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명창의 바탕소리로 듣는   [판소리 길잡이]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회원.홍콩샹하이은행 부장)

(이 음반해설은 1995년에 운영자가 판소리의 장단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위해서 기획하여 SKC에 의뢰하여 출반하게 된 것이다)

* 이 음반은 1988년 6월 7일/10일/14일과 7월 5일에 녹음하여 발매된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 바탕소리(판소리 5바탕),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중에서 장단별로 눈대목(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일반인과 학생들이 판소리 장단을  이해하기 쉽게끔 기획한 음반으로, 해설서에는 판소리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도  들어있다.

1. 이 음반에 대하여

  1987년 4월 국내 최초의 국악 CD음반이 (주) SKC에 의해 발매된 후, 1988년 6월-7월에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이 부른 판소리 5바탕이 CD음반으로 발매되었다. 이 후 창작판소리 <예수전>과 <배비장전>이 발매되어, 한 명창이 이와 같이 7바탕의 판소리 전집을 발매한 일이 없으며, 이는 국악음반사상 깨어지기 힘든 진기록이다.

  판소리 5바탕이 대전집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지만, 완창은 [흥보가](SKCD-K-0252:5CD)와 [수궁가](SCCD-K-0253:3CD) 2바탕이고, [춘향가](SKCD-K-0250:2CD)는 '어사또 방자 만나는 대목'부터 '수도안(囚徒案) 상고(詳考)대목'까지, [심청가](SKCD-K-0251:2CD)는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부터 '심청이 세상에 다시 나오는 대목'까지, [적벽가](SKCD-K-0249:CD)는 '조조진영 잔치하는 대목'부터 '조조 패주하는 대목'까지이다.

 이 음반은 박동진 명창이 부른 상기의 판소리 바탕소리(5바탕) 중에서 눈대목(판소리에서 유 명한 대목)을 판소리의 장단에 초점을 맞추어 발췌하여, 장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장의 CD음반으로 만들었다. 곡은 5바탕에서 골고루 선택하여 장단(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별로 배열하고, <아니리>도 포함하였으며, 마지막에는 <아니리>와 <진양조>부터 <휘모리>의 장단이 나타나는 <흥보가> 중의 한 대목을 발췌하여 [판소리 길잡이]로 명명하였다. 박동진 명창이 부른 상기 판소리 5바탕에서 발췌하여야하는 제한 때문에 여기서의 길잡이는 판소리의 장단만에 한한다는 것을 밝혀둔다. 본 해설서는 <아니리>와 <장단>의 설명과 더불어 판소리 전반에 걸친 개괄적인 설명을 함께 실었다.

  녹음일자가 다른 5바탕에서 발췌하였기 때문에 곡(트랙)이 바뀔 때에 음색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2. 소리: 박동진 명창

  1968년 국립국악원 강당에서 박동진이라는 소리꾼이 <흥보가>를 다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완창한다고 하자, 그때까지만 해도 김연수, 임방울 같은 쟁쟁한 소리꾼에 가려 이름을 내밀지 못하던 소리꾼이 다섯 시간 동안 소리를 한다하니 무모한 짓이라고 모두 쑤군거렸다. 헌데 상성과 하성을 마음대로 구사하고, 발림과 아니리가 구성지고 재미가 있어 다섯 시간이 자신도 모르게 후딱 지나가버리자 구경꾼들이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이듬해에 <춘향가>를 여덟 시간 동안 부르자 소리 솜씨는 제쳐두고 어떻게 사람이 여덟 시간 동안 계속해서 소리를 할 수 있나해서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 그의 성공에 힘입어 완창 판소리 발표회가 유행처럼 늘어나게 되었다.

  1916년 충남 공주 출신의 박동진 명창은 16세 되던 1932년부터 김창진 선생에게서 <심청가>를 사사하고, 정정렬 선생에게서 <춘향가>, 유성준 선생에게서 <수궁가>, 조학진 선생에게서 <적벽가>, 박지홍 선생에게서 <흥보가>를 사사했다. 이와 같이 박동진 명창은 노대가들로부터 다양한 유파의 소리를 배운 뒤, 장기간에 걸친 독공에 의해 자신의 소리를 완성했기 때문에 그의 소리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다양성을 지닌 독창적인 양식의 소리가 되었다.  

