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가야금곡-황병기> 
황병기(黃秉冀)는 1936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재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교 졸업하였다. 중학교 시절인 1951년부터 국립국악원에서 김영윤에게 정악을, 김윤덕·심상건에게 산조를 배우기 시작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가야금으로 전국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천부적 재질을 타고났다.
국립국악원에서의 가야금 공부는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예술가의 훈련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훗날 작곡의 길을 홀로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 하지 못했던 가야금 독주의 지평을 열었으며 오선지로 기보한 최초의 독주곡 작곡자이며 동시에 가야금 독주곡의 양식을 제시한 첫 작곡가이다. 가야금의 성능과 표현력, 기능과 예술성 표출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야금 곡의 양식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작곡가였다. 또한 작곡 훈련이나 창작 학습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할 만큼 수준 높은 가야금 독주곡을 만들어냈는데 그의 예술작품 생산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도 아니고 누구와 더불어 논의하지도 않은, 스스로 터득한 황병기 어법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황병기의 어법은 1963년의 <숲>으로부터 <가을>, <석류집>, <봄>, <침향무>, <비단길>, <영목>, <전설>, <밤의 소리>, <남도환상곡>과 1991년의 <춘설>에 이르기까지 12곡에 일관되게 침재하여 그의 개성적 양식을 이룬다.
그의 작품들은 제1기 ‘자연의 관조기’, 제2기 ‘자연과 인간의 합일기’로 구분하기도 하고 ‘전통’과 ‘현대’가 마치 원심력과 구심력처럼 작용하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그의 가야금곡이 표출하는 미적 범주를 곱고 정갈하며 투명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고대 동서 문물의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신라적인 환상을 나타내고자 한 작품 <비단길>과 불교적인 간절한 기원과 환희를 담고 있는 있으며 새로운 가락과 음계를 이루고 있는 작품인 <침향무:沈香舞>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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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 
황병기가야금작품집 Vol. 1 <침향무>
이 음반은 이전 성음에서 출반된 음반과 1965년 하와이에서 녹음하고 미국에서 LP로 출반된 황병기 초기 연주집 <가야금>을 96Khz, 24Bit로 재마스터링 하여 출반한 음반중의 한 장이다.다. 이 음반은 돋보이는 디자인과 최고의 연주자 그리고 음향을 자랑하는 ECM 레이블의 총판을 맡고 있는 씨앤엘에서 판매 1호로 제작한 국악앨범으로 세계 시장을 거냥하여 영문, 프랑스, 일본어 등 음반 디자인과 해설 등 충실히 제작한 음반이다.
무엇보다 이 음반에서는 지나치게 인위적이였던 황병기의 초창기 녹음의 음질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음향에 신경을 써서 선보였다는 점이다.
이 음반에는 황병기의 초창기 가야금 독주곡 <숲>, <봄>, <석류집>, <가을>, <가라도>, <침향무> 6곡이 수록되어 있다. 1963년 작곡된 황병기의 첫 번째 가야금 독주곡인 <숲>은 녹음, 뻐꾸기, 비, 달빛 4개의소품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아악적 성향과 민속악적 리듬감을 적절히 조화시킨 창작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 음악에는 황병기를 대표곡 <침향무>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6년만에 발표한 곡답게 작곡가의 변화된 음악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곡의 음계는 불교음악인 범패에 기초를 두어 기존의 가야금 조현과 달리 하였으며, 연주 기교 역시, 하프와 공후를 연상시키는 분산화음을 사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장구가 돋보이는데 기존 연주 방식에서 벗어난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채로 악기 나무통을 때리는 시도를 통해 침향무의 음악적 효과를 한층 돋보이고 있다.
음악이란 리마스터링 한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굿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필자는 황병기 선생의 옛날 음반과 리마스터링 한 음반을 브라이드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음이 께끗해진 것만은 사실인데, 옛날 것이 더 좋다는 사람이 많았다. 여러분의 비교 감상을 권해 본다.(200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