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코드 컬렉션   [우리의 소리, 우리의 음악, 우리 CD를 찾아서]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회원.홍콩샹하이은행 부장)

  나는 1987 여름 [스테레오 뮤직]의 '나의 레코드 콜렉션'난에 <이 세상에 나온 '운명'을 모두 모으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적이 있다. 현재 159매의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과  라이센스 LP음반으로 발매된 고전음악 레파토리는 모두 가지고 있으며 다 들어 보았다.

  87년 겨울 어느 날 '국악(판소리)이나 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에, 항상 라이센스음반을 구입하는 종로 3가에 있는 신나라레코드상점에서 국악음반을 ?게 되었을 때, 나 자신 너무나 놀랐다. 남의 음악, 고전음악 음반은 1,000여종이 넘게 진열되어 있는데 우리의 음악, 국악음반은 10여종도 안 되었고, 판소리 음반은 한 장도 없었다. 근처에 소재한 음반상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한마디로 '국악음반은 돈이 안된다'는 것이다. 최종소비단계인 음악애호가들이 국악음반을 사지 않으니 음반제작회사는 음반을 만들지 않고, 제작회사들이 국악음반 제작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국악 연주가들이 자기의 음악을 음반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접근할 수 없고, 국악애호가들은 국악을 듣고 싶어도 음반이 없으니 구입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당시에 고전음악 SP음반(78회전의 유성기음반)들이 복각되어 LP음반 내지는 CD로 발매되어 있는것을 보고, 국악도 복각작업을 하면 일제시대의 우리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988년 봄에 뜻이 있는 3사람이 모여 복각작업을 하기로 하고 신나라레코드의 협조를 얻어 국내 최초의 복각음반 명인명창선집 1 <판소리 5명창>을 제작했다. 1,000여장도 판매하기 어렵다던 시절에 16페이지의 해설서가 첨부된 <판소리 5명창>은 5,500매나 판매되는 개가를 올렸다. 이 복각사업은 그후 [한국고음반연구회]을 창립하여 현재 제7집(가얏고산조의 명인들)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신나라레코드, 한국민속음악연구회(대구), (주)서울음반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복각작업을 시작하면서 알게된 점은, SP음반 자체의 깨어지기 쉬운 재질로 인하여 없어지거나, 있어도 깨끗하게 보존된 음반이 귀하고, 목록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잃어버린 우리의 음악이 많다는 말이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국악 SP음반(현재 30여매 소장)을 수집하기는 불가능했고, LP음반(현재 400여매 소장)을 수집하기 시작했지만  1958년부터 발매된 국악 LP음반을 모두 수집한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초창기단계인 국악 CD를 수집하게 되었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50년 100년후에 우리의 후손들이 자기 조상들의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게하기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국악 CD를 수집하고 있으며, 또 아름다운 우리의 음악도 듣고, 목록도 정리하고 있다.

  1987년 3월 SKC에서 국내 최초의 국악CD <국악 제1집 정악>이 발매된 이래 현재까지 발매된 156여종의 CD와 10여종의 사가판 CD 및 12매의 해외발매 CD를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발매된 CD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국내발매 CD는 아마 모두 소지하고 있다.  한달에 2매의 CD가 발매된 셈이나, 그것도 대부분이 LP로 발매된 음반의 재발매이고, 국악의 많은 장르들이 아직까지도 CD음반화되지 못해 아쉽다.   

  지금도 '운명'과 라이센스 LP음반을 수집하고 듣고 있지만, 국악을 더 즐겨 듣는다. 추임새를 넣으면서 연주자와 어울려 자유롭게 듣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나서는, 헛기침도 제대로 못하면서 거의 부동자세로 들어야만 하는 서양음악 연주회에 가기가 싫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고 흥에 겨워 따라부를 수 있는 우리의 민요 공연을 보고나서는, 노랑머리 가발을 덮어써고 서양사람 흉내를 내면 우리말로만 바꾸어 부르는 오페라 가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정지된 것같은 움직임속에서 곡선을 그리는 이매방의 춤에서, 서양 발레의 직선적인 빠른 동작속에서 느끼지 못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고전 음악을 듣고 연주회를 보았지만 어느 음악도 내 눈에 눈물을 흐르게하지는 못했지만, 심청가 판소리 한바탕을 듣고 있노라면 흘러내리는 눈물닦기가 쑥스러워 옆사람의 눈치를 본다.  조상의 한이 서린 우리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라!

  '수요가 공급을 창조한다'는 말이 있다. 국악음반을 많이 사준다면 자연히 국악음반이 많이 출반될 것이다. 국악음반의 손익분기점(?)인 3,000매를 판매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전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고전음악 음반 10매를 구입할때 국악음반 1매만 구입해도 우리의 음악이 이 지경이 안 되었을 것이다. 고전음악, 그것은 서양사람들이 지킬것이다. 국악,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한다. 당신과 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