  1952년부터 10년간 햇님 국립극단에서 편곡 및 무대감독을 역임했고, 1962년 국립국악원 국악사로 피명되었다. 1969년에는 창작 판소리 <예수전>과 1973년에는 <충무공 이순신>을 발표했다. 또 1973년에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8순이 다되어 가는 노명창이지만, 지금도 어느 젊은 명창 못지않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소리꾼이다. 지금도 매일 소리연습을 하고 있는 공력의 명창으로, 상황에 따라 소리를 즉흥적으로 변형시키는 재주와 구수한 아니리로 판소리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언제나 청중를 즐겁게 해주는 첫번째 명창이다.

3. 고수: 주봉신 명인

  1934년 전북 출신의 주봉신은 1952년 이마남 선생에게서 수업을 시작하여 이운학, 임방울, 김연수 명창 등의 문하에서 수업을 받았다, 1966년 군산 국악원, 강경국악원 등에서 후진을 양성하였으며, 1978년 박동진 명창의 지정고수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 음반의 북은 모두 주봉신 고수가 맡고 있다.   

4. 판소리

(1) 판소리란 무엇이가?

  판소리란 고수의 북 반주에 맞추어 한 사람이 몸짓(발림)을 섞어가며 말(아니리)과 노래(소리)로 춘향가, 심청가 등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공연예술로 소리하는 사람이 혼자서 여러 역할을 해내는 일인 다역극(多役劇)이다. 소리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청중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꾼, 이야기 속에 나오는 해설자, 그리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각 등장인물의 역할 등을 번갈아 가며 맡게 된다.

  조선조 후기부터 문헌에 나타나는 판소리는 원래 12바탕이었으나 외설스럽고 조잡한 내용을 가진 바탕은 차차 도태되어, 고종 때에 판소리 연구가 신재효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타령>, 6바탕을 새로이 정리한 후 현재는 <변강쇠타령>을 제외한 5바탕만이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으며, 이 5바탕 판소리를 '바탕소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승과정에서 탈락한 7바탕은 <옹고집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장끼타령>, <무숙이타령>, <가신신타령>, <변강쇠타령>이다.

(2) 판소리의 제(制), 바디, 더늠

  판소리는 기록된 음악이 아니라 구두전승(口頭傳承)의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 온 민속음악이다. 구두전승의 판소리는 전승지역, 전승계보, 음악적 특성에 의하여 크게 동편제(東便制), 서편제(西便制), 중고제(中古制)라는 3개의 유파로 구분된다. 동편제란 섬진강 동쪽 지역인 구례.운봉.순창.남원.흥덕 등지에서 전승된 소리로서,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운봉 출신의 송흥록의 소리 양식을 계승한 소리이다. 우조(羽調:씩씩한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감정을 가능한 절제하며, 장단은 대마디 대장단을 사용하여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발성은 통성(배속에서 바로 위로 뽑는 소리)을 사용하여 엄하게 하며, 구절 끝마침을 되게 끊어 낸다. 이에 비하여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 지역인 광주.나주.화순.보성 등지에 전승된 소리로, 순창 출신이며 보성에서 말년을 보낸 박유전의 소리 양식을 계승한 소리이다. 계면조(界面調:슬픈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며, 발성의 기교를 중시하며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소리가 늘어지는 특성을 지니며, 장단의 운용면에서는 엇부침이라 하여 매우 기교적인 리듬을 구사한다. 또한 발림이 세련되어 있다. 중고제란 송흥록과 동시대 사람인 강경 출신의 김성옥으로 부터 출발되어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에 전승된 소리로 음악적 특성은 동.서편의 중간으로 일제 강점기 이후 전승이 끊어졌다.

