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판소리란 전통 판소리 외에 새로이 만들어진 판소리를 말하며, 해방 이후에 불려진 ‘열사가’류의 영웅판소리, 종교판소리, 민중판소리, 동화판소리, 생활판소리 등을 포함한다.
1904년 김창환이 원각사 공연을 위해 짜서 불렀다는 ‘최병두타령’을 최초의 창작판소리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일인 창 형태의 판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창자가 출연하는 창극 형태였다. ‘최병두 타령’은 강원도 관찰사 정 아무개라는 사람이 그 고을 양민 최병두를 잡아다가 곤장으로 때려죽이고 재산을 빼앗았다는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며, 후에 이인직에 의해 신소설 ꡔ은세계ꡕ로 각색되었다.
이 외에도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수많은 창극, 혹은 국극 단체에서 공연했던 창극과 국극들도 넓게 보면 창작 판소리에 넣을 수 있으나 이러한 창작 판소리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하는 것이 없다.
민중판소리는 1980년대 젊은 사람들 가운데, 전통 민중 예술 장르를 사회 변혁 운동의 도구로 삼고자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민중성에 기반을 둔 판소리다. 이 장르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로는 임진택과 김명곤이 있다.
임진택은 주로 김지하의 담시(譚詩)를 자신의 창작판소리의 사설로 삼았는데, <소리내력>, <똥바다>는 창작판소리 중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특히, 김지하의 담시 <분씨물어(糞氏物語)>를 바탕으로 한 <똥바다>는 해학과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1980년대 이후 대학가나 노동 현장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고, 해외까지 초청된 창작판소리 작품이다. 김명곤의 <금수궁가>라는 작품은 전통판소리 <수궁가>를 민중적인 시각으로 뒤집어본 창작판소리다. 이 작품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창작판소리 가운데서 ‘전통’이 가장 살아 있으며, 역설적으로 그 전통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거꾸로 보는 매력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작품으로 임진택이 창작한 <5월 광주>와 정철호가 작창을 하고 안숙선, 김성애 들의 국악인들이 참여한 <광주여 영원하라>라는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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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 김지하 창작판소리 1 <오적.소리내력>
임진택은 1950년에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한항공, 중앙일보, 동양방송 텔레비젼(TBC-TV) 프로듀서로 근무한 바 있고 독재 정권 반대 활동으로 각종 수감, 탄압의 대상이었다. 1975년부터 5년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 정권진에게 판소리를 전수 및 이수하였다.
놀이패 ‘한두레’ 및 극단 ‘연우무대’ 참가 공연 활동,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실행위원, 마당극 전문극단 ‘연희광대패’ 창립 공연 전개 등 주요 활동에서 보여지듯이 그는 신작판소리 활동과 정치 풍자 담시, 사회 문화운동의 주역으로 오랫동안 헌신하였다.
이 음반은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나온 결과물 가운데 하나이다. 군사 정권 시절에 발표되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김지하의 담시 <오적>을 비롯한 <똥바다>, <소리내력> 등은 오랜 동안 군사 정부의 탄압에 의해 음지에서 맴돌다가 1994년 국악의 해에야 비로소 이렇게 음반화 되었다.
1980년대 국내외에서 모두 160여회에 걸쳐 담시 공연을 가짐으로써 담시의 예술적 위대함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 소리꾼 임진택과 고수 이규호의 이러한 판소리는 음반이 나오기 오래전부터 여러 애호가, 관객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무척 재미있어 하는 음악이었다.
이 음반에는 그 중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오적>과 <소리 내력>이 담겨있다. 비판적이고 해학적이며 음악 구성이 훌륭한 판소리 본연의 요소들을 두루 잘 갖춘 근래 신작판소리의 으뜸으로 꼽힐 만한 녹음집이다.(200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