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 내용입니다. 문현 선생이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문현의 노래 <슬로우 시티 Slow city>
‘조금은 천천히 가도 아주 늦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가객 문현은 조금 늦게, 그리고 천천히 국악계에 입문했고, 이제 우리노래를 시작한지 30년의 시간을 맞게 되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선비의 노래 ‘시조’가 새 옷을 입고서 첨단의 대도시로 얼굴을 내밀었다. 가객 문현의 두 번째 창작음악 작업이다. 느짓한 템포의 시조가 대도시 사람들이 숨 가쁘게 질주하는 사이를 천천히 넘나든다. 문현의 창작노래 두 번째 작업의 결과물은 <슬로우 시티 Slow city>이다.
이번 음반에는 창작시조 12곡을 담았다.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에서 작곡가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바 있는 임희선은 황진이의 시조에 곡을 붙여 ‘사랑이로’를 완성하였다. 시조의 맛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노래이다. ‘사랑이로’가 가장 시조다운 노래라고 한다면, 박정규 곡 ‘가을 편지’는 가장 클래식한 노래이다. 전자 음향 전혀 없이 어쿠스틱한 반주와 노래가 함께했다.
류형선 작곡의 ‘깊은물’과 임준희 작곡의 ‘하늘 끝 먼지 없어’는 가객 문현의 창법에 맞게 만들어진 음악으로 시조의 속소리가 잘 표현되었다. 문현의 창작시조 1집 <시조, 도시를 걷다>에서 ‘아침 안개’로 가객 문현의 색깔을 찾아주었던 류형선은 도종환과 김종률의 주옥같은 시를 통해 시대를 담아낸 선비의 노래를 만들었다. 류형선 작곡의 ‘선산을 지키네’는 국악적인 맛이 물씬 풍기는 노래이다. 한돌의 ‘홀로아리랑’은 문현이 오래 전부터 애창하던 노래이다. 이번 음반에서는 민요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편곡 되었다.
김민기와 특별한 교분으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음악적인 도움을 주었던 작곡가 김광희는 강은교의 시 ‘슬픈노래’를 바탕으로 절절한 음악을 작곡하였다. 김광희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세노야’의 작곡가이다. 강권순의 노래 ‘산천초목’으로 국악계에 알려져 있는 작곡가 조영배는 ‘리듬타는 남방환상’으로 음반에 참여하였다. 이 곡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색적인 음악이다. ‘리듬타는 남방환상’ 못지않게 의외의 음악이 바로 이건호 작곡의 ‘세상살이’이다. 젊은 작곡가의 상상력에 한번, 코믹함에 다시한번 웃게 만드는 노래이다. 시조도 경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전통 시조를 전혀 다른 반주에 얹어 노래한 음악은 우조시조 ‘월정명’과 사설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 등 2곡이다. 우조시조 ‘월정명’은 생황만을 반주 악기로 사용하여 생황의 신비하면서도 편안한 음색이 남창을 감싸도록 연주되었다. 사설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는 시조흐름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타악기의 연주로 표현한 음악이다.
도시인들은 항상 어딘가로 이동 중에 있다. 그 분주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정체성을 상실한 채, 길을 잃을 때도 있다. 역사 속의 노래들은 움직이는 존재, 흐르는 존재, 흔적으로 남은 존재인 듯하다. 같지 않은 것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노래’가 만들어진다.
한국음식이 슬로우 푸드이고, 우리의 노래는 대부분 느짓하고, 이 모든 것이 <슬로우 시티 Slow city> 안에서 이루어진다.
음악평론가 현경채
* 문현에 대하여....
문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뒤늦게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에 편입해서 정가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정악단의 가객으로 노래 부르기에 전념하고 있다. 문현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 제1호 종묘제례악 전수자, 제85호 석전대제 전례사이며, 전통음악은 물론 음악극과 다양한 현대음악의 실험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문학, 한방음악치료, 춤, 무예 및 명상 등 다른 인접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문현은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악학 석사학위(학위논문 제목 : 사설지름시조의 음악구조-임기준 傳唱을 중심으로)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예술전공(음악학)으로 문학박사 학위(제목: 平時調의 唱制別 음악적 특징 연구)를 각각 받았다.