  조선 말기 이후부터 판소리 명창들의 지역 이동이 심하고 교습지역 및 스승의 변동으로 판소리에 이런 유파의 특성도 희석되고 지역적 연고성이 끊어지게 되어 지금은 다만 전승계보에 따라 그런 특성이 일부 판소리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현재의 판소리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는 판소리 유파는 적절하지 않으며, 김연수 명창은 판소리 유파를 따지는 것은 무용한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일제시대만 해도 판소리의 이런 유파적 특성을 지닌 판소리가 전승되고 있는 것을 유성기음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판소리 유파 즉 '제(制)'의 하위개념으로 '바디'가 있는데, '제' 속에 여러 가지 '바디'가 존재하는 양상으로 이해된다. 이 역시 전승계보와 관련이 있는데,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동편제의 계보 중에서 유성준 바디 <수궁가>, 송만갑 바디 <적벽가>라고 부르는데, 판소리는 전승예술이어서 누구든지 일단은 전승 받은 것을 토대로 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창출하기 때문에 같은 '바디'라도 다르게 불리워지기도 한다. 또 판소리에는 어느 소리꾼이 특별히 잘 부르는 대목이나 작품을 가르키는 '더늠'이 있다. 예컨대 <쑥대머리>는 임방울의 '더늠'이다. <제비노정기>는 김창환의 '더늠'이다라고 했을 때는 임방울 명창이나 김창환 명창이 특별히 멋있게 고쳐 불러서 인기를 얻은 대목이 <쑥대머리>, <제비노정기>라는 뜻이다.

(3) 판소리의 추임새

 판소리는 소리판을 이끌어 가는 주체인 소리꾼(창자 또는 광대)과 북 장단을 치는 고수와 소리를 듣는 청중으로 구성되지만, 판소리판의 청중은  헛기침도 제대로 못하고 거의 부동자세로 감상해야하는 서양음악의 청중과는 다르다. 판소리 공연에서의 고수와 청중은 '얼씨구', '좋다', '으이' 등의 추임새를 통하여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며, 창자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판을 이끌어 간다. 이 음반은 실황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이라 청중의 추임새는 들어있지 않지만 고수의 추임새는 끊임없이 들을 수 있다.

(4) 판소리의 조(調)/길, 성음(聲音)

  판소리의 '조(調)/길'에는  화평하고 담담하고 여유 있는 평조(平調), 점잖고 품위 있고 우아한 우조(羽調)와 슬프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계면조(界面調)가 있다. 또 판소리에는 목소리의 특질을 가르키는 '성음'이 있는데,  거친 소리에서 맑은 소리로 순차적으로 적어보면 떡목-수리성-천구선-양성이 있다. 가장 좋은 성음은 높은 소리와 슬픈 선율의 소리를 표현하기에 알맞은 천구성으로 여자 소리꾼들의 소리는 대개 다 천구성이고 남자 소리꾼으로는 5명창의 한 사람인 충청도 서천출신의 이동백 명창과 임방울 명창이 이에 해당된다. 소리가 너무 맑으면 양성이라 하는데, 깊이가 없기 때문에 가치 있는 성음으로 치지 않는다. 목이 너무 거칠어 높은 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떡목도 가치 있는 성음이 못 되지만, 5명창의 한사람인 정정렬은 떡목에 가까운 목소리를 지녔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저음으로 갖은 기교를 부리는 아기자기한 창법으로 대명창이 되었다.

(5) 창극(唱劇)과 창작 판소리

  20세기 초 서구문화의 유입은 판소리 존립의 기초가 되는 전통사회를 그 근저에서부터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판소리도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 되는 과정에서 판소리를 무대화한 창극이 나타나며,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판소리에 담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창작 판소리가 발생한다.  창극은 연극처럼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각기 배역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판소리를 부르는 연극적 판소리이다. 1933년 조선성악연구회가 결성되고나서부터 본격적인 창극이 공연된 후 1950년대의 여성 창극의 전성기인 국극을 거친 후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1904년 이인직의 신소설 [은세계]를 각색한 창작 판소리 <최병두타령>을 시초로 <열사가>, <충무공 이순신>등, 최근에는 임진택의 <소리내역>, <똥바다>, <5월 광주> 등이 만들어졌지만,  일반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보급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통 판소리 5바탕이 그만큼 뛰어나며,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6) 판소리의 아니리와 도습(道習)

