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코드 콜렉션   이 세상에 나온 '운명'을 모두 모으고 싶다.                                              

글: 정 창 관 (홍콩샹하이은행 부장)


 나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과 홀스트의 행성(흔히 흑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말은 행성이다) 등 내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수집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라이센스 레코드만을 구입하고 있다. 현재 내가 소장하고 있는 라이센스 레코드는 1700여 장. 아마 국내에서 출반된 레퍼러티는 거의 다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중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은 국내에서 발매된 18종을 포함하여, 43종을 수집했다.

 처음 클래식 음악에 입문했을 때, 아는 곡이라고는 '운명', '미완성', '신세계' 정도였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들은 것들 중 제목이 붙어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때 제일 처음에 구입한 레코드가 바로 이 '운명'이었다.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지휘한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의 이 교향곡을 당시 처음 산 전축에 걸어 들었을때의 감동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음악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같이 수록된 베토벤의 에그몬트서곡을 이 교향곡의 한 악장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때부터 베토멘의 '운명'을 보는 대로 구입하게 되었다.

 타이머가 장치된 전축에서는 어제나 이 교향곡의 제1악장이 나를 잠에서 깨워주었는데, '오늘도 열심히 성실히 살아야지' 하고 두 손을 불끈 쥐곤 했다.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한 기간이 일천하여, 1913년 이 교향곡을 처음 녹음한 니키시, 1947년 나치스의 전쟁 협력자 혐의에서 풀려난 프르크벵글러의 복귀 음악 연주회 실황 녹음(이 레코드는 얼마 전 라이센스로 출반되었다), 바인가르크너, R.시트라우스, 크나퍼츠부시 등 한 세대 이전의 지휘자가 녹음한 제5번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

 나는 특히 이 교향곡 중에서 제1악장을 즐겨듣는다. 1악장의 연주 시간은 제일 빠른 조지 셸이 6분 5초, 제일 느린 피에르 불레즈가 9분 14초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조사한 바로는 조지 셸은 124마디의 제시부(연주 시간 1분 27초)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만약 조지 셸이 제시부를 반복한다면 연주 시간은 7분 23초가 소요되는 셈이어서 제시부를 반복하는 카라얀의 연주 시간 7분 4초가 내가 가진 43장의 레코드 중에서 가장 빠른 연주이다.

 누군가가 '음악은 베토벤에서 시작해서 바하로 끝난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베토벤에서 시작해서 여러 작곡가를 두루 거쳐 마지막에 다시 베토벤의 음악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계속 수집할 것이다. 특히 이 교향곡은 유명하다는 지휘자와 관현악단은 누구라도 레코드를 내고 있어, 수집하다 보면, 많은 지휘자와 관현악단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라이센스 레코드만도 18종으로 국내 클래식 음악 중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발매된 곡일 것이다. 푸르트벵글러도 이 곡을 아홉 번이나 녹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