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국악의 해'도 저물고 있다. 작년 임권택 감독의 판소리 영화 <서편제>의 열풍에 이어 국악의 해로 지정된 올해는 예년에 비해
국악의 여러 분야에 있어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지만, 기대한만큼 국악의 대중화에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 한 것 같다. 허지만 국악음반
분야에서는 올해가 최고의 해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유성기음반이 1907년에 발매된 이래 약 2,500종(LP 300매
분량)의 국악 유성기음반이 발매되고, 1959년 LP음반이 발매된 이래 현재까지 약 1,000매의 국악음반이 발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4월에 국내 최초의 국악 CD음반 [국악 제1집 <정악>](발매번호:SKCD-K-0004)이 SKC에서 발매된 이 후, 개인이나
단체가 비매품으로 발매한 [사가반]과 해외에서 발매한 [해외반]을 제외하고 약 360종(400매)의 국악 CD음반이 발매되어 판매되고 있다.
7년 반에 거쳐 발매된 360종의 CD음반 중에서 40%에 해당하는 144종이 '94국악의 해'에 발매되었다. 올해에 음반제작회사에서 발매한
CD음반 중에서 화제의 음반 7매를 엄선하여 소개 하고저 한다. 이 외에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제작하고 삼성미디어에서 판매하고 있는 30매의
[국악대전집]이 있고, 92년 일본 빅터에서 인수하여 93년부터 발매하고 있는 21매의 [빅터 유성기 원반 시리즈]는 현재도 계속 발매되고
있으며, 일본인 기술진에 의해 녹음되어 삼성 나이세스로 발매된 일련의 [무속음악]음반, KBS의 자료로 해동물산에서 판매하고 있는 9매의
[21세기를 위한 KBS-FM의 한국의 전통음악 시리즈]가 있고, 음반제작회사는 아니지만 신나라레코드에서도 꾸준하게 국악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판매면에 있어서는 화제의 음반으로
추천되고 있는 전통 국악음반보다는 현대에 작곡된 황병기교수의 [가야금작품집], 김영동의 [창작국악]과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음반이 베스트셀러
음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94국악의 해' 최고의 화제의
음반으로 [생활국악대전집 1-10집]을 제일 먼저 소개 하고저 한다.
생활국악대전집 1 -
10집
<제1집 옛 궁중의 생활음악>
...<제10집 오늘의 국가, 기념일음악>
녹음: 1994년 4-5월
(주)서울음반 SRCD 1207-16
'94국악의 해'를 맞이하여
국립국악원과 (주)서울음반이 공동기획한 국악전집이다. 현재까지 발매된 국악전집류는 처음부터 국악의 전장르를 균형 있게 망라하는 기획된 전집이
아니지만, 이 전집 10매의 CD에는 정악, 민속악을 포함하여 국악의 전장르, 궁중음악, 풍류, 가곡, 가사, 시조, 사물놀이, 상여소리,
민요, 잡가, 단가, 가야금병창, 판소리, 산조, 불교음악, 무속음악 등이 골고루 실려있으며, 국악관현악단으로 연주하여 생활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오늘날의 의식음악인 기념일노래(삼일절, 제헌절 등)와 애국가, 행사준비곡 등이 담겨 있다.
음반 제목도 음악에 걸맞게 명명하여
친근감이 가며, 음반 제목에서 음악의 쓰임을 이해할 수 있고, 초심자도 국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국립국악원이 국악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전집으로, 사명감과 열과 성을 다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빗어 낸 걸작으로 한국인이라면 모두 가정에 1질씩 비치해 놓아야 할
음반이다.
한국 전통음악 시리즈 제4집
판소리 명창 박록주 <흥보가>
고수:정권진 녹음:1967년 11월
25일 지구레코드 JCDS-0435/6(2CD)
'94국악의 해'를 맞이하여
(주)지구레코드가 국악음반 제작대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로 계획하고, 한국전통음악시리즈라는 타이틀 아래 그 첫번째 음반(시리즈 1-3집보다
먼저 발매)으로 출반한 것이 박록주의 <흥보가>이다. 이 음반은 1967년 녹음되어 LP 3매로 제작되었지만, 당시에 워낙 소량이
제작된 희귀한 음반으로 국악음반 수집가의 표적이 되어 왔는데, 올해에 CD로 재발매되었다. 107분의 이 음반은 녹음상태는 양호하지 못 하지만,
박록주의 소리만큼은 절창으로 국악의 명반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박록주의 창법은
송만갑.김정문.박록주로 이어진 동편제의 정통이기 때문에 극도로 절제되어 소리 어느 한구석에 빈틈이 없다. 깡마르고 작달막한 체구에서 질러내는
소리는 대꼬창이처럼 빳빳하며,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나오는 소리 같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공력이 들어 있으며, 애원성같은 소리는 아예 내지
않는다.
특이한 것은 당시 북 반주에 판소리
명창인 정권진이 맡고 있으며, 상세한 해설서가 돋보이며 귀중한 사진자료도 함께 실려 있다.
오복녀 <서도소리
제1-5집>
관산융마, 수심가, 공명가
외
녹음: 1993년 10월
(주)서울음반:SRCD-1168/71/76-78
서도소리의 바탕되는 노래는
수심가라고 하는 평안도민요이다. 수심가를 제대로 부르자면 대동강 물을 먹은 사람이어야 된다는 말이 있다. 서도소리는 현재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다.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어 있는
서도소리의 예능보유자 오복녀 명창, 1913년 평양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서도소리를 제맛나게 부를 수 있고 많은 양의
서도소리를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국내의 유일한 분이다. 80대의 고령인 지금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고음을 낼 수 있는 목을 유지하고
있다.