1999년 제10회 서울국악대경연 正歌부문 장원(주최: 한국방송공사, 삼성문화재단), 2004년 KBS 국악대상 가악부문을 수상하였고, 그가 부른 곡 중에는 ‘심상가곡(황성호 작곡)’이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2006)”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명인이 전하는 평시조･사설시조(민속원, 2004)』와 문화관광부선정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된 『음악으로 알아보는 시조(민속원, 2004)』 등이 있다.
http://blog.naver.com/singerkr
E-mail : vocalistkr@paran.com
* 곡 설명 :
1. 사랑이로 True Love 4:47
임희선 작곡, 황진이 시조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신디: 임희선, 해금: 김주리, 가야금: 정혜심,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박우진, 코러스: 방기순·노은아
황진이(黃眞伊)가 지은 원전의 시조시를 약간 덜어내고 곡 끝에 ‘사랑이로구나’를 넣어 완성된 노래 ‘사랑이로’이다. 이 노래는 긴 호흡과 길게 끄는 음, 떠는 음 등에서 가장 한국의 시조창법을 닮아있는 곡이다. 진성과 속소리를 넘나들며 전형적인 시조창법으로 노래 부르도록 요구한 이 곡은 임희선의 작품이다. 임희선은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장금’ 이야기가 가족 뮤지컬로 만들어져 ‘장금이의 꿈’으로 관객들을 찾았을 때 작곡과 음악감독을 담당하며 대단한 확약을 한 바 있는 젊은 작곡가이다. 작곡가 임희선은 뮤지컬에서의 경험을 살려 이 곡을 드라마틱하고 섬세한 기법의 사랑의 노래로 완성시켰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춘풍 이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음 사랑이로구나
2. 하늘 끝 먼지 없어 Clear Skies 4:23
임준희 작곡, 한용운 시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대금: 박경민,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박우진
이 곡은 문현의 창작시조 제1집 <시조, 도시를 걷다>에 수록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아침안개’와 ‘달시조’의 느낌과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선비의 삶이 투영된 작품이다. 아주 작은 속소리 창법을 장기로 하는 가객 문현의 특징이 잘 표현되었다. 작곡가 임준희는 국립오페라단이 프랑크푸르트, 한국, 일본 무대에 올렸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의 작곡자로 국내에서 보다는 서양 현대음악계에서 더욱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요즘 우리 민족의 중요한 젖줄인 한강을 소재로 한 교향시 ‘한강’을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고 있다. 가야금협주곡 ‘혼불’ 시리즈와 거문고 앙상블 음악 ‘달하’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바 있으며, ‘가장 한국적이고 범세계적인 신감각의 미학’이 임준희 작품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악기의 주법과 소리보다도 ‘여백과 여유’에 특히 주목하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우리 것’, ‘국악적인 것’을 쓸 때 더 자유스럽고 편하다고 한다.
하늘 끝 먼지없어 밝은 달이 가고
외로운 베개 밤도 길어 음 소나무 소리 듣다
한 생각에도 동구문 밖 나간 적 없이
아으아 아으이 아으아 아으이
오직 일천일만 음 물의 마음만 있네 음
3. 깊은 물 Deep Water 4:50
류형선 작곡, 도종환 시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피리: 안은경, 전자기타 &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박우진, 코러스: 노은아·방기순
이 곡은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뜰 수 있고, 가슴이 넓어야 세상을 품을 수 있다”고 선비다운 품격을 이야기한 노래이다. 고요한 물을 연상하는 잔잔한 기타선율과 피리연주, 그리고 코러스가 노래와 함께 하는 이 음악은 편안하고 서정적이다. 문현의 창작시조 제1집 <시조, 도시를 걷다>에서 ‘아침 안개’로 가객 문현의 색깔을 찾아주었던 류형선은 도종환의 주옥같은 시를 통해 옹졸한 도시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음반의 디렉터로 참여한 류형선은 그동안 강은일 해금 독주곡집, 문익환 목사 헌정앨범, 전래 자장가 시리즈 등 다양한 음반작업을 했다.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얕은 물에는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에 종이 배 하나라도 뜨는가
그대 가슴에 야윈 가슴에 종이 배 하나라도 뜨는가
이 저녁 그대 가슴에 종이 배 하나라도 뜨는가
그대 가슴에 야윈 가슴에 종이 배 하나라도 뜨는가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4. 선산을 지키네 Watching the Ancestral Grounds 7:55
류형선 작곡, 김종률 시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대금: 박경민, 해금: 김주리, 피리: 안은경, 가야금: 정혜심,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박우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반복하여 노래한 이 곡은 김종률 시, 류형선 작곡의 음악이다. 메시지가 강한 노랫말을 갖고 있는 이 노래의 선율은 다소 냉소적이고 슬픈 듯 흐르는 류형선 브랜드의 음악이다. 류형선은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곡가,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이기도 하다.
