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평조회상>(유초신지곡)                        
  


영산회상은 불교의 성악곡이 기악화한 곡으로 하나로 완결된 긴 곡이 아니라 여덟 또는 아홉 곡의 작은 곡들이 모음곡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이루는데, 작은 곡들은 생성시기가 각기 달라서 속도나 리듬구조가 다르며, 서로 변주․변화 관계에 있는 것도 있다.

15세기의 음악을 기록한『대악후보』와 1493년에 만들어진『악학궤범』에 기록된 영산회상은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彿菩薩)'이라는 불교가사를 관현악 반주로 노래하던 불교음악이었으며, 또한 향악정재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이 본래 불교의 성악곡이던 영산회상이 중종(1506-1544)때 이르면 불교가사가 '사만년사'로 개작되고 세속화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가사는 없어지고 순 기악곡으로 변화한다.

현행 영산회상에는 가사로 노래하던 상령산(上靈山)에서 파생한 중령산(中靈山), 세령산(細靈山), 가락덜이가 있고 후에 추가된 삼현(三絃)도드리와 그의 변주곡인 하현(下絃)도드리 그리고 불교노래의 하나인 염불도드리가 있으며, 또 불교음악과는 무관한 타령(打令), 군악(軍樂)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영산회상은 상령산 한곡에서 비롯하였으나 그로부터 중령산 등이 파생되고 새로운 곡이 결합 하면서 전체 9곡에 이르는 모음곡을 완성하였다.

영산회상은 악기편성, 선율형태, 연주방법 등에 따라 영산회상 즉,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은 도드리, 천년만세 등과 결합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연주된다.

평조회상(平調會相)은 본래의 영산회상(현악영산회상)을 4도 아래로 낮게 조옮김하여 변화시킨 음악으로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 또는 취태평지곡(醉太平之曲)이라고 부른다. 평조회상에서의 조옮김은 서양음악처럼 완전한 형태로 조옮김한 것은 아니고, 악기의 주법과 음역에 맞도록 선율을 변형시키는 조옮김이다. 평조회상의 '평조'라는 용어는 조의 명칭으로서가 아니라, 황종 계면조인 현악영산회상에 비해 낮은 조(임종 계면조)라는 뜻에서의 평조이다.

대금·향피리·해금·거문고·가야금·아쟁·좌고·장구 등으로 연주하고, 하현도드리가 빠진 8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향피리 중심의 대편성으로 연주할 수 있는 관현합주음악이다. 이 곡은 궁중무용의 하나인「춘앵전」의 반주곡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상령산은 대금, 피리, 단소의 독주곡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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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음반 :
국립국악원이 추천하는 한국의 전통음악 <평조회상>

향피리가 중심이 되는 관현악합주곡인 평조회상은 원 영산회상을 4도 아래로 낮춘 곡이라 하지만, 모든 악기가 그런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거문고만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관악기들은 음역 때문에 오히려 원곡보다 5도 위의 선율을 연주한다. 가야금도 관악기의 선율을 따르고 있다. 향피리의 높은 선율, 대금의 속삭이는 듯한 대비, 그리고 현악기들의 대화는 현악 영산회상과는 사뭇 다른 흥취를 자아낸다.

하현도드리가 빠진 8곡으로 구성된 평조회상의 처음곡인 상영산과 중영산은 여유와 한가로움의 아주 느린 음악으로 듣는 이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평상시 숨을 기준으로 하여 한 숨을 두박이나 세박으로 계산하여 들으면 음악이 재미있게 귀에 들어올 수 있다.

이동규 집박으로 2002년 3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녹음-실황 녹음은 아님-한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이 음반은 우선 장엄하다. 피리 11, 대금 12명, 해금 10명, 거문고 10명, 가야금 10명, 아쟁 3명, 소금 2명, 장구, 좌고하여 모두 60명이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이 아니며 구성하기 힘든 연주이다.

국립국악원이 추천하는 한국의 전통음악이다. (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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