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 자료에서(아래 내용은 FN풍류마을 이진희 PD께서 보내주었습니다.):
음반 인사말
국악, 우리 음악이라고 하면
과거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국악은 분명히 오늘의 음악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국악은 따로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모든 음악들과 어울려 대화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공기처럼 우리 곁을 맴도는 국악의 생생한 숨소리를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듣고 느끼지 못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좀 어려워 보이던 사람이
가까이 만나보니 뜻밖에 다정한 사람인 것처럼,
우리 음악 역시 얼핏 듣기엔 어려워 보일지라도
숨결이 느껴지도록 가까이 마주 앉아 보면
그 다정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첫만남에 오가는
따뜻한 인사 한 마디, 다정한 눈길, 부드러운 숨결 같은 음악을 모아
우리음악과의 첫 만남으로 이끄는 징검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다릿돌을 하나, 둘 천천히 밟아 건너다 보면
아득해 보이던 강 건너편, 우리 음악의 마을에 어느덧 닿아 있을 겁니다.
첫 만남이 씨앗이 되고
씨앗에서 다시 싹이 트고 가지가 쑥쑥 자라고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우리 마음은 벌써
풍성한 꽃밭을 그리고 있습니다.
FM풍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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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묻습니다.
“우리 음악이 좋아졌는데,
어떤 음반부터 시작하면 좋을지요.
한 장 추천해주시겠습니까?“
이럴 때 저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혹자는 음악이 세계공통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요?
음악 역시 아는 만큼 들리기 마련인데,
구중궁궐 속에서 ‘님금’ 한 사람을 위해 연주되었던 음악이나
어느 시골 할아버지가 지게 지고 산에 오르며 불렀던 신세타령을
좋은 음악이니 무작정 들어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갑자기 우리의 가락이 흥겨워질 때
문득 국악에 대해서 좀 알고싶어질 때
이 음반으로 시작해보세요~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건넬 수 있는
그런 음반이 필요했습니다.
어떤 곡을 수록하면 좋을지 오랜 고민 끝에
함께 나누고 싶은 새로운 곡들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편한 곡을 모아
우리 음악으로 이끄는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다릿돌 하나 둘 디뎌가다보면
사립문 개 짖는 소리에 지기(知己) 오는 줄 알고
벽에 걸어놓은 거문고 내려놓을 줄 아는
멋드러진 풍류객이 되어있으리오만은...
그 뒤야 뉘 알리.
더질더질. FM풍류마을 PD 이진희
* 곡 설명 :
다릿돌 하나
소금과 기타의 맑고 청아한 선율이 가득 담긴 풍선
마음속의 풍선
작곡:권정구 / 소금:한충은 기타:권정구
서양 현악기인 기타와 우리 전통 관악기 소금이 만났다.
소금 글자 그대로 몸체가 작은 가로부는 악기로,
관악기 중에서 가장 높은 소리를 낸다.
가볍고 부드러운 바람결 같은 소금 소리가
차분한 기타 선율 위를 둥실둥실 떠다닌다.
듣는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떠올라,
어디론가 둥둥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지.
* 권정구 작품집 1집 < 바람이 전하는 말 >에 실려 있다.
다릿돌 둘
해지는 풍경, 들녘의 사당패
들춤
작곡:이준호 / 연주:슬기둥
사당패,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사람들 앞에서는 흥겨운 공연을 선보였으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법하다.
해가 지는 들녘의 풍경이,
떠돌이로 살아가는 그들의 감상적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남사당.
들녘의 풍경에 다시 흥이 일어난다.
들춤은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남사당이 소재가 된 작품.
바람따라 흘러다니는 예인(藝人)의 슬픔과 기쁨이
이 한 장면에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슬기둥은 1985년 창단되어 국악 대중화에 앞장선 단체.
한국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슬기둥의 음악은
우리 음악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고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슬기둥의 에 실려있다.
다릿돌 셋
미지의 세계를 향한 우리 음악의 힘찬 발걸음
이어도
작곡:양승환 / 연주:중앙컬처밴드 원
제주도 여인들이 고된 생활 속에서 불렀던 노래 <중타령>이
21세기에는 연주곡 <이어도>로 거듭난다.