  판소리의 가사 중에서 노래로 부르는 부분을 '소리'라고 하고, 말로 하는 부분을 '아니리'라고 한다. '소리'는 장단에 맞추어 계면조, 평조 등의 조(調)에 따라 부르지만, '아니리'는 이야기 중에 나오는 인물에 따라서 그 성격, 성별, 사회적 신분에 맞는 목소리와 말투로 구사해야 된다. 이 '아니리' 중에서 자유리듬으로 노래하는 조로 읊은 부분도 있고, '소리' 중에서도 장단과는 상관없이 자유리듬으로 부르는 부분이나 말(이야기, 재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도습' 또는 '도섭'이라고 한다. '아니리'에 나오는 '도습'은 '창조(唱調)라고도 하며, '소리' 중에 말로 하는 '도습'을 '말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리'는 '소리'에 비해 융통성이 많아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넣기도 하고 재치 있게 고치기도 한다. 소리보다는 아니리를 잘하는 소리꾼을 '아니리 광대'라고 하고, 소리는 잘하나 아니리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 소리꾼을 '소리 광대'라고 한다. 박동진 명창은 실제 연주에서 들어보면 '아니리'에 굉장히 뛰어난 광대이다. 대부분의 명창은 광대라고 불리는 싫어하지만, 박동진 명창은 자신이 광대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진정한 광대이다.

(7) 판소리의 장단(長短)

  판소리에는 서양음악의 박자의 개념에 해당되는 것이 '장단'이다. '장단'에는 크게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가 있다. 허나 서양음악의 박자의 개념과는 달리 이 장단에는 주기성, 속도, 리듬의 형태, 강약 등의 의미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고수가 장단을 칠 때 소리의 흐름에 따라서 그것에 알맞는 방법으로 장단을 치게 되는데, 악절의 첫머리에는 북채로 북의 오른편 가죽을 세게 치고, 소리가 밀고 나갈 때에는 북채로 북통의 앞 부분을 조금 세게 치고, 창자가 소리를 달고 나갈 때에는 북채로 북통의 꼭대기 오른편 모서리를 가만히 잔가락이 들어가게 굴러 치고, 소리를 맺을 때에는 북통의 꼭대기 한 가운데를 매우 세게 내려치고, 소리를 풀 때에는 왼손 바닥으로 북의 왼편 가죽을 굴러 친다.

 장단 [진양]은 판소리 장단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진양'이란 말의 뜻이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진'을 '긴'의 사투리로 보고, '양'을 소리라는 뜻으로 보면, '긴소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진양]은 3분박 6박자(18/8박자)인데, 이 6박자를 한 각이라고 부른다. [진양] 장단은 2내지 6각을 주기로 하여  변주되는데, 흔히 4각을 주기로 변주한다고 하여 4각 24박자를 한 장단으로 꼽기도 한다. [진양]은 사설의 극적 상황이 유장하고 여유 있거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주로 쓰인다.     

  장단 [중모리]는 판소리 장단에서 [진양] 다음으로 느린 것으로, '중모리'라는 말은 중간 빠르기로 몰아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모리]는 2분박 보통 빠르기 12박자(12/4박자)로, 어떤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진양] 장단과 마찬가지로 서정적인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장단 [중중모리]는 [중모리]와 박이 거의 비슷한데, [중모리]보다 더 빠른 장단이다. 매우 빠른 12박이나 이것을 넷으로 나누어 박을 세기 때문에 3분박의 좀 느린 4박자(12/8박자)로 친다.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일 때 쓰이는 장단이다.

  장단 [자진모리]는 빠르게 소리를 몰아가는 빠른 장단이다. 3분박의 빠른 4박자(12/8박자)로, 긴박하거나 격동하는 대목에서 사용된다.    

  장단 [휘모리]는 판소리에서 가장 빠른 장단으로 말 그대로 휘몰아 가는 장단이다. 2분박 매우 빠른 4박자(4/4박자)로 어떤 일이 매우 바쁘게 벌어지는 대목에 많이 사용된다.

