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사물놀이와 재즈> 
음악 분야에서 클래식과 팝, 록과 재즈, 국악과 클래식, 국악과 재즈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퓨전(fusion) 혹은 크로스오버(crossvoer)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퓨전과 크로스오버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그 차이를 설명하는 이들도 있는데, 퓨전은 이질적 요소가 하나로 융합,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고 크로스오버는 다른 장르가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물놀이와 재즈의 만남은 1987년 독일에서 열렸던 메가드럼(Megadrum) 페스티벌에서 전위적인 실험음악을 즐겨하는 색소폰연주자 울프강 푸쉬닉과 한국의 타악기 연주 그룹인 사물놀이(장구:김덕수, 꽹과리:이광수, 북:최종실, 징:강민석)가 보여 주었던 즉흥음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사물놀이는 울프강 푸쉬닉이 이끄는 재즈그룹
사물놀이는 꽹과리·징·장구·북 등의 네 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으로, 그 가락은 풍물놀이 가락에서 취한 것을 토대로 긴장과 이완의 원리에 맞게 재구성하여 발전시킨 것이며 재즈는 유럽 음악의 화성구조와 아프리카 음악의 복잡한 리듬의 영향을 받은 아프리카계 흑인의 즉흥성이 강한 음악이다. 사물놀이와 재즈. 이 두 장르의 음악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었으며, 연주자들의 뛰어난 연주능력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음악적 성격이 다른 두 장르의 만남은 국악, 특히 사물놀이와 다른 음악 장르와의 새로운 만남을 가능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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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 
<레드선.사물놀이>-RED SUN.SAMULNORI-
사물놀이의 세계적인 성공에 따라 사물놀이와 외국 음악의 접목 시도가 그간 여러차례 이루어져 왔다. 그 중에서도 이 음반은 그러한 작업과 노력의 초기 작품집으로 꼽힌다. 이때만 해도 거의 첫 시도이다 보니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는 형태로서
더불어 사물놀이 악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꽹과리>, <북>, <장고>, <징>과 같은 트랙이 사이사이에 삽입되어 있다. 사물놀이 연주는 김덕수(장고), 이광수(꽹과리), 최종실(북), 강민석(징)이 담당하였다.
1989년에 외국에서 제작된 장시간음반(LP)을 1987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직배회사가 CD음반으로 재발매한 것이다. 녹음 당시 사물놀이의 단원들은 이 음반 취입에 앞서 식량을 미리 모두 준비하고 숙소에서 밥도 짓고 찌개도 끓여 가며 낯선 이국에서 이방 음악인들과의 협연에 대비했다 한다.
아프리카 출신의 베이스 주자 자말라딘 타쿠마, 오스트리안 색소폰 연주자 볼프강 푸치닉, 미국의 실험적인 여성 보컬 린다 샤록, 독일의 피아니스트 울리 쉐러, 그리고 한국의 사물놀이패가 어우러지는 다국적 음악의 만남이라는 자체로 본 음반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사물놀이가 어떻게 세계의 음악과 만나 어떠한 시도와 노력 속에 어엿한 세계의 음악으로 자리매김 했는지, 세계대백과사전에 사물놀이라는 용어가 오르기까지 김덕수패가 기울인 노고가 어떠했는지, 또 외국인들은 사물놀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들의 음악과 조화를 시키는지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신선하고도 값진 음반이라 생각된다.
사물놀이와 레드썬 그룹이 서로의 음악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아주 색다른 녹음집이다. 이 음반을 듣노라면 아 이렇게 들으니 사물놀이가 또 색다르네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리라. (2004.11.30)
