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판소리란 전통 판소리 외에 새로이 만들어진 판소리를 말하며, 해방 이후에 불려진 ‘열사가’류의 영웅판소리, 종교판소리, 민중판소리, 동화판소리, 생활판소리 등을 포함한다.
1904년 김창환이 원각사 공연을 위해 짜서 불렀다는 <최병두타령>을 최초의 창작판소리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일인 창 형태의 판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창자가 출연하는 창극 형태였다. <최병두 타령>은 강원도 관찰사 정 아무개라는 사람이 그 고을 양민 최병두를 잡아다가 곤장으로 때려죽이고 재산을 빼앗았다는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며, 후에 이인직에 의해 신소설 ꡔ은세계ꡕ로 각색되었다.
이 외에도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수많은 창극, 혹은 국극 단체에서 공연했던 창극과 국극들도 넓게 보면 창작 판소리에 넣을 수 있으나 이러한 창작 판소리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하는 것이 없다.
영웅판소리는 항일 우국지사들의 생애와 투쟁담을 단형의 판소리로 엮어낸 이른바 열사가(烈士歌)로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해방 이후 박동실에 의해 퍼졌다고도 한다. ‘열사가’의 공통된 주제는 ‘항일’이며 내용은 위기에 선 조국에 대한 우국충정 및 주인공의 의로운 행동과 죽음을 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준,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이며 후에 이순신 사기(事記)까지 열사가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여러 명의 영웅·열사의 독자적인 사건을 다루면서 다시 하나의 역사적 줄거리를 관통하는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 ‘항일’이라는 주제를 놓고 역사상의 여러 인물들을 하나의 틀 안에 독자적으로 등장시키는 병렬형 구조를 취했다고 보기도 한다.
1950년대 말까지 여러 사람들에 의해 불려졌지만 지금은 학계나 소리꾼들 사이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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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 창작판소리 <열사가>
열사가를 창작, 보급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박동실을 들 수 있고 이 신작판소리는 광복 전후로 해서 무척 인기를 끌었고 자주 불렸다. 허나 박동실이 해방 공간에 월북한 후 차츰 박동실제 열사가가 명창들 사이에 금기시 되기도 했고 광복에 대한 이슈가 점차 역사 뒤로 사라져 가면서 이 소리들은 세인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런 점에서 이 음반은 무척 뜻깊은 기록이라고 생각된다. 1993년에 녹음, 제작된 음반으로서 여기에 들어있는 박동실의 제자 김동준에게 배운 이성근의 소리, 역시 박동실의 제자인 장월중선한테 배운 정순임의 소리 모두 박동실제 열사가들이다.
역사 교과서나 언론 매체에서 익히 보고 듣고 배운 역사 인물들을 구수한 판소리로 만나는 경험도 색다른 감동이고 생동감있고 재밌게 역사의 현장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매력이다. 더구나 명창들의 뛰어난 기량이 어우러져 듣기에 참으로 좋다.
이성근은 본 음반에서 정회천의 북반주에 맞춰 이준 열사가, 안중근 열사가, 윤봉길 열사가를 녹음했고 정순임은 이태백의 반주에 맞춰 유관순 열사가를 소리했다. 이성근은 193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김동준, 박봉술에게 판소리를 배웠고 명고수로도 이름이 높다. 정순임은 1942년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모친 장월중선, 그리고 박송희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200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