고단한 삶 속에서 먼 곳을 꿈꾸던 섬 여인들의 노래일 때와는 달리
어딘가 미지의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배를 저어가는 젊은 패기가 느껴진다.
음악도 언어와 같아서,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변화한다.
세상이 바뀌면, 생활이 달라지고, 음악도 다시 태어난다.
우리 음악이 젊어지고 있다.
* 중앙컬처밴드 One의 < 源 ROOTS> 에 실려 있다.
다릿돌 넷
제주의 자연처럼 아름다운 노래
산천초목
편곡:조영배 / 노래:강권순
제주민요 산천초목을 새롭게 편곡한 곡.
이름 모를 제주여인이 불렀을 민요가,
선비들이 즐겼음직한 가곡 풍의 느낌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박한 민중의 정서를 담은 노랫말이
우아한 선율에 실려 새로운 느낌으로 태어난 산천초목.
봄날의 냇가, 푸른 숲 속 바위 위에 앉아 부르면
산과 물, 숲 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절로 조화를 이룰 것 같은 곡,
깊은 계곡에 낮게 흐르는 물소리를 닮은 곡이 되었다.
산천초목 속잎이 난다
구경 가기가 얼화 반갑도다
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
잎은 따다가 얼화 입에 물어
날 오라 하네 날 오라 하네
산골처녀가 얼화 날 오라 한다
동백꽃은 피었는데 흰눈은 왜 오나
한라산 선녀들이 춤을 추며 내려온다
*한국이동통신 제주지사가 만든 비매품 음반 <젊은이를 위한 제주민요선집>에 실려 있다.
다릿돌 다섯
편안한 느낌으로 이끄는 스물 다섯 줄 가야금의 세계
여우비 오던 날
작곡:조원행 / 25현가야금:조문영 하모니카:전제덕
국악의 변화, 새로운 시도는
국악기의 변화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12현 악기인 전통 가야금과는 달리
음역과 표현의 확대를 위해 25현으로 변모한 개량가야금.
조문영은 스물 다섯 줄 가야금으로 그림을 그린다.
여기 전제덕의 하모니카 소리가 더해져
기억에서 지워질 뻔한 시간의 향수를 자극한다.
언젠가,
맑은 하늘에서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려다 만난
어느 처마 밑, 우연한 사랑의 느낌.
* 조문영의 25현가야금 연주곡집 < a day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여섯
옛시조와 새로운 선율의 조화,
조화
작곡:최윤상 / 연주:wHOOL
우리 악기와 신디사이저의 조화,
옛 노래와 새로운 감각의 조화,
귀에 익은 듯한 선율들이 이루어내는 조화,
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조화를 한껏 실험하는 듯하면서도
편안하게 귓전을 맴도는 곡이다.
중간에 나오는 노래는 시조 <북천이>.
백호 임제의 시조를 故 김기수가 생전에 작곡한 것이다.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난 눈이 오고 들에난 찬비로다
오날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잘까 하노라
* wHOOL의 에 실려있다.
다릿돌 일곱
매혹적인 가야금 병창의 세계.
천안도 삼거리
편곡과 가야금병창:정민아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병창이라고 하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이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가야금병창.
그런데, 이런 가야금 병창도 있다.
홍대 앞에서도 활동 중인 젊은 국악인 정민아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 민요, 천안도 삼거리.
민요 특유의 질박한 가락에 재즈의 감수성이 더해져
친숙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태어났다.
천안도 삼거리 능수나 버들은
제 멋에 겨워서 축 늘어졌구나
무정 세월아 오고가지 말아라
아까운 내 청춘 다 늙어가누나
* 정민아의 가야금 연주곡집 < 愛花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여덟
처음부터 한 몸인 듯 자연스러운 국악과 재즈의 어울림,
도라지
편곡:이원수 / 연주:스톤재즈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노래 중에
특정한 창작자가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했고
민중의 생활 감정을 소박하게 반영한 노래를 민요라고 하는데,
아마 그 옛날에도
민요는 때와 장소,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불렸을 것이다.
한때는 특별한 자리에서만 듣는 노래로,
혹은 국악을 공부하는 사람들만 부르는 노래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오늘날 우리 민요는
누구나 자신만의 느낌으로 달리 부르고 연주할 수 있는 노래,
살아있는 노래다.