  장단 [엇모리]는 절름거리는 박자로, 판소리의 다른 장단은 박이 일정한 느낌은 주지만, [엇모리]는 긴박과 짧은 박이 섞여 절름거리는 주는 색다른 장단이다. 매우 빠른 10박(10/8박자)으로 신비한 인물이 나오는 대목이나 격동하는 대목에 쓰인다.   

  장단 [엇중모리]는 판소리에서 매우 드물게 쓰이는 장단으로 [중모리]의 절반 길이다. '중모리의 절반되는 엇나간 장단'이란 뜻에서 [엇중모리]라고 부르는 듯하다. 2분박의 보통 빠르기 6박자(6/4박자)로 판소리의 끝 부분인 뒤풀이에 많이 쓰인다.

5. 곡 설명과 장단

(1) 심청가 중 '심청이 아버지 이별하는 대목'--------------아니리.진양( 5:01)    
(2)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진양( 6:33)
(3) 적벽가 중 '군사 설음타령'(아내 생각하며 우는 군사)-아니리.중모리( 5:00)
(4) 심청가 중 '심청이 선인들을 따라가는 대목'-----------------중모리( 6:00)
(5) 춘향가 중 '어사또와 춘향모 상봉 대목'-------------------중중모리( 7:02)
(6) 수궁가 중 '토끼화상'------------------------------------중중모리( 2:48)
(7) 춘향가 중 '암행어사 출도 대목'--------------------------자진모리(11:01)
(8) 수궁가 중 '호랑이 쫓겨가는 대목'-------------------아니리.휘모리( 2:13)
(9) 적벽가 중 '공명이 촉한에서 작전명령을 내리는 대목'--------엇모리( 1:12)
(10)흥보가 중 '뒤풀이'(마지막 대목)-------------------------엇중모리( 1:08)
(11)흥보가 중 '제비 날아드는 대목'과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대목---중중모리.자진모리.
                                                                                                         휘모리.중모리.아니리.진양조 '

(1) 심청가 중 '심청이 아버지 이별하는 대목'---------아니리.진양

  <심청가>는 <춘향가> 다음으로 많이 불리는 판소리로 그 줄거리는 어린 심청이 눈 먼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뜨게 하려고 몽은사에 시주할 공양미 삼백석을 몸 값으로 받고 남경 뱃사람에게 사람 제물로 팔려서 인당수에 빠지나,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연꽃에 싸여 세상으로 나와 왕후가 되고 그 효심으로 결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이다.

  '심청이 아버지 이별하는 대목'은 심청이가 인당수로 떠나기 전에 아버지와 이별하는 대목에서 먼저 사당에 들어가 조상들에게 하직인사를 하는 장면으로 [아니리]('도습' 부분 포함)와 [진양]으로 진행된다. [진양] 부분에서 고수의 추임새를 자세히 들어보라.  

(2)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진양

  <흥보가>는 판소리 5바탕 중에서 구수하고도 서민적인 재담이 제일 많이 담겨져있는 민속성이 가장 강한 판소리로, 가난하고 착한 아우 흥보가 어느 날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었더니 그 제비가 은혜를 갚기 위해 물어다 준 박씨를 심어서 얻은 박을 타서 부자가 되고, 성질이 고약한 형 놀부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서 고쳐주고 얻은 박씨를 심었다가 박 속에서 나온 놀이패, 장수들에게 혼이 나고 가진 재산을 다 빼앗기고서 마음을 고친다는 내용으로 권선징악적인 이야기이다.

  '흥보 박타는 대목'은 흥보가 마누라와 함께 첫째 박을 타는 장면으로 [진양] 장단이다.

 (3) 적벽가 중 '군사 설음타령'(아내 생각하며 우는 군사)---아니리.중모리

  <적벽가>는 명나라의 나관중이 쓴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판소리로 엮은 것이나, 적벽강 싸움 장면을 그대로 따온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더하거나 생략하기도 해서 소설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옛날에는 <화용도(華容道)>라고도 불렀다.

  '군사 설음타령'대목은 조조 군사의 설음타령 가운데서 한 군사가 고향에 두고 온 젊은 아내를 생각하며 우는 장면으로 [중모리]인데, 앞부분의 짧은 [아니리]도 발췌하였다.