제법 쓸만한 나무들은 모두 대처로 떠나고
빛깔 탐스런 한 시절도 모두 서둘러 떠나고
등이 굽은 잡목들만 남아서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등이 휠듯 발붙이고 서서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산새 한 마리 한 나절을 울다 지쳐 돌아가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도벌꾼들도 버리고 간
등이 굽은 잡목들만 남아서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등이 휠듯 발붙이고 서서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옛말이 틀림없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등이 휠듯 발딛고 서서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2회 반복)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
등이 휠듯 발붙이고 서서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
등이 휠듯 발붙이고 서서 선산을 지키네
선산을 지키네(7회 반복)
5. 흔들리며 피는 꽃 Resilient blossom 3:44
류형선 작곡, 도종환 시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대금: 박경민, 피리: 안은경,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 박우진, 코러스: 방기순·노은아·류형선
‘흔들리며 피는 꽃’은 강한 것 같아도 실상은 약한 존재인 사람을 읊은 도종환의 유명한 시이다. 수없이 결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혼자서는 많이 흔들린다. 순간의 결정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갈등하기 때문이다. 꽃 한 송이가 피는 일도 그렇다. 어려서 아주 작을 때는 작은 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고, 조금 더 컸을 때는 그만큼의 크기로 흔들린다. 작곡가 류형선은 도종환의 시에 애착이 많다. 이 음반에는 ‘깊은 물’과 이 곡이 도종환의 시에 곡을 붙였고,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 크로스오버’(음반) 부문 후보에 올랐던 류형선의 첫 작품집 <여섯 줄의 징검다리>에도 도종환 시에 전경옥 씨가 노래한 ‘멀리 가는 물’이 수록되어 있다. 20년 넘게 국악과 양악을 바탕으로 민족음악·클래식·CCM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곡가와 음악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류형선은 ‘2008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한 바 있다. 류형선은 과거의 국악이 아닌 현대를 관통하는 국악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작곡가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아름다운 꽃들은 모두 흔들리며 피었나니
비바람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빛나는 꽃들은 모두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꽃피우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비바람에 젖지 않고 익어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다 흔들리며 피는 꽃 (이하 반복 생략)
6. 홀로 아리랑 Arirang Alone 5:50
한돌 작사, 한돌 작곡, 류형선 편곡
노래: 문현,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해금: 김주리, 피리: 안은경,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박우진, 코러스: 방기순·노은아·이정희·박신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민요, 아리랑. 이미 많은 편곡과 노래로 알려져 있다. 문현이 노래하고 류형선이 편곡한 ‘홀로아리랑’은 자유로우면서도 열정적인 독특한 음악적인 짜임새로 완성되었다. 피리 연주자의 자유로움과 판소리 창법의 코러스는 매력적이다.
(1절)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 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2절)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3절)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 보자
(각 절 후렴)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7. 슬픈 노래 Sad Song 3:33
김광희 작곡, 류형선 편곡, 강은교 시
노래: 문현, 피처링: 김광희, 피아노와 건반: 신현정, 해금: 김주리, 피리: 안은경, 타악: 신창렬, 클래식기타: 조성우,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 박우진
옥구 앞바다에서 뱃사람들이 멸치잡이를 할 때 부르는 흥겨운 앞소리를 소재삼아 원로시인 고은이 지은 시에 곡을 붙여 불리던 노래 ‘세노야’가 있다. 시국이 복잡하던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을 담아 부르던 이 노래는 김광희가 작곡하였다. 김민기·양희은과 함께 70년대 한국 음악문화의 큰 흐름을 주도했던 작곡가 김광희가 이번에는 강은교의 시 ‘슬픈 노래’에 곡을 붙여 문현의 창작 노래 작업에 함께 하였다. 2007년 여름 돌연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슬픈 마음을 담아 작곡된 이 음악에는 분위기 있는 저음으로 녹음된 작곡가 김광희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의외의 소득이다.
