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초대 -1-     [국악이란 무엇인가?]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회원.홍콩샹하이은행 부장)

  미도문화사가 출간한 [음악대사전]에는 "국악이란 우리나라의 <고유 음악> 또는 <고전 음악>을 통틀어 일컬음."이라고 기술되어 있고, 삼성출판사가 출간한 [새우리말 큰사전]에는 "국악이란 1)각 나라의 고유한 음악 2) 거문고·가야금·피리·장구·북 등의 악기로 이루어지는 우리 나라의 고전 음악. 곧 향악·아악·당악·속악 등이 있음. 우리 나라 음악."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김 기수가 지은 [국악입문]에서는 "국악이란 우리 나라 역사를 국사라 일컫듯이 국악이라 하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 나라의 음악. 즉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음악 전부를 뜻함이니, 한 마디로 외래 음악인 양악의 대칭이라 하겠다."라고 정의하고 있고, 성 경린이 지은 [국악감상]에서는 "국악이란 우리 나라 고유 음악으로서, 정확히는 한국 음악이라 불러야 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간단하게 국악이라고 하는 것이다. ... 국악이란 오늘날 우리가 보유하고 연주하고 있는 일체의 음률을 범칭하는 이름이므로, 그 연원이 어디인지를 묻지 않고, 우리가 연주하고 우리가 전승하여 오는 것은 모두 국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자고로 역사에서는 용어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변해간다. 국악의 의미도 예외가 아니니, 먼저 국악이라는 용어의 변천과정을 알아보겠다.

  국악이란 용어는 구한말에 사용되었던 국악사장(國樂師長)과 국악사(國樂師)라는 명칭에서 유래되었다. 1907년 조선왕조의 마지먁 임금인 순조가 등극하자 그 당시의 음악 기관인 교방사를 장악과로 개칭하여 궁내부의 예식과에 소속시켰으며, 이때 관직개편에 따라서 장악과에 국악사장(국악사 중 우두머리의 관직명)과 국악사라는 관직이 생겼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국악사와 국악사장의 명칭도 아악사와 아악사장으로 바뀌어 해방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일제가 국악이란 명칭 대신 아악이란 명칭을 사용한 이유는 한민족의 음악 문화를 말살하려는 숨은 의도에서 우리 민족의 음악이라는 뜻을 내포한 국악이란 용어를 의식적으로 피할려고 했던 일제관료들의 정책때문이다. 1116년 대성아악의 수입 이후 구한말까지 궁중 제례 의식에 쓰였던 음악으로서 아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국악이란 용어 대신에 사용된 일제시대의 아악이라는 용어는 일제가 남겨준 불행스러웠던 찌꺼기다.

  결국 국악이란 명칭은 1907년에 처음으로 나타났다가 4년만에 사라진 셈이다. 그 당시에 쓰였던 국악의 개념은 조선 후기 궁중의식에 따라서 연주되었던 모든 음악 문화의 총칭으로 사용되었으므로 궁중 밖에서 연주되었던 풍류방의 정악이나 판소리 광대나 소리꾼들에 의하여 전승되었던 민속악은 포함되지 않았다. 1930년대부터 이왕직아악부원양성소에서 민간 풍류방의 정악이 교과과정에 삽입되어 시조· 가곡· 가사가 아악생들에게 전수됨에 따라, 구한말의  국악의 의미로 규정된 일제시대의 아악이 정악을 포함하게 된다. 해방 이후 아악이란 용어는 다시 민속악의 대칭으로 쓰이면서 곧 국악이란 용어로 바뀌었고, 국악이란 용어는 다시 민속악을 포함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악의 개념은 한국 전통 음악의 모든 갈래를 의미하고 있으며, 양악의 대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악이 한국 음악의 준말이라고 풀이하여, 국악과 한국 음악을 동일시할 수도 있으나 국악과 한국 음악이란 두 용어는 개념상으로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 국악이란 말은 과거지향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느데 비하여, 한국 음악이란 미래지향적인 뜻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 음악에는 국악전공 출신이나 양악전공 출신인 한국 작곡가에 의해 창작된 모든 음악을 포함한다. 한국 음악은 전통 음악인 국악을 모체로 삼아서 새 민족음악을 모색해야 하므로, 국악의 개념보다 포괄적인 상위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글을 국문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말을 국어라고 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를 국사라고 부르는 것처럼, 국악이란 말은 우리 민족의 음악이다. 우리가 듣고 부르고  사랑하지 않으면 어느 민족이 지켜주겠느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