 (4) 심청가 중 '심청이 선인들을 따라가는 대목'--------------중모리

  '심청이 선인들을 따라가는 대목'은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몸이 팔려 아버지와 하직하고 선인들을 따라 인당수로 가기 위해 배에 오르는 장면으로 [중모리] 장단이다.

(5) 춘향가 중 '어사또와 춘향모 상봉 대목'----------------중중모리

  판소리 5바탕 중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가장 사랑을 받는 것이 이 <춘향가>이다. 줄거리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인 성춘향이 남원 고을 사또의 아들인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었으나, 사또의 한양 부임으로 이별을 하게 되고, 신임 사또인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에 갇혀 죽게 되었을 때,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어사또와 춘향모 상봉 대목'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와 신분을 속이고 거지 모습으로 춘향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으로 [중중모리]로 진행된다.  

(6) 수궁가 중 '토끼화상'---------------------------------중중모리

  <수궁가>는 바다 속 왕국의 용왕이 깊은 병이 들어 백약이 무효하나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고 하여 충신 자라(별주부)가 토끼를 수궁 훈련대장의 벼슬을 주겠다며 꾀어서 용궁에 데려오나 토끼가 꾀를 내어 간을 두고 왔다고 속여서 세상으로 살아 나간다는 내용이다.

  '토끼화상'대목은 자라가 육지로 나가기 앞서 그림 그리는 화공이 자라에게 토끼 화상을 그리는 장면으로 [중중모리]로 진행되는데, 소리가 아기자기하기로 이름이 높다.

(7) 춘향가 중 '암행어사 출도 대목'-----------------------자진모리

  '암행어사 출도 대목'은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 잔치에서 암행어사 출도를 외친 후 잔치자리를 수라장으로 만드는 극적이 정경이 우조로 그려지는데, 장단은 [자진모리]이다. 중간에 '도습' 부분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8) 수궁가 중 '호랑이 쫓겨가는 대목'----------------아니리.휘모리  

  '호랑이 쫓겨가는 대목'은 별주부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에 당도하여 토끼를 만나려다 호랑이를 만나 죽게 되었을 때, 별주부가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의 거기를 콱 물었는데, 이 때 호랑이가 도망가는 장면으로 [아니리]('도습' 포함) 부분과 [휘모리] 장단이다.

(9) 적벽가 중 '공명이 촉한에서 작전명령을 내리는 대목'-----엇모리

  '공명이 촉한에서 작전명령을 내리는 대목'은 제갈공명이 촉한으로 돌아와 화용도로 가는 길 곳곳에 여러 장수를 배치하고 작전명령을 내리는 대목에서 관우가 위엄 있게 나와 공명에게 자기를 싸움에 배치하지 않는 까닭을 따지는 장면으로 [엇모리] 장단이다.

(10) 흥보가 중 '뒤풀이'(마지막 대목)----------------------엇중모리

  <흥보가>의 마지막 대목, '뒤풀이'는 놀보가 죄를 뉘우치고 흥보와 화목하게 잘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판소리의 마지막 끝맺는 관용구로 '얼씨구 절씨구', '더질더질 놀고보자', '더질더질'(대부분 '더질더질'로 끝남) 등이 쓰이는데, '더질더질'의 뜻이나 어원은 알 수가 없으나 북소리의 의성어라고도 한다. [엇중모리] 장단으로 진행되는 '뒤풀이'이다. 대부분의 판소리 뒤풀이는 [엇중모리] 장단으로 끝난다.  

(11) 흥보가 중 '제비 날아드는 대목'과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대목'-------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중모리.아니리.진양조

  '제비 날아드는 대목'은 도승이 흥보에게 집 지을 명당터를 잡아 준 뒤, 새로 지은 흥보 집에 봄이 되어 제비가 날아드는 장면이고 연이어 진행되는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대목'은 뱀에 쫓겨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새끼제비를 고쳐준 후 9월이 되어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11여분의 짧은 대목이지만 [아니리]와 장단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가 다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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