가자 가자 어이 가자 어둠 뚫고 어둠으로 가자
가도 가도 다 못 가는 그대여
갈 곳 없는 길이 갈 곳 없는 길을 향하여
일어선다 부질없이 일어선다
가자 가자 어이 가자 길 위의 바람은 길 아래로
길 아래 바람은 길 위로 넋들 많아 넋 못 뿌리치겠네
가자 가자 어이 가자 구름은 하늘에 별은 동편에
눈 있는 사람은 눈 없는 사람에게 매달리는데
평화는 전쟁에 기쁨은 슬픔에 매달리는데
빛은 어둠에 매달리는데
앉아 삼천리 서서 삼천리 가도 가도 다 못 가는 그대여
보아라 저기 모퉁이 모퉁이마다 머리풀고 춤추는 안개들
비가 내리는데 산 넘어 산이 눕는데 자꾸 눕는데
8. 가을편지 Autumn Letter 3:56
박정규 작곡, 김시천 시
노래: 문현, 대금 : 박경민, 피리 : 안은경, 해금 : 김주리, 가야금 : 정혜심, 콘트라베이스 : 정수정
가을에 쓰는 편지는 그 자체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사랑이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가을에 부르는 노래 또한, 애절하지만 한편으로는 감미롭다. 김시천 시에 박정규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해금, 가야금, 대금 그리고 피리 등의 악기가 잔잔한 실내악 음악을 연주하듯 앙상블을 이루며 노래와 어우러진다.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 박정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서양음악 작곡을 전공했고, 동아음악콩클 작곡부문 1위 입상(2003), 대한민국창작합창축제 장품상 수상(2004), Korean-American Music Composition Competition in Chicago 1위 입상(2005)을 비롯하여, Avantgarde Tirol Society Grants (Austria 2007) 등의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젊은 작곡가이다. 해금음악 ‘두꺼비’를 비롯하여, 거문고음악 ‘연가’, 25현가야금 독주곡 ‘밤의 노래’ 등의 작품으로 국악계와 인연을 맺었다.
(1절)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 속 숲에도 단풍이 있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2절)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 속 숲에도 단풍이 있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9. 사설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 Amongst the Green Mountains (Saseol Yeoggem Jireum Sijo) 5:13
노래: 문현, 대금 : 김상준, 건반 : 신현정, 타악 : 신창렬
시조이면서 가장 민요에 가까운 노래가 바로 사설엮음지름시조이다. 때문에 시조인들은 이곡을 ‘수잡가’라고도 한다. ‘푸른 산중 하에’는 현재 전승되는 두 곡 중의 하나이다. 높은음으로 질러내면서 시작되는 이 노래를 음악의 흐름에 맞추어 방울과 다양한 타악기로 느낌을 배가하였다.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더해지는 타악기는 어느덧 꽹과리로 이어지는데, 이질감이 없다. 시조인지, 민요인지, 가요인지 순간 헷갈린다.
푸른 산중하에 조총대
들어메고 설렁설렁 나려오는 저 포수야
네 조총대로 날버러지 길짐생 길버러지 날짐생
너새 증경이 황새 촉새 장기 가투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범 함부루 탕탕 네 조총대로 다 놓아 잡을지라도
새벽달 서리치고 지새는 날 밤에 동녘 동대히로 홀로 짝을 잃고
게 울음 울고 게 울음 울고 울고 가는 외기러기는 항여 나 네 놓을세라
우리도 아무리 무지허여 산행 포술망정 아니 놓습네
10. 우조시조 월정명 Bright Moon (Ujo Sijo) 7:20
노래: 문현, 생황: 허지영
‘월정명’하고 시작하는 시조를 우조 느낌으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곡태가 무척 아름다워 여류 가객이 무대에서 자주 부르는 시조이다. 정가악회가 실내악으로 연주한 ‘물속의 달(이태원 편곡)’도 바로 이 곡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생황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음악인 허지영과 함께 느린 호흡의 음악으로 연주해 보았다. 달랑 생황 연주 하나에 맞추어 길게길게 노래하였고, 정갈한 시조음악의 멋을 더해 더욱 명상적으로 느껴지는 노래이다.