국악 CD음반 중에서 가장 많이
출반된 분야가 민요이지만 서도소리만은 제대로 추천할만한 음반이 없는 터에, 오복녀 명창이 간직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서도소리를 5장의 음반에
담았다. 향수층이 얕은 서도소리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서도소리를 집대성한 귀중한 음반이다.
명인명창선집(8)
<대금.퉁소.풀피리의 명인>
대금:박종기, 한주환, 퉁소:유동초,
초금:강춘섭
녹음:1929년 - 1950년
(주)지구레코드 JCDS-0472
"이 음반은
대금.퉁소.초금(풀피리)의 첫손 꼽는 거장의 음악을 함께 담은 유일무이한 것으로 참으로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이는 문화재전문위원인 이보형님의
말씀이다.
가야금산조에 이어 대금으로 산조를 짜
연주한 최초의 연주자가 이 음반에 소개되는 박종기 명인이다. 현재 모든 대금산조의 원형은 박종기의 산조이다. 퉁소의 명인 유동초, 퉁소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선천적으로 실명한 그의 퉁소산조는 한범수에게 이어졌으나 지금은 전승이 끊어진 음악이다. 국악용어통일안에도 사라진 우리의
악기(?), 풀피리, 풀잎을 입에 대기만 하면 모든 음을 신묘하게 떡주무르듯이 표현해내었다는 강춘섭 명인의 풀피리 독주가 실려
있다.
한국고음반연구회에서 기획한 이
SP복각음반으로 대금산조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고, 음악사에서 지워질 뻔한 퉁소와 풀피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쟈켓에 실린 박종기 명인의
사진은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귀중한 자료이다. .
인간문화재 성창순 판소리 대전집
김세종 판 <춘향가>
고수:김성권 녹음:1994년 6월
(주)성음 DS 0052(4CD)
판소리의 유파를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의 둘로 나누면, 각 제는 여러 바디로 나누어 진다. '바디'란 특정 명창이 짜서 부르던 판소리 한 바탕 모두를 가리키는 말로
'판'이라고도 부른다. 판소리 중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사랑을 받는 것이 이 <춘향가>이다. 1934년 광주 출생의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성창순 명창은 1963년 전남 보성의 회천면 영천리에서 깊은 병중에 있었던 정응민 명창으로부터 동편제의 김세종 판
<춘향가>를 배웠다. 그의 음악적 특성은 성음이 정확하고 분명하다. 맑고 곱고 높은 음색으로 사설의 이면처리에 선천적인 재기와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판소리 완창 발표회는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데, 완창 음반은 귀하다. 1994년 6월 녹음으로 4시간 7여분 계속되는 완창 김세종 판 <춘향가>음반(4CD)은
박동진 명창에 이는 두번째의 완창 <춘향가> CD음반이지만 계보가 뚜렷한 첫번째 완창 CD음반이다.
93 일요명인명창전 1 - 13
<1집 서용석 대금산조>외
12CD
녹음: 1993년 9월-12월
(주)서울음반:SRCD-1179 외
휴일이면 외래문화나 외식문화에
의존하는 현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온 가족과 함께 우리의 것을 알고 느끼는 새로운 일요 문화를 창조한다는 기치아래 국립국악원 전통예술 진흥회와
홍일예술기획의 주관으로 매주 일요일 4시 서초동 국립국악당 소극장에서 '93년 일요명인명창전'이 작년 9월 19일부터 13회에 걸쳐 매주
열렸다. 작년 13회에 걸쳐 열린 연주회의 실황녹음이 13장의 CD로 발매되고 있는데, 제1집으로 출반된 음반이 서용석 명인의
음악이다.
판소리 명창 박동진, 오정숙, 피리
명인 정재국, 해금 명인 김영재, 가야금 명인 황병기 등의 국내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인 명창들의 음악이다.
CD음반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의
제약으로 실황녹음의 발췌이고, 실황녹음인 관계로 관중들의 소음과 음질상의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명인들의 생생한 연주를 그대로 들을 수 있어
좋다.
<진도의
의식요>
들노래, 강강술래, 만가 창;조공례,
김길임 외
녹음:1990년 8월/1992년 9월
GALLO VDE CD-756(스위스:수입음반)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남도들노래>, 제8호 <강강술래>, 전라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9호 <만가>를 왜 우리는 지구 저 편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음반(원명: Ritual Songs from the Island of Chindo)으로 들어야 하는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1983년 <진도들노래>와 <만가>가 실린 카세트가 (주)현대음향에서 발매되었지만 녹음도 좋지 않고, 전곡도
아니다. 강강술래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전곡으로 LP가 발매되어있지만 일반음반점에서는 구입할 수가 없다.
<들노래>는 전남 진도군
지산면에서 불리는 농요이고, <강강술래>는 전남 해안지방에서 추석을 전후하여 달밤에 부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가무일체의
놀이이고, <만가>는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민속박물관에서
세계의 민속음악 시리즈 28번으로 출반한 음반으로 불어와 영어로 되어있지만 해설서가 상세하게 우리의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