여 하프 음악의 영롱함과 더불어「르와조·리르」레이블을 만나게 되었으며, 1978년에 두 번째로「비발디」의「여섯개의 플롯협주곡 OP.10」이 소개된 이래 작년 5월에「베토벤」의 교향곡 1, 2번이 출반되어 현재 국내에 26매의 영국 데카 레코드 계열의「르와조·리르」레이블이 선보이고 있다.

  2년전에「라이센스 레코드로 듣는 바로크이전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을 때,「르와조·리르」레이블이 도이치 그라모폰 레코드회사의 계열인 아르히브(Archiv)레이블과 함께 바로크이전의 음악 감상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암브리시안 성가」와「그레고리안 성가」(Archiv Drodoktion)를 제외하고 국내에 소개된 가장 오래된 서양 음악이 마쇼(14세기 프랑스 작곡가)의 2개의 가곡「샘물의 노래」와「위로의 노래」, 그리고 14세기에 형성된 음악 양식을 수록한「사탄의 노래」와 르네상스시대의「죠스껭의 미사곡」과「라쏘」의「성 베드로의 눈물」은 서양 음악사에 있어 단성 음악에서 다성 음악으로 이행되는 과정과 14세기 이후에 발생하는 음악의 여러 장르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나는「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운명」을 120여매를 가지고 있다. 모든 지휘자들이 자기대로의 해석으로 녹음을 해왔으며, 새로운 레코드가 계속해 소개되고 있다. 수 많은 레코드중에서 1954년「푸르트뱅글러」가「비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운명」이 불후의 명반이며, 1974년「카를로스·클라이버」가「비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운명」이 새로운 명반이라고 소개되어있지만, 1987년「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고대음악 아카데미 합주단」을 지휘한「운명」을 듣고나서는, 과연 명반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호그우드」의「운명」은 당시의 형태로 재현된 악기와 당시의 연주 스타일로 녹음되었다. 현재의 악기나 연주 스타일은 눈에 띄지 않을만큼 점진적으로 발전하였으니 현재의 일반 연주는 당시의 연주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시의 금관악기는 밸브가 없었고 목관악기는 극소수의 음조만 갖고 있었으며 여러 악기의 음질면에서도 현재의 악기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음의 높이도 오늘날보다 반음정도 낮았다. 현재 대부분의 지휘자들이 연출하는 음과 연주 스타일은「베토벤」이「운명」을 작곡했을 때 의도한 음과 연주 스타일이 아니다. 작곡자가 작곡했을 때 의도한 악기와 연주 스타일을 재현하여 연주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지휘자를 포함하여 47명의 소규모의 연주자에 의해 연주되는「호그우드」의「운명」은 반음 낮게 조율한 음정으로 독특한 음색을 선보이며, 본래의 연주 형태를 되살리려는 연주의 결과로 당시 출판업자의 실수로 삭제되었던 3악장의 반복 부분을 되살려 일반적으로 13 - 17분에 연주하는 3·4 악장을 18 : 55초동안 연주하고 있다. 100여명의 주자들이 뿜어내는 박진감 넘치고 풍부한 음량으로 채색된 현대적인「운명」의 명반을 선택하기에 앞서「호그우드」의「운명」과 모든「르와조·리르」레이블은 꼭 들어두어야 할 명반이전의 레코드이다.

 「르와조·리르」레이블의 레코드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휘자「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활약상이다. 1941년 영국에서 출생한 그는 연주하는 음악을 작곡된 당시의 연주 기법과 악기 형태를 재현하여 연주함으로써 원래 작곡가가 의도한 음악을 살려내고자 함에 목적을 둔 정격음악(正格音樂 ; Authentic Music)에 관심을 가져 1973년 9월에 영국에서「고대음악 아카데미 합주단」(The Academy of ancient Music)을 창립하여 지휘자로써 이 합주단의 육성 발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가 연주하는 레코드는 그가 추구하는 정격음악의 아름답고 신성한 감동을 통하여 오늘날 어떤 대지휘자 못지 않게 음악 애호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26매의「르와조·리르」레이블의 레코드중에서 19매의 레코드에서「호그우드」는 지휘자로써, 쳄발로 연주자로써, 또한 「베토벤」가곡의 포르테·피아노 주자로써 활약하고 있다.

 『「르와조·리르」레이블은 모두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레코드이다』라는 어느 레코드 평론가의 말에 한 없는 공감을 느끼며, 더 많은「르와조·리르」레이블이 라이센스 레코드로 소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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