월정명(月正明)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추강(秋江)에 나니
물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에 명월(明月)이라
선동(仙童)아 잠긴 달 건져라 완월(玩月)하게
11. 리듬타는 남방환상 Rhythmical Southern Fantasies 5:45
조영배 작곡, 조영배 시
노래: 문현, 컴퓨터프로그래밍: 신현정, 대금: 박경민, 장구: 신창렬, 휘파람: 문형희
환상적인 시조음악, ‘리듬타는 남방환상’이다. 건반악기의 반복되는 음형은 몽환적이고 한편으로는 바로크의 교회음악을 닮아 있다. 강권순이 노래한 ‘산천초목’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조영배의 작품이다. 작곡가 조영배(제주교대 교수)는 아주 오래 전에 한국이동통신 제주지사가 제작한 <젊은이를 위한 제주민요 선집>에서 13곡의 제주민요를 작·편곡했었고, 이춘희·김용우·강권순 등이 노래로 참여했었다. 바로 그 작업의 주인공이 바로 조영배이다.
허 허 허
바람아 불어라 그대의 머리로 빛이여 비춰라
사랑아 불어라 그대의 가슴에 불꽃을 피워라
불을 이고 다가와 속삭이고 가는 하늘 바람아 불어라
태양아 솟아라 열정을 태워라
호 호 호(휘파람)
꿈인가 환상인가 소린가 향기인가
한줄기 빛이 내린다 한줄기 빛이 내린다 (반복)
12. 세상살이 Way of Life 3:50
이건호 작곡, 이정보 시조
노래: 문현, 컴퓨터프로그래밍 및 건반 : 이건호, 전자기타 : 조성우
이건호 작곡의 ‘세상살이’는 힙합의 랩을 연상시킬만한 빠른 창법으로 이정보(李鼎輔, 1693~1766)가 지은 사설시조의 노랫말을 소화한, 젊고 동시에 해학적인 음악이다. 이건호는 연세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CJ미디어에서 게임 음악 작곡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검은 것은 가마귀요 흰 것은 해오라비
신 것은 매당이오 짠 것은 소금이라
물성(物性)이 다 각각 다 다르니 물각부물(物各付物)하리라 (반복)
낙일(落日)은 서산에 져 동해로 다시 나고
가을에 이운 풀은 봄이면 푸르거늘
엇더타 최귀(最貴)한 인생은 귀불귀(歸不歸)를 하느니 (반복)
늙게야 만난 님을 더 없이도 여희건져
소식이 긋첫씬들 꿈에나 아니 뵐야
님이야 날 생각 할랴만은 나는 못 잊을까 하노라
묻노라 부나븨야 네 뜻을 내 몰래라
한 나비 죽은 후에 또 한나비 딸아온녀
아무리 프세옛 즘생인들 너 죽은 줄 모르는다 (반복)
평생에 원하기를 이 몸이 우화하여
청천에 솟아올라 저 구름을 헷치고져
이후는 광명일월을 갈리기게 말리라
검은 것은 가마귀요 흰 것은 해오라비
신 것은 매당이오 짠 것은 소금이라
물성이 다 각각 다 다르니 물각부물하리라 (반복)
묻노라 부나븨야 네 뜻을 내 몰래라
한 나비 죽은 후에 또 한 나비 딸아온녀
아무리 프세옛 즘생인들 너 죽은줄 모르는다 (반복)
Producer 현경채
Directer 류형선, 김용현
Recording Engineer 김승용, 김아리
Mixing Engineer 김승용
Mastering Engineer 조원철
Recording Studio M-PLUS(엠플러스)
Mixing Studio Yeheum(예음)
Mastering Studio SOUND GO
Photographer 이영훈, 현경채
Design myjj 최명성
Translation 정연미, Tyler
Management Coordinator 文化企劃 Tong 김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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