* Stone Jazz의 < Crossover Korean Soul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아홉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단 피리 소리
아름다운 입술 (박연폭포)
편곡:김성민 권준택 / 피리:김성민
또 한 곡의 민요 박연폭포가
이번에는 피리와 전자악기에 실려
아주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 나타난다.
민요를 '민요라는 틀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었다'는
피리 주자 김성민의 고백처럼
선입견에 갇혀 있던 우리 음악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앞부분, LP시절의 향수 어린 ‘따뜻한’ 잡음도 정겹다.
* 김성민의 피리 연주곡집 < 羽化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열
달을 향한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인성과 대금, 3대의 거문고와 2인의 타악기를 위한 달하 1장 Praying, 3장 Healing
작곡:임준희 / 연주:앙상블 거믄 목소리:강권순
손끝으로 직접 줄을 뜯는 가야금과는 달리,
술대를 쥐고 쳐서 연주하는 거문고의 소리는
좀 더 묵직하고 은근한 음색을 자랑한다.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하고
선비의 악기라 불리는 거문고는
사대부들의 풍류를 논할 때 꼭 등장하는 악기이다.
거문고 연주단체 앙상블 거믄이
자존심 강한 악기 거문고와
사람 목소리, 타악기를 절묘하게 섞어 심금(心琴)을 울리는 달하를 만들어냈다.
이 곡에서 연주하는 거문고는
6줄의 전통 거문고가 아닌, 새로 개량한 10현거문고이다.
* 앙상블 거믄 1집 < 내 마음의 거문고 - 心琴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열하나
숲에서 들려오는 아침의 소리
아침
작곡:김신원
소금,대금:한충은 어쿠스틱기타:함춘호 첼로:공민선 잠베이:장재효 타악:김혜진
피아노,신디사이저:김신원
이른 아침의 숲은 고요하지만은 않다.
온갖 새들이 모여 지저귀는 소리로 기분좋게 요란하다.
대금과 소금 소리는
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새들의 지저귐 같기도 하다.
음악이 그림을 그려줄 때가 있다.
소금이 그려내는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곡이 그려주는 풍경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 21세기를 위한 KBS FM 전통음악 시리즈 55
< 젊음에 부치는 풍경 >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열둘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어울린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편곡:류형선 / 노래:인헌초등학교 전래동요반 아이들
아리랑만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진 곡도 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강원도 아리랑은 마치 강원도를 그린 한 장의 풍경화와도 같다.
강원도의 지세(地勢)를 보여 주는 듯 굽이치는 느낌의 가락이
말 그대로 아리랑고개를 화폭 가득 그려낸다.
우리 산하는 깊고, 아리랑은 끝이 없다.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는 웬 정잔가 살구나무 정자로 만나보세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만 왜 여는가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마자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
감꽃을 주으며 헤어진 사랑 그 감이 익을 때 오시마한 사랑
흙물에 연꽃은 곱기만 하다 세상이 흐려도 나 살 탓이지
산중에 귀한 건 머루나 다래 인간에 귀한 건 우리들이라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리리요 얼마나 좋으면 요렇게 놀까
* <한국을 여는 窓, 아리랑> 음반에 실려 있다.
다릿돌 열셋
태평소 선율을 타고 온 이국의 향기
산체스의 아이들
편곡, 지휘:이준호 / 태평소:김경아 연주:KBS국악관현악단
세계적인 플루겔 혼 연주자 척 맨지온(Chuck Mangione)의 영화음악이,
태평소 협주곡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플루겔 혼과 태평소.
언뜻 생각하기엔 전혀 다를 것 같은 이 두 악기의 자리 바꿈이
색다르면서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간【 FM풍류마을】 애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던 곡이기도 하다.
* < KBS 국악관현악단 창단 20주년 기념음반 II >에 실려 있다.
- 마무리, 숨 고르기
* 너영나영
편곡:조영배 노래:박진아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쉬운 가락의 제주민요.
‘너와나, 모두 함께’라는 뜻의 밝고 경쾌한 노래.
글·정리:황보나영 (FM풍류마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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