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허튼가락이란 의미로 19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조(길)로 짜여져 있으며 우조·평조·계면조·경제(경드름)·강산제·설렁제 등 여러 가지 선법 또는 감정 표현법의 가락이 있다.
대금산조는 20세기 초에 박종기(朴鍾基:1879~1939)에 의하여 처음 연주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한주환·한범수·이생강·서용석 등에게 이어졌고 그외에 방용현·김원식·강백천·김동식·김호순·편재준 등과 같은 유명한 연주가들이 대금산조를 발전시켰다.
대금산조는 판소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박종기류(판소리 더늠)와 남도시나위가락의 영향이 많다는 강백천류(시나위 더늠)로 구별되는데, 판소리 더늠의 산조가 더 많은 유파를 형성하고 대중성이 확보되어 있는 편이다. 판소리 더늠 대금산조는 전라남도 진도 사람인 박종기로 알려져 있으며, 그 가락을 화순 태생의 한주환(韓周煥:1904~1963)이 이어받아 많은 연주자들의 공감을 얻게 되었다. 한범수(韓範洙:1911~1984)는 박종기와 그의 음반, 한주환과의 음악적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류’를 만들었고 이생강(李生剛:1937~ )․서용석(1940~)은 한주환에게 본격적으로 대금 산조를 배워서 자신의 ‘류’를 이루고 있으며, 원장현(元帳賢:1950~ )은 박종기의 대금 산조를 잘 알고 한일섭에게 구음으로 배워 대금 산조의 일가를 이루고 있다. 시나위 더늠의 대금산조는 강백천(姜白川:1898~1975)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강백천은 전용선에게 단소․가야금․양금․시조 등을 배웠고 박종기와의 교류를 통해서 그의 산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받았다.
대금산조의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자진모리 장단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중중모리 장단이 삽입되는 경우가 있다. 대금산조에서 나타나는 조는 우조·평조·계면조·경드름(경조) 등이며, 정악대금보다 그 길이가 짧은 산조대금이 사용된다.
강렬한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깊은 맛을 주는 청울림 소리와 여러 조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 가락은 격렬하며, 음을 끌어 올리거나 흘러내리는 연주법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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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 <이생강 원형 대금산조>
대금은 신라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대나무로 만든 전통악기로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악기로 가로로 불며, 취구, 청공, 지공6, 칠성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공에는 갈대 속에서 채취한 청을 붙인다.
대금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는데,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과 정악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로 길이가 길고,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는 적합하나 취구가 작아 농음이 어렵고 지공 사이가 넓어서 다루기가 힘들다. 반면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하여 만들어진 악기로 정악대금보다 길이가 짧아 손놀림이 편하고 화려하고 빠른 가락을 연주하기가 용이하다.
대금산조는 진도 출신의 박종기 명인에 의해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조가 처음 완성될 시기에는 대금의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악대금이 산조나 민속악 연주에 사용되다가, 박종기의 제자인 한주환 명인에 의해 악기 개량이 이루어져 산조와 민속악 연주에 산조대금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박종기의 대금산조는 한주환을 거쳐 이생강 명인에게 전승되었다. 이생강은 1947년 전주에서 한주환에게 대금산조를 배웠으며, 1951년 부산에서 한주환을 만나 다시 대금산조 전바탕을 배웠다. 이생강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산조의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라는 골격을 기본 악장으로 구성하고, 여기에 다스름, 자진굿거리, 엇모리, 동살풀이를 추가 산조의 규모를 확대하여 2시간이 넘는 대금산조를 완성하였다. 이생강 명인은 1937년 생으로 대금뿐만 아니라 피리, 단소, 태평소, 소금, 퉁소 등 모든 관악기에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명인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산조가 처음 완성되었을 때에는 산조를 정악대금으로 연주하였지만, 산조대금이 나타난 후에는 산조는 산조대금으로 연주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호흡, 운지법, 음색과 음고에서 오는 문제 등으로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하는 것은 이 상식을 깨는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져 감히 시도를 하지 못했지만, 이생강 명인이 처음으로 정악대금으로 연주하는 대금산조를 선보인 것이다.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굿거리.시나위-자진모리, 4악장(약 63분)으로 구성된 정악대금으로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의 대금산조는 산조대금을 정악대금으로 단지 옮기거나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하나의 산조를 완성시킨 결과물로, 이생강 명인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정악대금만이 가진 깊고 묵직하면서도 청아한 음색에 실린 산조는 산조의 격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있으며, 우리들에게 산조음악의 다양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음반은 정악대금으로 연주하는 산조가 재탄생하는 단초로 새로운 산조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2007년 스튜디오 녹음으로 장고는 이관웅이 잡았다. 해설서에는 정악대금에 대한 설명과 간략한 이생강 명인의 프로필이 나와 있다.
산조대금으로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의 대금산조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확실하게 다르다. 일청을 강권한다.
(2011.9월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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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호 <대금산조>-한범수류-
(관련곡이 수록된 음반)
이 음반은 박용호가 연주하는 한범수류 대금산조를 긴산조와 짧은산조로 함께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산조는 19세기 말 연주가의 음악적 욕구에 의해 생성된 음악장르로서 장구반주와 함께 연주하는 기악독주곡이다. 전통음악 가운데 연주자의 공력이 가장 잘 나타나는 음악장르가 바로 산조이다. 그 만큼 산조를 들으면 연주가의 음악적 공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산조는 대부분 긴산조와 짧은산조 두가지 방법으로 연주를 하는데 대부분 긴산조가 짜여진 가락 그대로 연주를 하는데 반하여 짧은 산조는 연주가의 구성에 따라 가락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한범수류 대금산조를 듣게 되어도 연주자에 따라 짧은산조는 연주길이와 장단의 분배, 가락의 조화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짧은 산조는 산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음반에서는 박용호와 오랜 음악동반자인 이세환의 장단이 함께 어우러져 산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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